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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비즈니스

끝마침도 아름다운 거장의 인생 마무리

셀프부고 "나, 엔니오 모리코네는 숨졌다.모두에게 사랑을 담아 작별을 고한다"

 “나, 엔니오 모리코네는 숨졌다. 가까운 친구들과 다소 소원했던 이들 모두에게, 이런 식으로 (부고를) 전한다. 사랑을 담아 작별을 고한다.” 

 

지난 6일(현지시간) 타계한 20세기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1928~2020)가 자신의 부고(obituary)를 스스로 작성했다가 사망 발표와 함께 공개해 화제다. 92년 평생을 천상의 선율에 매진하며 ‘영화 이상의 추억’을 선사했던 예술가다운 행보다.
 


이탈리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모리코네의 ‘셀프 부고’는 그의 가족 변호사가 셋째 아들 지오바니 모리코네로부터 e메일로 받아 이날 언론에 공개됐다. 1쪽짜리 공개편지에서 모리코네는 무엇보다 그의 가족과 지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름을 하나하나 다 언급할 수는 없다”면서도 “형제와 다름없었고 내 인생 마지막까지 곁을 지켜준 페푸치오(Peppuccio)와 로베르타(Roberta)는 꼭 언급하고 싶다”고 썼다. 이 가운데 페푸치오는 그 이름으로 활동하기도 했던 ‘시네마천국’(1988)의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모리코네는 토르나토레와 의기투합한 ‘시네마천국’이 대성공을 거둔 뒤 ‘에브리바디스 파인’(1990) ‘말레나’(2000) 등 여러 작품을 함께 하며 각별하게 지냈다.  

 

 

1956년 결혼해 64년 간 해로한 아내 마리아 트라비아와의 사이에서 둔 3남 1녀 이름도 열거했다. 마르코, 알렉산드라, 안드레아, 지오바니 순서다. 이들과 함께 며느리와 손주들도 거명했다.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아내를 불렀다. “아내이자 일생의 파트너였던 마리아에게, 지금까지 우리 부부를 하나로 묶어주었던 각별했던 사랑을 되새기고 싶다. 이제 이를 포기해야 해서 미안하다. 당신에 대한 작별인사가 가장 가슴 아프다”고 하면서다.
 
모리코네는 이 같은 작별인사를 하는 이유를 “장례식을 가족장으로 치르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른 사람들을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모리코네의 셀프 부고가 언제 쓰여졌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모리코네는 열흘전쯤 낙상사고로 대퇴부 골절상을 입은 뒤 병원에서 치료 받다가 6일 영면에 들었다.

 

1928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트럼펫 주자의 아들로 태어난 고인은 평생 400여편의 영화음악을 작곡했다. ‘황야의 무법자’(1964) ‘미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이상 1984) ‘시네마 천국’(1988) ‘러브 어페어’(1994) 등 선율만으로 명장면이 떠오르는 탁월한 창조력을 발휘했다. 현지 언론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인해 그의 장례식장에 팬들의 접근이 엄격히 통제된다고 전했다.

 

모리코네가 스스로 밝힌 부고 

 

I, Ennio Morricone, am dead. 나, 엔니오 모리코네는 숨졌다.  
 
I am announcing it this way to all my close friends and even to those who have been a bit distant, I say goodbye with much love. It is impossible to name you all. 가까운 친구들과 다소 소원했던 이들 모두에게, 이런 식으로 (부고를) 전한다. 사랑을 담아 작별을 고한다. 모두의 이름을 거론하는 건 불가능하다.
 
But I want to particularly remember Peppuccio and Roberta, you have been like siblings to me and very present in the last years of our life. 하지만 형제와 다름없었고 내 인생 마지막까지 곁을 지켜준 페푸치오(Peppuccio)와 로베르타(Roberta)는 꼭 언급하고 싶다.
 
There is only one reason that pushes me to say goodbye in this way and have a private funeral: I don't want to disturb. 이 같은 작별인사를 하는 이유는 장례식을 가족장으로 치르기로 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다.
 
I would like to say goodbye with much affection to Ines, Laura, Sara, Enzo and Norbert, for sharing most of my life with me and the family. 나와 내 가족과 대부분 생을 함께 해준 Ines, Laura, Sara, Enzo 그리고 Norbert에게 지극한 애정의 작별을 고한다.
 
I want to remember my sisters with love Adriana, Maria and Franca and their loved ones and I want to let them know how much I loved them. 내 누이 Adriana, Maria, Franca와 그들의 사랑하는 사람들도 기억하고 싶다.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아주길 바란다.
 
A profound farewell to my children, Marco, Alessandra, Andrea and Giovanni, my daughter in law Monica, and my grandchildren Francesca, Valentina, Francesco and Luca. 나의 아이들 Marco, Alessandra, Andrea, Giovanni와 며느리 Monica, 그리고 내 손주들 Francesca, Valentina, Francesco, Luca에게도 절절한 작별을 전한다.  
 
And the final goodbye to my wife Maria, my life partner, I would like to renew the extraordinary love that held us together and I am sorry to abandon our love. The most painful farewell is to you. 마지막 인사는 아내이자 일생의 파트너였던 마리아에게. 지금까지 우리 부부를 하나로 묶어주었던 각별했던 사랑을 되새기고 싶다. 이제 이를 포기해야 해서 미안하다. 당신에 대한 작별인사가 가장 가슴 아프다.   
[출처 : 중앙일보]

 

조수미가 기억하는 모리코네 "세계에 아름다운 선물 주셨다"


"너무 정정하셔서 100세까지 작품 활동을 계속하실 거라 생각했는데…. 믿어지지 않고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 씨는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의 타계 소식을 접하고 한동안 먹먹한 마음을 안고 시간을 보냈다. 너무 갑작스러워 처음에는 믿기 힘들었다고 했다.

현재 이탈리아 로마에 거주하는 조씨는 7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모리코네는 이 시대 가장 위대한 작곡가 중 한 분이었다"며 "전 세계 음악계의 큰 별이 진 것"이라고 애석한 마음을 전했다.

 

유서 깊은 로마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 동문이자 나란히 이탈리아 기사 작위를 받은 둘의 인연은 각별하다. 모리코네가 생애 첫 아카데미상을 받은 2016년 시상식장에는 조씨도 함께 있었다.

모리코네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헤이트풀8'(The Hateful Eight) 사운드트랙을 작곡해 음악상에, 조씨는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유스'(Youth) 주제가인 '심플 송'(Simple Song)을 불러 주제가상에 각각 노미네이트됐다.

 

결국 모리코네만 음악상을 받았지만, 조씨는 평소 존경해오던 작곡가의 수상을 기립 박수로 축하했다. 이때가 두 사람의 첫 만남이었다.


석 달 뒤 조씨는 '이탈리아의 아카데미상'으로도 불리는 '다비드 디 도나텔로' 주제가상을 받았다.

이 상의 시상식에 모리코네도 초대됐고, 조씨는 시상식 공연에서 모리코네의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Once Upon a Time in the West)를 준비했다.

 

아쉽게도 모리코네는 몸이 좋지 않아 시상식에는 참석하지는 못하고TV로 조씨의 열창을 지켜보고는 직접 전화로 '잘 들었다.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왔다고 한다.

사실 음악을 매개로 한 두 사람의 인연은 훨씬 넓고 깊다.

 

2005년 발매된 조씨의 앨범 '비 해피'(Be Happy)에는 모리코네가 작곡한 사운드트랙 '러브 어페어'(Love Affair)가 수록됐고, 작년에 나온 앨범 '마더'에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가 '유어 러브'(Your Love)라는 제목으로 담겼다.

 

조씨의 공연에서도 모리코네 곡은 단골로 등장한다.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 당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규모 미사에서 조씨가 부른 노래도 모리코네의 명곡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였다.

조씨는 자신의 한국어 앨범에 모리코네 곡을 수록할 때마다, 한국 공연에서 그의 곡을 부를 때마다 연락을 취했고, 모리코네는 한국 대중에게 자신의 곡이 소개됐다는 사실에 매우 기뻐했다고 회고했다.


조씨에게 작년 11월 27일은 잊기 어려운 뜻깊은 날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참석하는 올 6월의 바티칸 콘서트를 준비하던 모리코네는 조씨에게 콘서트를 함께 하자고 제안하며 이날 로마 자택에 초대했다.

평소 사람들과 대면하는 일이 드물고 낯을 많이 가리는 모리코네가 누군가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조씨의 페이스북에는 당시 모리코네와 함께 찍은 사진과 영상이 올라와 있다. 조씨가 모리코네의 곡을 노래하고 모리코네는 조용히 고개를 숙인 채 감상하는 인상적인 장면도 있다.

조씨는 페이스북에 "마에스트로(모리코네)가 피곤해하실까 봐 빨리 나오려 했지만 유쾌한 대화는 계속됐고 전혀 준비하지 않았던 그분의 노래까지 하게 됐다"고 썼다.


모리코네는 이 자리에서 '인생의 마지막 월드 투어를 계획하고 있는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투어에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부탁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것이 마지막 만남이 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된 6월 바티칸 콘서트는 지켜지지 못한 약속으로 남았다.

 

조씨는 "모리코네 작품을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는 일상의 소소한 순간에 다양한 색을 입혀 아름답게 만들기 때문"이라며 "그는 전 세계에 너무 특별하고 아름다운 선물을 주고 가셨다"고 말했다.

조씨는 "탁월한 작곡가가 있어 노래하는 사람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라며 머지않은 시점에 모리코네를 추모하는 특별한 공연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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