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열린 '가사·돌봄서비스지부 노동조합 출범식' 및 '6.16 국제 가사노동자의 날 및 한국가사노동자협회 창립 10주년 기념행사' 참석자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출처=한국가사노동자협회
16일 열린 '가사·돌봄서비스지부 노동조합 출범식' 및 '6.16 국제 가사노동자의 날 및 한국가사노동자협회 창립 10주년 기념행사' 참석자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출처=한국가사노동자협회

가사노동자에 ‘법적 노동자’ 지위를 부여하는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사근로자법)이 지난 16일, 발효됐다. 하지만 새롭게 노동자성을 인정받은 만큼 추가로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현장에서는 공익적 서비스 제공기관 육성 및 가사노동자 실질적 안전망 확충 등 추가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사노동자는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왔다.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시 제13조에 ‘가사사용인에게는 적용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맞벌이 가구가 늘어나 수요가 증가하는 등 가사·돌봄서비스 시장은 확대됐지만, 제도 미비로 주로 개별적 계약 등 비공식적 방법으로 서비스가 제공돼왔다. 

가사근로자법은 가사노동자 권익 보호 및 가사서비스 시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마련됐다.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을 정부가 인증해 양질의 가사서비스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 가사노동자의 근로조건 향상을 꾀한다. 

해당 법이 통과되면서 가사서비스 제공기관 인증제가 도입되고 노동자는 최저임금, 사회보험, 퇴직금, 연차 유급휴가 등의 권리를 보장받게 됐다. 

가사서비스 시장, 대형업체에 의한 시장 잠식 우려 제기
고용노동부는 법 시행일인 16일부터 가사서비스 제공기관 인증 신청을 받고 있다. 빠르면 6월 말부터는 정부 인증기관을 통해 가사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 가능해진다. 

가사돌봄서비스 기관이 공식적으로 활동하게 되면서 기관이 감당해야 할 비용 역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개인사업자 형태의 직업소개소 중개가 주를 이뤘던 반면, 인증기관이 가사노동자를 직접고용하고 주휴수당, 퇴직금, 연차 등을 적용하기 때문에 노무비용 상승은 필연적이다. 또한 시스템 마련 과정에서 추가비용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안정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증가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는 비용 상승 부담을 줄이고, 다양한 업체의 인증기관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인증기관에 부가가치세 10% 면제는 물론이고, 국민연금료·고용보험료를 최대 80%까지 3년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사노동자의 다수가 50대 이상이다.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아 실효적 지원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지원기간 역시 한시적이라는 점도 거론된다.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는 “비용 상승은 서비스 요금 인상으로 전가될텐데, 고객은 더 저렴한 업체를 찾을 것”이라며 “대형 플랫폼기업은 자본에 여력이 있어 낮은 가격을 형성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반면, 영세한 사회적기업·협동조합 등은 이에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회적기업 등 공익적 기관 육성 개정안 발의... “건전한 발전 도울 것”

지난해 6월 16일 열린 제10회 국자가사노동자의 날 기념행사에서 법안 발의에 기여한 3명의 의원(이수진(비례) 더불어민주당 의원,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강은미 정의당 의원)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지난해 6월 16일 열린 제10회 국자가사노동자의 날 기념행사에서 법안 발의에 기여한 3명의 의원(이수진(비례) 더불어민주당 의원,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강은미 정의당 의원)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익적 기관을 국가가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은 가사근로자법 발효일인 16일, 가사근로자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국가가 공익적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을 선정해 육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이 통과되면 사회적기업과 사회적협동조합 등을 육성하기 위해 행정적·재정적 지원이 가능해진다.

이수진 의원은 법안의 필요성과 통과가능성에 대해 “사회적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 등 공익적 제공기관은 현행 법률에서도 민주적 운영과 공익성을 담보하도록 하고 있어 가사서비스의 질과 가사노동자의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만큼 통과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사회적경제계는 해당 법안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최영미 대표는 “가사서비스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취약계층에 대한 서비스는 잘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공익성을 담보하는 기관이 늘어나면 취약계층 등에 대한 돌봄이 폭넓게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경제기업을 비롯한 영세업체에 한해 추가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박윤섭 노무법인 의연 노무사는 “비공식시장에서 공식시장으로 바뀌고 있는 시점에서 영세업체들이 안착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인책이 필요하다”면서 “노동자 직접 인건비 지원 혹은 4대보험 전반에 대한 지원책 등이 추가도입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가사노동자 안전망 확충 논의 박차... “이용자·작업환경 등 검토 필요”

가사서비스 시장뿐만 아니라, 가사노동자 안전망 확충을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기존에 ‘법 밖 노동자’로서 체계적으로 보장받지 못했던 직업훈련 및 산업안전 관련 보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플랫폼산업위원회는 지난 22일, 가사·돌봄노동자를 위한 노사정 합의문을 발표했다. 가사·돌봄분과위는 ▲산업생태계 조성 ▲직업훈련 확대 ▲안전한 작업환경 마련 등을 합의했다.

먼저 산업생태계 조성을 위해서 이해관계자 대표는 소비자와 종사자간 권리·의무 등을 명시한 표준이용계약서를 개발한다. 정부는 표준이용계약서가 확산·보급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또한 전문성 향상을 위한 직업훈련이 확대된다. 기업은 종사자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직업교육 및 훈련을 실시하고, 정부는 종사자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육·훈련 지원 확대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노동자 업무환경 및 안전실태를 감안해 안전매뉴얼을 개발·보급하고, 이를 통해 안전한 작업환경이 조성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박윤섭 노무사는 “해당 합의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내용들이 다뤄져야 한다”며 “현장 가사노동자는 작업환경에서 나타나는 문제, 이용자와의 갈등 등 다양한 애로사항이 존재한다. 세부적으로 나눠서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비교적 규모가 작은 사회적경제조직은 협업을 바탕으로 ‘공동교육훈련센터’를 설립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사노동자 직업훈련 주체로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박 노무사는 “가사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굉장히 다양한데, 비용문제로 가사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거나, 가사서비스를 꼭 제공받아야 하는 취약계층 등도 있다”며 “사회적경제기업이 운영하는 교육훈련센터는 이러한 다양한 이용자에 알맞은 맞춤형 교육을 가능케 할 것”이라고 봤다.

사회적경제기업 다수 인증 신청.. "상시적 인사·노무 컨설팅 필요"

가사서비스가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며 노동자와 소비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사회적경제조직 등 공익적 서비스제공기관이 많이 인증받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기존 일자리 창출 및 지역사회 돌봄을 실현해 온 가사서비스 분야 사회적경제기업 다수가 정부 인증 신청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는 상시적 인사노무 컨설팅 지원이 이뤄진다면, 질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최영미 대표는 “사회적경제기업은 가사, 아이돌봄, 노인요양 등 다양한 돌봄사업을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며 “법적으로 복잡한 내용이 많아 전문적인 상시적 노무 컨설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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