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지난 2014년도에 가상현실(VR) 기기업체인 ‘오큘러스 VR’을 인수하면서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기술이 떠올랐다. 이 기술은 코로나19와 메타버스 시대를 맞아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AR/VR 기술이 최근 국내에서 발달장애인을 위한 직업교육에 활용되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대전발달장애인훈련센터(센터장 이현무)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원장 김명준·ETRI) 지능형지식콘텐츠연구실과 공동으로 ‘발달장애인 가상 직업훈련을 위한 맞춤형 인터렉티브 콘텐츠 기술 개발’을 리빙랩으로 공동 추진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2019년초 시작된 맞춤형 인터렉티브 콘텐츠 기술로 발달장애인의 바리스타 훈련 모듈을 개발했으며, 현재 발달장애인 직업훈련생의 정규수업에 적용중이다.

발달장애인의 가상 직업훈련을 위한 맞춤형 실감 인터렉티브 콘텐츠 기술로 장애인 맞춤형 가상훈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발달장애인의 가상 직업훈련을 위한 맞춤형 실감 인터렉티브 콘텐츠 기술을 활용해 장애인 맞춤형 가상훈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실제랑 비슷해요.”

“위험한 것 안 만지고도 할 수 있어요.”

기자가 방문했을 때 VR 콘텐츠로 바리스타 직업훈련을 받고 있는 20대 초반의 한 직업훈련생은 “게임할 때 기분과 비슷하다”며 VR을 이용한 바리스타 훈련에 몰입해 있었다.

바리스타 가상직업 훈련을 위한 VR 콘텐츠 모듈은 총 7개로 구성됐다. 커피 머신 교육, 에스프레소 추출과 우유 스티밍, 음료제조 등 바리스타가 갖추어야할 스킬을 VR 콘텐츠를 활용해 배울수 있다. 바리스타 자격시험에 대비한 문제풀이도 VR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다.

발달장애인 직업훈련과 VR 콘텐츠의 장점

발달장애인 훈련생들 입장에서 VR 콘텐츠가 주는 가장 큰 장점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준다는 점이다. 라떼를 만드는 훈련을 하다보면 실패가 다반사인데, VR은 실수를 만회하고 실수를 수정할 수 있게 해줘서 훈련생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VR 콘텐츠 활용의 또다른 장점은 안전한 교육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에스프레소 추출 훈련과정에서 100°C에 가까운 뜨거운 물과 커피를 다루다보면 손을 데일 수도 있는데, VR을 활용한 가상훈련에서는 화상사고가 없다.

무한반복해 훈련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발달장애인들의 경우 보통은 암기를 어려워해서 반복이 더 중요한데, VR 콘텐츠를 활용하면 반복을 통한 학습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VR기술을 활용하니, 훈련생들이 재미있어 한다는 점이다. 교육으로 생각지 않고 게임처럼 느끼고 뭔가를 시도하면서 틀려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갖는 게 큰 장점이다.

좌측부터 대전발달장애인훈련센터 강석구 직업훈련팀장, 김혜지 교사, 전자통신연구원(ETRI) 길연희 책임연구원
좌측부터 대전발달장애인훈련센터 강석구 직업훈련팀장, 김혜지 교사, 전자통신연구원 길연희 책임연구원.

실효성 검증을 위한 리빙랩 추진이 더 큰 성과로 이어지다

바리스타 VR 콘텐츠 개발은 실효성 검증을 위해 대전발달장애인훈련센터와 ETRI의 리빙랩으로 추진되었으며, 성과에도 발달장애인 훈련생의 학습에 특화된 기술이 포함되었다. 훈련생이 VR학습 중 어려워할 때, 특수교사가 360° VR속에서 직접 힌트를 주며 시범을 보이는 중재기술이 들어갔다 이밖에도 VR콘텐츠 학습자가 보통 사용하는 조종기(콘트롤러)를 작동하는게 어려워 발달장애인들을 위해 버튼을 누르는 형태인 ‘트리거 방식’으로 디자인되었다.

VR 콘텐츠 기술개발을 주도한 전자통신연구원 길연희 책임연구원은 현장밀착형 연구개발(R&D)의 성패는 수요자의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리빙랩을 통해 대전발달장애인훈련센터 직업훈련팀장님과 특수교사분들의 적극적 참여와 대응이 있어서 결과를 낼 수 있었다”며 “수요자 참여가 수요자에 특화된 기술개발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큰 경험을 얻었다”고 말했다.

한편 가상중재콘텐츠 제공·관리 시스템의 개발 성과와 관련해 연구팀은 2019년과 2020년에 각각 특허를 1개씩 획득했다.

'1 to N'을 위한 스케일업

ETRI 길연희 책임연구원은 “발달장애인 훈련을 위한 바리스타 VR 콘텐츠는 전체 모듈 중에 현재 3분의 2가 개발되었고, 나머지 3분의 1은 연말 완료를 목표로 개발 중”이라며 “개발완료 이후의 기술이전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 방향과 계획이 정해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VR 콘텐츠의 활용을 위한 HMD(머리에 착용하는 영상 출력기구) 장비의 가격이 높고 주로 수요자가 발달장애 훈련기관이다 보니 아무래도 수요처는 정부 기관(B2G)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10월 15일에 있었던 제주지역을 위한 성과확산 회의 장면 / 제공=ETRI 길연희 책임연구원
지난 10월 15일에 있었던 제주지역을 위한 성과확산 회의 장면 / 제공=ETRI 길연희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최근 제주발달장애인훈련센터 등 다른 지역에서의 성과사례 공유 요청에 적극적 대응하고 있다. 교사들이 VR콘텐츠를 학습해 훈련생의 교육에 활용하는 데는 1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며, ETRI가 장비활용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니인터뷰] 강석구 대전발달장애인훈련센터 직업훈련팀장

강석구 한국장애인고굥공단 대전발달장애인훈련센터 직업훈련팀장
강석구 한국장애인고굥공단 대전발달장애인훈련센터 직업훈련팀장

Q. 발달장애인 직업교육에 VR 콘텐츠를 활용하면 어떤 점이 좋은가.

학습하면 책과 이론이 떠오르는 데, 발달장애인에게는 용어 단계부터 어렵다. VR 콘텐츠를 활용하는 발달장애인 훈련을 실제로 진행해보니 반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확실히 나은 점이 많다.

이밖에 훈련센터의 운영자 입장에서는 훈련의 비용효과성도 중요하다. VR 콘텐츠를 활용하면 물리적인 환경이 없어도 직업훈련이 가능하다는 점도 경제성 측면에서 큰 장점이다.

발달장애인훈련센터에는 다양한 분야의 직업훈련을 위한 공간이 설치되어 있다.
발달장애인훈련센터에는 다양한 분야의 직업훈련을 위한 공간이 설치되어 있다.

Q. 성과확산은 어떻게 ?

발달장애는 평생동안 지속되는 장애로 생활안정을 위한 일자리와 직업훈련이 중요하다. 직업훈련 전문기관에게는 매우 필요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그간 발달장애인 훈련을 직접 담당하는 복지기관과 특수학교(고등학교) 전공과 쪽에서 문의가 많았다. 소셜 임팩트의 확산이라는 측면에서 더 많은 주체들과 경험을 나누고 사업의 추진을 희망하는 관련 기관들에게 정보를 적극적으로 나눌 계획이다.

Q. 앞으로의 계획은 ?

발달장애인을 위한 바리스타 직업훈련 VR콘텐츠의 개발과 활용을 경험해보면서 다른 직무에 대한 적용확대에도 확신이 생겼다. 기술개발을 위한 목표를 함께 세우기는 했지만, 완성된 기술이 훈련에 활용되어 발달장애인의 취업에까지 도움을 줄 수 있어서 참여한 ETRI 연구진들이 보람을 느끼고 뿌듯해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ETRI와 같은 공공연구기관이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있어서 함께 협업할 수 있는 것을 센터쪽에서도 큰 기회라고 생각한다.

※AR/VR 산업 동향

기술·산업분야 매체인 테크크런치는 HMD 등 관련 장비를 포함해 AR/VR의 시장잠재력을 2023년까지 800억~900억 달러(94조~105조7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고객만족을 위한 리테일 테크(Retail Tech)는 물론 우주, 국방, 항공, 자동차 등 첨단 기술분야의 기술교육에 접목되는 등 AR/VR의 시장이 실제로 점차 커지고 있다.

AR/VR 기술의 활용은 영리부분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소셜임팩트 창출을 위한 비영리 분야에서도 역할이 커지고 있다. 다보스 포럼은 최근 바다의 오염과 기후문제 해결을 위한 공감대 강화에 AR/VR이 최적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무너뜨릴 정도로 발전한 AR/VR의 기술적 향상과 AR/VR 기술이 가진 몰입형 속성에 기인한 학습상의 이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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