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이면 은행권은 지점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을 ‘경영전략회의’란 이름으로 한자리에 모아 하반기 사업 전략을 제시한다. 올해 5대 금융그룹의 공통적인 키워드는 ‘ESG,’ ‘디지털,’ ‘MZ세대’라고 한다. ‘ESG’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고, ‘디지털’은 핀테크 기업, 카카오뱅크 같은 인터넷 전문은행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필연적이긴 하나, ‘MZ세대’를 꼽은 건 다소 의외라고 생각했다. 사회초년생인 MZ세대가 미래의 잠재고객일 수 있지만, 자산이 적기 때문에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당장 돈이 안 되는 고객이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이 MZ세대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출처=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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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이 1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1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2021.4.20.)’에 따르면, 작년 20대의 주식 투자율은 39.2%로 1년 전(23.9%)보다 15%포인트 늘었다고 한다.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비율과 증가 폭이 가장 컸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감정원의 연령대별 아파트 매매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MZ세대의 매매 건수가 6만 7578건에 달했다고 한다. 전체 거래 건수 24만 3243건의 27.78%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40대와 비슷하고, 50대보다는 오히려 더 많았다고 한다.

지난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KRX금시장 거래를 위해 증권사에 위탁계좌를 개설한 개인투자자의 절반을 넘는 51.8%가 30대 이하로 나타났다. 이들로 인해 금 투자시장의 규모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4대 가상자산거래소(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의 가입자는 4월 말 기준 581만명으로 MZ세대의 비중이 약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고 명품을 거래하는 시장에서도 MZ세대가 큰 손이다. 음악저작권 및 미술품 투자 분야에서도 강세를 보인다. 음악저작권 공유 플랫폼 ‘뮤직카우’의 이용자 50만명 중 MZ세대는 70%에 이른다. 미술품 공동 구매 플랫폼인 아트앤가이드에서도 투자 세대 비중을 보면 30대와 20대가 약 29%, 25%를 차지하며 절반 이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리하면 MZ세대는 안전자산이라고 여겨지는 금 투자부터, 전통적인 주식과 부동산, 그리고 기성세대에게는 다소 생소한 가상화폐, 저작권, 미술품까지 투자하고 있다. 이들이 재테크 트렌드를 리드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투자상품을 개발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금융기관으로서는 MZ세대의 수요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소득이 불안정한 MZ세대는 투자를 위한 시드머니를 마련하기 위해 가계대출을 활용한다. 신한은행의 ‘2021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가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비율은 15.6%로 30대(17.4%) 다음으로 높았다. 실제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은행이 MZ세대에 빌려준 가계대출 규모는 올해 3월 말 기준 259조 6000억원이라고 한다. 1년간 44조 7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특히 총 가계대출 증가분 중 MZ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9년 33.7%에서 2020년 45.5%로 상승했으며 올해 중에는 50.7%에 달하고 있다. 대출을 통해 자산을 운용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카카오뱅크는 출범한 지 5년도 안 돼 흑자로 전환했다. 금주 카카오뱅크 공모주 청약에 186만명이 신청해 58조원의 증거금이 몰렸다. 카카오뱅크 같은 인터넷 전문은행의 성장에는 MZ세대가 있다. 디지털 플랫폼에 익숙한 MZ세대들이 입소문을 통해 친구, 가족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오픈뱅킹, 마이데이터 산업, 빅테크 기업의 등장으로 금융 장벽은 허물어질 것이고, 은행은 더 이상 규제로 보호된 시장이 아니다. 방송국, 신문사 등 전통적인 미디어 산업이 유튜브 같은 뉴미디어로 재편됐듯, 금융시장도 같은 길을 걷고 있는지 모른다. 그렇기에 금융기관들은 MZ세대에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있다. 익숙하지도 않은 메타버스를 활용해 MZ세대와 접점을 확대하려는 것도 한 예이다.

MZ세대는 금융산업의 혁신을 가속하는 듯하다. 이들은 더 큰 손해를 무릅쓰고 고위험 투자에 뛰어드는 투자자다. 저금리 시대에 레버리지를 활용해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그들의 선택이 현명할 수 있다. 하지만 MZ세대들이 많이 투자했던 가상화폐가 최근 두 달 새 대부분 50% 가까이 폭락했다. 주식,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너무 올라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시장의 변화로 MZ세대가 또 다른 실패를 겪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금융기관들도 합리적인 투자상품을 개발·판매해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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