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로운넷>은 보호종료아동들의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보호종료아동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 얘기를 듣고, 생활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자립비용과 주거지 등 외에도 보호종료 연령 확대, 지속가능한 일자리, 정서적 지지자, 커뮤니티 활동 등의 필요성 등을 언급했다. 보호종료아동이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활동하기위해 필요한 요소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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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정부가 발표한 ‘보호종료아동 지원강화 방안’에도 이같은 내용이 담겼다. 보호종료아동들의 연령을 본인 의사에 따라 만 24세로 확대하고, 자립수당 지급기간도 확대하기로 했다. 그동안 경제적 지원에 집중돼 있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심리상담·치료재활 사업 지원규모 등을 확대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정부의 ‘보호종료아동 지원강화 방안’은 보호종료아동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보호종료아동 당사자와 그동안 보호종료아동들을 위해 노력해왔던 사람들은 이번 정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이로운넷>이 정책에 대한 시선과 현장 반응을 들어봤다.

<기사목록>

“작년 5월, 그날 이후로 많은게 변했어요”

“보호종료아동 지원방안 환영... 당사자 관점 적극 반영돼야”

“보호종료아동 지원확대, 변화의 끝이 아닌 시작”

한찬희 이사장과 신선 캠페이너/출처=아름다운재단
한찬희 이사장과 신선 캠페이너/출처=아름다운재단

“왜 우리는 보육원에서 지낸 것을 말하기가 이토록 어려울까요? 그리고 왜 그 때를 ‘고밍아웃’이라고 자조할까요? 단지 보육원에서 자랐다는 이유로 차별과 편견의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미디어에서 부정적으로 소비되는 ‘고아 캐릭터’는 우리의 진짜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는 용기내지 않아도 보육원에서 자란 사실을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는 사회를 바랍니다.” -열여덟 어른 캠페인을 진행한 신선 캠페이너의 말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지원확대를 발표했다. 한찬희 아름다운재단 이사장은 “열여덟 어른 캠페이너들의 노력과 용기 그리고 많은 시민과 단체들이 함께 가져온 변화”라며 “이번 지원확대는 변화의 끝이 아닌 또 다른 변화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름다운재단은 2001년부터 보호종료아동 지원사업을 진행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던 故 김군자 할머니가 기부한 기금으로 보호종료아동 대상 대학생 교육비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보호종료아동들이 생활에서 겪는 어려움과 편견 등을 체감하고 자립지원금 시범사업, 인식개선 캠페인 등을 이어왔다. 

2019년 ‘열여덟 어른 캠페인’으로 보호종료아동 당사자가 직접 캠페이너로 나섰다. 신선·손자영·허진이·박한수·안연주·주경민 캠페이너가 각자의 경험을 풀어나가는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손자영 캠페이너는 미디어의 왜곡된 보도를 지적하는 캠페인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보호종료아동이 받는 차별을 드러냈다. 허진이 캠페이너는 보육원 후배들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자립강연을 진행했다. 각 캠페이너들의 경험으로 구성된 프로젝트는 큰 반향을 가져왔다.

지난 3월 11일 ‘보호종료아동, ’열여덟 어른‘의 자립을 말하다’를 주제로 국무총리 제 38차 목요대화가 진행됐다. 신선·허진이 캠페이너와 한찬희 아름다운재단 이사장이 함께 해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정책에 목소리를 보탰다. 한찬희 아름다운재단 이사장과 재단이 진행한 보호종료아동 지원사업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아래는 한찬희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한찬희 이사장/출처=아름다운재단
한찬희 이사장/출처=아름다운재단

Q. ‘열여덟 어른 캠페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아름다운재단은 2001년부터 보호종료아동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고생을 많이 하셨던 고 김군자 할머니께서 기탁한 장학금이 시작이었다. ‘김군자할머니기금’으로 보호종료아동을 대상으로 대학 교육비 지원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던 중 열여덟이 되는 보호종료아동에게 지원되는 자립정착금이 지역이나 시설에 따라서 편차가 큰 것을 알게됐다. 그래서 아이들의 자립지원금으로 1인당 500만원을 전달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이를 기반으로 정착금액의 명확한 기준 확립을 위해 연구작업을 진행했다. 이후 연구 결과 발표와 활동에 힘입어 자립정착금 인상과 지원금의 최소금액(500만원)이 설정됐다. 또 자립정착금이 지원되지 않던 공동생활가정 등에도 정착금을 지급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리고 2019년부터는 잘 알려진 열여덟 어른 캠페인을 시작했다. 제도적인 지원만큼 중요한 것이 사회의 인식이다. 언론이나 사회가 바라보는 보호종료에 대한 인식과 당사자들의 인식까지 바꿔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다.

Q. 캠페인 활동에서 보호종료아동이 직접 캠페이너로 나섰다. 당사자가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방법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재단은 2013년에 보호종료아동 인식개선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후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사회적인 인식 자체는 그대로임을 느꼈다. 그래서 지금까지 우리가 했던 것과는 다른 방식을 고민했다. ‘시설에 있는 아이들’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다. 그래서 남들과 다르지 않은 열정적이고 밝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모았다. 보호종료아동들은 자신이 시설 출신임을 밝히는 것에 걱정이나 두려움이 크다. 보육원 출신을 밝히는 행위를 고밍아웃(보호종료아동이 스스로 출신이나 정체성을 밝힐 때의 어려움을 나타내는 말. ‘고아’, ‘커밍아웃’을 합성해 당사자들이 자조적으로 사용하는 단어)이라고 표현하는 것 만 봐도 알 수 있다.

물론 당사자를 비롯해 재단 내부에서도 보호종료아동이 캠페이너로 직접 나서는 것에 대한 고민은 있었다. 캠페이너들은 보호종료아동임을 밝힌 후 다가올 사회적편견과 시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캠페이너들과 생각을 나누는 과정에서 비교적 자립을 잘 시작해 나가고 있는 자신들이 후배들을 위해 역할을 하고 싶다는 책임의식을 느꼈던 것 같다. 당사자들이 직접 캠페이너로 나서며 보호종료아동들의 삶을 돌아보고 또 앞으로의 삶까지 이야기하면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덕분에 사회적인 인식이 많이 바뀌게 된 것이 가장 큰 효과라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보호종료를 앞둔 아이들도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나도 사회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는 계기도 함께 만들어졌다.

Q. 열여덟 어른 캠페인을 진행하며 이로운넷과 ‘18세 어른의 홀로서기’ 기획에 함께하기도 했다. 외에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캠페인에 있어 어떤 부분에 가장 중점을 뒀나.

캠페이너들이 직접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사실 어떤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해 낸다는 것은 성장할 수 있는 큰 경험이기도 하다. 아름다운재단은 이들의 조력자로써 함께했다. 

팟캐스트나 유튜브를 통해 보호종료 아동의 이야기를 다루는 신선 프로젝트, 보육원에 직접 방문해 아이들과 공감대를 나누고 경험을 공유하는 허진이 프로젝트, 드라마와 영화 속 ‘고아’ 설정 인물들을 찾아 분석하는 손자영 프로젝트 등을 진행했다.

사업을 진행하며 늘 곁에서 캠페이너와 함께하는 재단의 간사들만큼 이들을 자주 만나진 못했다. 하지만 캠페인 초반과 후반의 변화는 확연하다. 자신감과 자긍심이 행동에서 보인다. 또 캠페이너들은 주변 보호종료아동들에게 ‘우리의 어려움과 이야기를 당당하게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 ‘그렇게 해도 된다는 것’이 놀라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캠페이너들의 활동이 보호종료아동들에게 주체성과 자기효능감을 심어 준 것 같아 마음이 뭉클했다.

손자영, 안연주, 신선, 박한수, 허진이 캠페이너/출처=아름다운재단
주경민, 손자영, 안연주, 신선, 박한수, 허진이 캠페이너/출처=아름다운재단

Q. 열여덟 어른 캠페인이 가져온 유의미한 결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가장 유의미한 결과는 목표로 했던 인식개선이다. 정량적으로 측정은 어렵지만 캠페인이 진행될수록 보호종료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나 활동들이 점점 많아졌다. 2019년 이후부터 인식 개선이 단계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많은 단체들이 캠페인에 함께했다. 아름다운재단 혼자 하기엔 벅찬 활동일 수 도 있었지만 단체나 기관들의 참여로 확산 속도가 빨라지는 걸 느꼈다. 이러한 협업을 이끌어 낸 것에 긍지와 보람을 느낀다. 

또 미디어에서 다루는 보호종료아동의 이미지가 훨씬 다양해졌다. 스타트업의 김선호 배우가 연기한 한지평 캐릭터, 보호종료아동과 그 주변을 다룬 영화 아이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Q.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지원확대를 발표했다. 관련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만큼 소회가 남다를 듯 하다. 지원확대에서 어떤 의미를 느끼나.

3월 11일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목요대화에 신선, 허진이 캠페이너와 함께 정책 토론에 참여했다. 그때 캠페이너들이 제안했던 내용들이 개선안에 많이 반영됐다. 지원확대 방안에서 보호종료아동들의 삶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바라보기 위한 노력이 느껴졌다. 

캠페이너들에게 금전적인 보상이 있는 일도 아닌데 굉장히 열심히 활동했다. 무엇보다 당사자들의 노력이 가장 컸다. 또 우리 재단의 간사들에게도 자랑스러움을 느낀다. 아름다운재단 같은 민간단체의 캠페인에서 정책적인 움직임까지 이어진 점진적인 변화라는 것이 의미가 크다. 

작은 움직임에서 시작했지만 점점 더 많은 시민들, 단체들의 동참으로 변화가 만들어졌다. 이 변화는 끝이 아니라 앞으로 더 큰 제도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지원확대 전, 이들이 겪었던 어려움은 어떤 것들이 있었나. 그리고 지원확대를 통해 어떤 부분들이 중점적으로 해결됐나.

지원확대 전에도 주거지원, 전세금 지원 등의 사업이 있었다. 하지만 과정이 복잡했다. 규정과 서류 등이 큰 장벽이었다. 또 주거를 제공하는 주인도 번거로운 과정으로 기피하는 사례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주거지원을 받지만, 주거지를 정하기 위해선 아이들이 직접 발품을 팔아야 했다. 아이들은 집을 구하고 또 조율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시선과 행동에 마음을 다치기도 했다. LH 등을 통해 주거지원이 이뤄짐에 따라 보호종료 아동의 상황을 고려한 좀 더 섬세한 지원이 만들어졌다. 주거 기간 기준도 군입대 기간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적용된다. 

보호종료아동의 심리적 지원도 상당부분 확대됐다. 자립지원 전담기관이 8개 시도에만 있었지만 이제는 17개로 확대한다. 전담인력도 120여명을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보호종료아동의 생활권 내에 기관이 없다면 도움을 받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해당 부분은 총리와의 대화에서 건의하기도 한 사항이다.  

Q.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지원확대로 당사자들이 겪던 어려움이 덜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지속가능한 자립을 위해 좀 더 집중할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

시설이나 가정위탁 등 행정에서 지원이 가능한 보호종료 아동은 지원확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쉼터를 비롯해 다양한 주거 방식으로 지내는 아이들은 지원 대상 밖에 있다. 

보호종료아동의 경계에 가까이 있지만 지원이 어려운 아이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찾아가는 정책도 필요하다. 찾는다는 것이 호구조사처럼 진행해야 할 것은 아니다. 아직은 예민한 아이들이다. 좀 더 감성적인 접근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이부분에 있어 당사자들의 활동은 이들에게 좀 더 편안한 접근이 될 수 있어 중요하다. 제도권 밖의 보호종료아동 문제는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도 계속해서 연구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Q. 곧 보호종료아동이라는 명칭은 자립준비청년으로 변경된다. 아름다운재단이 준비하고 있는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이후 계획이 있다면.

인식개선과 더불어 아이들의 삶과 마음을 실질적으로 북돋아 줄 수 있는 구체적인 사업을 계획 중이다. 정보격차해소, 정서안정 프로그램, 네트워킹 등을 준비중에 있다. 역시 주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당사자 캠페이너들과 함께 할 예정이다. 

정부의 개선안이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적용되려면 꾸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지원을 위해 보호종료아동이 처한 상황을 알리고 관심을 이끌어내는 일들을 해나겠다.

국무총리실 목요대화에 참석한 한찬희 이사장, 열여덟어른 허진이·신선 캠페이너 / 출처=아름다운재단
국무총리실 목요대화에 참석한 한찬희 이사장, 열여덟어른 허진이·신선 캠페이너 / 출처=아름다운재단

Q. 이사장으로 부임한지 이제 막 2년이 지났다. 재단에서 업무를 진행하며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이사장 재임 기간의 반 이상을 코로나와 함께 했다. 변화의 시기에 합류해 아름다운재단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위기를 도약 삼아 이전에 진행하지 않던 긴급구호 같은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코로나19로 많은 변화가 생겨 기부자들이 참여와 관심이 줄어들 수 있다는 걱정을 했다. 하지만 뿌듯하게도 부임 기간 동안 아름다운재단의 사업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아졌다.

아름다운재단이 많은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모레퍼시픽과 함께하는 한부모 여성 가장을 지원하는 희망가게에 마음이 많이 간다. 재단에 합류 후 희망가게 창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작은 행사였지만, 이런 자리가 창업자들에는 용기가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에 참석자들의 가게에 꼭 한 번씩 방문하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지키기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참 아쉽다. 거기에 더 아쉬운 점은 많은 분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그런 부분이 마음이 아프고 좀 아쉽다. 

Q. 코로나19 시대에 아름다운재단이 사회에 어떤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아름다운재단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다양한 활동을 하며 아름다운재단의 사업과 캠페인을 많은 재단이나 기관이 살펴보고 있음을 느낀다. 또 재단의 사업에 희망을 느끼고 응원을 보내는 분들도 많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늘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기도 한다.

아름다운재단은 기부문화연구소 운영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연구소는 순수한 학술 연구와 발표를 진행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 삶에서의 기부문화를 확산하고 변화를 만드는 사업의 기초자료를 확보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앞으로 재단의 큰 자산이 될 것이다. 팬데믹 상황이지만 이에 발맞춘 연구 활동을 계속적으로 이어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앞으로 우리의 나눔 문화를 어떻게 정립 할 것인지 스스로 방향을 잡고 또 제시하는 활동도 이어나가겠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지원이 필요한 일촉즉발의 상황들이 참 많았다. 코로나 초반 정부가 대응하지 못한 부분들에서 재단이 선제적으로 예산을 집행했다. 시민단체와의 가교역할을 통해 갖춘 네트워크로 꼭 필요한 곳에 예산을 빠르게 집행할 수 있었다. 이 경험을 통해 재단은 긴급한 상황에서 좀 더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겠구나를 느꼈다. 그런 의미에서 향후에도 시민단체와의 가교역할을 꾸준히 하는 것이 아름다운재단이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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