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언론에서 청년 주거 문제를 다루며 집중하는 건 ‘영끌’이나 ‘LTV 완화’죠. 그런데 대출을 활용해 고가의 주택을 살 수 있는 건 정말 소수예요.”

25일 남양주 위스테이별내아파트 동네책방 2층에서 열린 ‘경기도청년주거정책포럼’ 현장. 권지웅 빌려쓰는 사람들 대표가 나와 청년세대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의견을 발표했다. 이날 포럼은 청년 사회주택, 청년주거정책에 대한 현실적인 논의를 하기 위해 마련됐다.

권지웅 빌려쓰는 사람들 대표.
권지웅 빌려쓰는 사람들 대표.

국토교통부 자료에 의하면 2019년 청년가구의 자가점유율은 17.2%. 80%가 넘는 청년들은 임차인으로 살고 있다. 청년가구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019년의 경우 20대가 2100건, 30대가 2만건이었고, 2020년의 경우 20대가 3600건, 30대가 3만1000건이었다. 이는 서울 20대 인구 144만, 30대 인구 145만명에 비해 각각 0.2%, 2%의 인구에 해당하는 수치다. 권 대표는 “경기도에서도 작년 30대 인구 190만명 중 주택을 매입한 숫자는 7만명뿐”이라며 “결국 대출 규제 완화 등 청년 ‘내집마련’을 위한 정책은 소수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차인 중에서도 월세 점유자는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도 짚었다. 2019년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9~34세 청년의 50.2%가 월세로 살며, 1995년부터 2015년까지 월세 점유 청년의 비율은 증가해왔다. 권 대표는 “자가·전세 지원 중심으로 주거정책이 수립되면서 월세점유자는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소득 및 자산이 취약할수록 월세를 택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주거 불안 문제는 월세 점유자에게서 더욱 빈번히 발생한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임대주택 주거 환경 관리가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차인은 공간을 ‘빌려’ 쓰는 거라 주거환경은 임대인의 주택관리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일이 대부분”이라며 “음식점에서 사 먹을 수 있는 김밥 하나도 식품위생법을 통해 국가는 최소한의 위생 상태 등의 품질을 관리·감독하고 있으나, 시장에서 거래되는 민간임대주택의 경우는 국가의 감독 밖에 있다”고 지적했다.

권 대표는 주거 환경 개선책으로 벨기에 브뤼셀의 ‘주거품질 감독관’ 제도를 선도 사례로 들었다. 그는 “브뤼셀에서는 주거품질 감독관이 임대주택 시설을 검사하고 관청에 전달해서, 기준에 미달하는 주택에는 과태료를 물게 하는 등 규제하거나 주거 환경을 개선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비슷하게, 지난해 말 정부는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통해 지역건축안전센터를 중심으로 ‘불법건축물 감독관’을 별도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대학·역세권 인근의 불법 방 쪼개기 등을 집중적으로 단속하기 위해서다. 권 대표는 “대한민국 청년 주거 문제의 핵심은 임대시장에서, 특히 월세를 내며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경기도에서 월세 지원 사업이나 주거감독관 제도 등을 도입해 개선하면 어떨까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

청년 주거 문제를 고민할 때 청년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으면 안 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은 “일은 서울에서 하고 집은 경기도에 있는 청년 가구, 공업·산업단지에서 일하는 청년 가구, 대학생 청년 가구 등은 각자 주거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며 “이들을 묶어서 ‘청년 주거 정책’으로 합해버리면 방향을 잡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저층주거지의 청년 전·월세 가구의 실태를 파악하고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하며, 청년 나이에 해당하는 외국인, 다문화 가정 구성원, 저소득 노동자와 대학생에 대한 맞춤형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경기도 차원에서 수립한 주거종합계획에 맞게 물량을 달성하고 있는지 모니터링해야 한다고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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