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가 중요하다고 배웠다. 며칠, 몇 명, 얼마. 보도자료로 오면 부제로 끌어올리는 요소들이다.

“A 협동조합이 취약계층에 자사 제품 n개 기부”
“B 중간지원조직, 창립 후 사회적 약자에 n원 지원”
“C 사회적기업이 장애인 n명 고용”

사회적경제를 다루는 전문지다보니, 대부분 이런 내용이다. 기계처럼 받아쓰다 궁금해졌다. 기부 자체가 사회적 가치인가? 기부 금액·개수와 사회적 가치 사이에는 얼마나 높은 상관관계가 있을까? 궁극적으로 창출된 사회적 가치의 크기는 얼마인가?

올해 초 강릉에서 진행된 ‘로컬임팩트테이블 2020’에서 전승범 임팩트스퀘어 투자총괄은 ‘사회적 가치’는 사회 문제가 해결된 크기를 말하며 일반적인 효용 가치와는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통용되는 표현이라 막연하게 ‘좋은 것(something good)’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은데, 임팩트 시장에서는 문제가 해결된 양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자료=임팩트스퀘어
전승범 임팩트스퀘어 투자총괄은 아웃풋, 아웃컴, 임팩트의 개념을 구분했다. 자료=임팩트스퀘어

기부개수, 지원금액, 고용인원 등이 ‘인풋(input),’ ‘아웃풋(output)’의 영역이라면, 이를 통해 실제로 창출된 사회적 가치의 크기는 ‘아웃컴(outcome)’이다. 안타깝게도 아웃컴에 해당하는 보도자료는 손에 꼽는다.

지난 19일 열린 지리산 포럼 세션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서진석 행복나눔재단 그룹장은 “우리나라에 사회적 가치 중심의 시대가 열리지 않았다”며 “PR 중심 시각에서 벗어나야 사회적 가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가치가 중심인 기업 예로 친환경 의류 브랜드 ‘파타고니아’를 들었다.

“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했을 때 이본 취나드(파타고니아 회장)는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다고 했죠. 파타고니아는 1등이 아니라 지구를 되살리는 게 목표입니다.”

인풋과 아웃풋 크기를 부각하는 건 스스로를 대중에 알리고 싶을 때다. 아직 국내에는 사회공헌으로 PR 효과를 바라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숫자는 중요하다. 다만, 이제는 아웃컴에 초점을 둘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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