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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군단' 개발사로 널리 알려진 에이스톰의 모바일 신작, ‘빌딩앤파이터’ 가 지난 10일 첫 알파 테스트를 마무리했습니다. 비운의 게임 '최강의 군단' 의 흔적이 남아있는 게임이죠. 당첨되어 플레이하는 동안 끝장을 볼 만큼 오래 하지는 못했으나, 첫인상에 대해서 이야기해드리려고 합니다.
■ 게임의 기본, 전투가 재미있는 횡스크롤 땅따먹기 액션
‘빌딩앤파이터’ 는 GPS 액션이라는 수식을 달고 있습니다. 즉, ‘포켓몬 GO’ 나 ‘인그레스’, ‘피크민 블룸’ 같은 나이언틱의 수많은 위치기반 게임들과 비슷한 기반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그만큼 위치기반 게임 내에서도 ‘빌딩앤파이터’ 의 아이디어가 최초는 아닙니다. 실존 지도를 기반으로 실존 건물을 랜드마크화하여 여기서 땅따먹기를 벌이는 그런 게임입니다.
그래서 게임은 크게 두 부분의 플레이를 가집니다. 맵과 영토를 관리하고, 이 영토를 관리하고 확장하는데 필요한 캐릭터 등 캠페인 맵에서 벌어지는 플레이, 그리고 영토 싸움 등에 들어가서 직접 싸우게 되는 전투 플레이가 있겠습니다. 그리고 ‘빌딩앤파이터’ 는 가챠기반 캐릭터 수집 게임입니다.
전투는 횡스크롤 액션으로 벌어집니다. 왼쪽 패드에는 좌우이동, 점프와 웅크리기가, 오른쪽에는 기본 공격과 스킬이 배분되어 있습니다. 각 캐릭터는 기본 공격과 액티브 스킬, 궁극기를 가지고 있는데, 당연히 자동 전투를 지원합니다.
여기까지가 이 게임의 기본 사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장 먼저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의외로 전투가 재미있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횡스크롤인 것이 아니라 대전 격투의 느낌을 적당한 수준에 녹여내어 기본 공격도 의미가 있고, 상대 패턴을 보고 가드가 가능하며, 콤보 활용을 통해서 전투력이 조금 딸리는 적이라도 잡아낼 수 있습니다.
주인공을 쓰거나 부하를 쓰거나, 둘 다 쓰거나
대부분의 자동 전투가 있는 게임들이 수동 전투의 재미를 유도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보통은 빛좋은 개살구인 경우가 많습니다. 자동 전투와 별로 전투력의 차이가 나지 않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빌딩앤파이터’ 는 가드, 평타 콤보, 각종 상태이상(띄우기, 넉다운, 잡기 등)이 있어서 이걸 섞어가며 대전 격투에서 콤보로 후드려 패듯 하는 전투가 가능해지니 진짜로 수동 전투가 더 재미있고 효과적인 편입니다.
대전 격투 그대로의 퀄리티는 아니지만, 모바일에서 이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액티브 스킬 외에도 존재하는 커맨드 액션입니다. 처음에 배정된 스킬 버튼은 기본 공격 하나와 두개의 액티브 스킬, 하나의 궁극기 뿐인데, 이를 커맨드와 조합하게 되면 하나의 버튼으로 여러 개의 액션이 발동하고, 이를 적절히 연계해서 사용해야 하죠.
더불어서 게임 전체에 묘하게 많이 쓰인 인터넷 용어나 저렴한 용어도 게임의 분위기 덕분인지 이해가 되는편
게임을 시작할 때 3개의 시작 캐릭터 중 하나를 고르게 되며, 이 캐릭터들은 또 각각 3개의 전직을 가지게 됩니다. 보통 시작 캐릭터 또한 교체를 통해 다른 캐릭터와 동일한 역할인 수집형 게임들과 달리 이 주인공 캐릭터는 특별하게 다루어집니다. 전직이 가능하고, 수동 전투는 오직 이 주인공으로만 펼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수집 캐릭터(게임 내에서 부하라고 하는)들로 펼치는 전투는 재미가 없는가? 그것도 아닙니다. 오직 부하들로만 펼칠 수 있는 전투가 있고, 이 전투에서는 최대 3명의 부하를 조합해서 내게 됩니다. 이 전투는 자동으로 진행이되는데, 궁극기는 발동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즉, 조합을 짜고 캐릭터의 시너지를 고려해서 궁극기를 연계하는 재미는 오직 부하들로만 느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종합적으로 보면 전투 관련 시스템은 이 게임의 최대 강점입니다.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새로운 것은 없는데도 각각의 전투 요소를 잘 분배해둔 덕에 상당히 재미있게 모든 전투를 즐기게 됩니다. 제가 격투형 캐릭터인 올가를 플레이해서 더 그렇게 느껴진 부분이 있겠지만, 주인공과 부하의 두 캐릭터 및 전투의 축은 서로 다른 특징과 재미가 있는 편이고 영토 쟁탈전에서는 부하만 쓰게, 또 중요한 보스가 등장하는 스테이지에서는 둘다 사용하도록 하여 적당히 자원을 분배하는 느낌도 들면서 제가 전투를 전반적으로 통제하고 관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죠.
진선여고, 래미안그레이튼1단지는 제것입니다
땅따먹기 파트를 이야기하면, 당연하게도 GPS 기반 게임이라고 말해두기는 했지만 제 현재 위치와 상관없는 곳에서 게임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제 현재 위치도 게임은 추적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제 거점은 현재의 GPS와 무관하게 설정되어서 그 영토를 얼마든 늘릴 수 있고, 제 현재 위치는 별도의 캐릭터 아이콘으로 표시 됩니다.
당장 이게 알파 테스트여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추측하자면 현실 GPS로 모든 활동을 제약하면 플레이가 너무 어려워지기에 기본적인 플레이는 게임 상에 구현된 현실과 동일한 맵에서 원하는 대로 플레이하고, 현실의 위치와 동기화된 GPS로는 또다른 플레이나 보너스를 얻는 식으로 보입니다.
헥사곤 타일로 이루어진 맵은 한 지점을 먹으면 원형의 일정 범위가 내 영토가 되고, 그리고 그 영토 내의 빌딩을 공성하는게 기본입니다. 다만 그 안에서 맵에 놓인 빌딩의 종류나 전투의 종류가 갈리게 되는데요. 가장 중요한 전투라고 할 수 있는 빌딩 공성은 주인공 캐릭터와 3명의 부하를 모두 투입해 여러 스테이지의 빌딩을 클리어하고 보스와 싸우는 방식이고, 영토 쟁탈전은 부하만을 내보내서 상대의 부하와 싸우는 단판 싸움입니다. 빌딩을 차지하게 되면 빌딩 코어라는 일종의 아이템을 얻게 되는데 이는 캐릭터에 장착하여 플레이어를 강화하는데 쓰입니다.
공성한 빌딩은 일정 시간 동안 보호가 걸리고, 시간이 지나면 적들이 공성할 수 있으며, 플레이어는 영토와 빌딩을 지키기 위해 병력을 파견, 배치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더 많은 캐릭터를 더 강하게 보유하는게 좋겠지요.
그 외의 다른 요소들은 익숙한 방식입니다. 메인 퀘스트가 있고, 이를 쭉 깨면 보상이 나오고, 가챠도 있고, 주인공과 부하 캐릭터는 모두 각각 레벨과 장비 칸이 있으며, 이를 다 합쳐서 강하게 만듭니다. 이외에도 캐릭터 합성과 별 등급, 스킬 강화, 수집 세트에 따른 강화, 향후 캐릭터의 전직 등등 성장 요소는 제법 풍부하게 갖춘 편입니다. 그러면서도 변신이나 펫 같은 추가 성장 요소라고 쓰고 돈 뽑을 구석은 별로 없죠.
가챠는 테스트 기간 동안 테스트에 맞춰 소환이 제공되어서 어느 정도다 라고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저는 마음에 드는 캐릭터와 쓸만한 캐릭터가 고루 나와서 좋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분명히 많을테니까요.
■ 뻔뻔해서 웃긴 저렴한 유머와 걸리적거리지 않는 룩앤필
다음으로 짚고 넘어갈 건 이 게임의 유머 코드입니다. 솔직히 한 줄로 말하자면 쌈마이한데 어이가 없어서 웃긴 타입인데요. 캐릭터만 보여드려도 바로 이해가 됩니다. 동대문 이정재(마스크에 썬글라스라 진위 확인 불가), 구마적(녹서스에서 다시 태어남), 동대문파 냉혈의 독사(나쁜사람 총으로 쏠 것 같음), 바람의 시라소니(북한말 쓰는 하이에나임) 등등. 말그대로 쌈마이 감성이 가득한데, 게임 자체가 땅따먹기라는 주제를 약간 조폭들의 세력 싸움 같은 느낌으로 표현하고 황당한 병맛 코미디를 뻔뻔하게 내놓고 있습니다.
박장대소는 아니지만 어이가 없어서 실소가 나오는 수준의 유머들
이게 솔직히 괜히 또 억지로 웃기려고 강조하면 노잼 아재개그가 될텐데 너무 뻔뻔해서 어이없이 웃기다고 할까요. 등장씬에서 병맛 분야의 권위자인 ‘보더랜드’ 식의 소개(이름 나오고 설명 한줄 나오고)를 하는걸보니 대놓고 노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웃긴게 세계관은 좀 진지합니다. 일종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상태가 된 한국을 무대로 하는데 갑자기 역병이 돌고 8대 재앙이 벌어지고 사람은 돌연변이가 되고 하늘에는 괴물이 나타나고. 근데 이것도 거창하기는 한데 열심히 설명하려고 하기보단 그냥 툭 던져놓아서 오히려 크게 걸리적거리지 않는 편입니다.
그동안 한국 모바일 게임들 중에 스토리를 잘 풀어나간 게임은 정말로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소재와 이야기 자체가 너무 진부한 것도 문제였지만 다른 것보다도 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90년대 JRPG 에서 하나도 나아진게 없다는게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어떤 판타지 세상에서 고대의 악이 있고, 그걸 봉인 또는 퇴치한 고대의 영웅들이 있고, 그랬는데 다시 위기가 도래하고… 소설이라면 읽다가 던질 법한 그런 뻔한 스토리텔링이죠?
그런데 그냥 이 게임은 처음부터 쌈마이함과 ‘대충 그렇다 치고 넘어갑시다’ 하는 느낌이 물씬해서 그런지 이 스토리도 아 그렇구나, 뭔가 심각한 일이 있어서 지금 서울이 개판이 됐구나 하고 넘어가게 됩니다. 만약 오히려 이 게임이 이 스토리를 정말 진지하고 장황하게 파고 들어서 주구장창 끌고 갔다면 지루했을 것 같네요.
그래픽의 경우는 쉽게 말해서 그 유명한 K-모에화, 또는 K-웹툰 스타일입니다. 그동안 이 그림체, 그래픽 스타일에 좋은 추억보다는 PTSD가 더 많을 한국 게이머들이지만, 이 게임에서는 이 게임 특유의 쌈마이함과 적당히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게 제가 이 게임 특유의 병맛과 쌈마이가 취향저격이라 다른 것도 마음에 드는건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뭔가 따로 논다거나 어색하거나 하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단지 이런 스타일은 좀 과하게, 오버스럽게 느껴지기 마련인데 게임의 다른 부분이 막나가다보니 묻히는 감이 있네요.
그렇게 게임의 전반적인 룩앤필, 느낌은 나쁘지 않습니다. 아트 스타일은 새로운 스타일은 아니지만 방향성 맞게 잘 정돈, 아니 질서있는 난장판이 되어있고 게임의 이야기도 게임의 몰입을 크게 해치거나 또 흥미를 잃게 만들지 않는 편입니다.
■ 소위 땅따먹기류의 한계, 과연 극복 가능한가?
이렇게 제 마음에 상당히 든 게임이긴 하지만, 걱정거리가 없는건 아닙니다. 일단 수집형에 전투 중심의 땅따먹기 게임이라는 건 제법 괜찮은 조화이지만, 두가지 모두 고질적인 문제가 있고, 그 문제가 둘 다 맥을 비슷하게 이어간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다행히도 방이여고는 실존하지 않습니다
수집형, 그리고 땅따먹기 둘 다 두가지 모두 일종의 유통기한이 있는 콘텐츠입니다. 특히 땅따먹기가 그러한데요. 영토를 두고 길드를 만들어 다투는 SNG와도 비슷한 문제입니다. 초반에 아직 미답의 영토가 많고 제대로 된 세력이 형성되기 전에는 게임이 매우 활기차게 돌아가지만, 모든 영토가 일단 주인이 생기고, 세력 구도가 한 번 형성되고 나면 그 이후에는 게임 흐름이 크게 정체되기 때문입니다.
캐릭터 수집과 성장도 계속해서 새로운 캐릭터와 성장 상한을 도입하지 않으면 명확하게 끝이 보이기 마련이고, 그렇다고 계속해서 캐릭터를 마구 추가하고 성장 상한을 늘리고 요소를 추가해나가면 막대한 파워 인플레에 시달리게 됩니다. 이는 앞서 이야기한 영토 기반의 땅따먹기라는 점과 맞물려서 극복할 수 없는 파워 갭을 형성하고, 한 번 정해진 세력 구도가 어지간해서 깨지지 않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물론 SNG 같은 이미 이런 문제를 겪은 게임들이 해결책을 내놓지 않은 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SNG 는 계속해서 새로운 서버를 열어 일종의 소프트 리셋을 반복하도록 유도함으로서 해결해왔습니다. 물론 이건 일종의 미봉책입니다. 근본적인 파워 인플레를 해결하지는 못하는 방식이니까요. 그런데 또 수집형 게임에서 플레이어 간의 파워 갭이 미비하다면 수집과 성장의 욕구를 전혀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이는 향후 정식 서비스 이후 시간이 흐르면 ‘빌딩앤파이터’ 가 분명히 마주할 위기일 것입니다. 과연 ‘빌딩앤파이터’ 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궁금증을 남기게 됩니다.
■ 오랜만의, 출시가 기다려지는 국산 모바일 게임
결과적으로, 이 게임의 전투는 상당히 잘만들었고 재미있으며, 땅따먹기라는 기본 구조 또한 지금까지도 먹히고 유효한 시스템입니다. 유머 코드나 아트 스타일은 좀 호불호를 타겠지만 게임 전체가 일관된 코드에 잘 맞춰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입니다. 다만 제가 이 게임의 모든 것을 플레이하진 못했고 아직 알파 테스트이기에 지금의 이 좋은 모습이 과연 정식 서비스 이후에도 계속될 것인가? 하는 걱정은 남습니다.
테스트 기간은 일주일 남짓이었지만 생각보다 많이 플레이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는데요. 물론 제 취향에 따른 평가이긴 하지만, 약간의 버그나 발열(이건 제 스마트폰이 Z플립3 라 그럴 수 있습니다)만 잡는다면 오랜만에 재미있게 할 국산 모바일 게임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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