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차승진
사진 차승진

밥을 먹는 날

- 차 승 진 -

 

퇴직하신 교수님 부부와 밥을 먹는 날
아내와 동행한 식탁에 앉아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십수 년의 풍경을 불러들여 이야기의 다리를 놓는다

어떤 일이 있어 호남 지역에서 하룻밤을
함께 보내며, 그런저런 이야깃거리가
화창한 봄날의 수채화를 그려 나가고 있었다

마주한 얼굴에는 이미 남은 시간의
어찌할 수 없는 유한함에 아쉬움이 번진다

창 넘어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의 행렬처럼
이제는 건강의 안부를 물을 때
지나간 것과 다시 돌아갈 것에 대한
궁금함보다 지금의 한 줄기 햇살을 위하여
마음의 축배를 다짐하는데

'밥보다 배부른 그 무엇이 있다는'
......
교수님 부인의 진지한 한마디가
서로의 귀를 모으는 긴장된 순간,
'지나간 내 자작 시의 내용을
집사람에게 다짐받듯 건낸다

" .........."

그 과분한 칭찬이 어색한 행간으로 남아서
나는 흘러간 시간을 덮어둔 책처럼 뒤적여 보며,

아내의 또 다른 한마디에
살아온 날들을 한바탕 웃음으로
...퉁치며,

한술 밥을 먹는 날

저작권자 © 위클리 김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