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차승진
사진 차승진

청춘 명화

-차 승 진 -

 
명문 villa 입구 경비실을 통과할 때
유리창 너머 벽에 걸린 낯익은 그림
말하자면 아리송한 추상화
반듯한 사각형 안의 빨강, 노랑, 파란색으로 칠해진
작가의 그림 한 점의 값이 수천억인가, 수백억인가
한다는 얄팍한 크기의 가치
이런 그림들이 돈으로 쌓여있는
재벌들 갤러리이나, 은밀한 장소에
고요히 명상에 들어있겠다

모임을 위해 들어가는 출입문 
경비실 의자 위에 나란히 걸려있는,
화가* 몬드리안의 추상화
진품이던, 짝퉁이던, 그건 중요하지 않는,
이 그림을 붉은 의자와 함께 
방문객이 드나드는 경비실에 배치한 
연출자의 기막한 배짱!

그래그래 그게 말이야,
명품이라는 말을 붙인, 그 작자나
그 작자의 명품 백을 손에 든 
여인들의 불타는 저력이나
따지고 보면 도긴개긴인데

그날 밤 우연히 훔쳐본 시추에이션
작가가 죽으면 작품 값은 
생기를 더해 펄펄 끓어 넘치는 
그림이 그림의 수명을 연장하는 미술품 경매장에서 
부피가 빵빵하게 불어난 돈으로 
낙찰된 한 점. 한 점을 모셔놓은
주인보다 오래오래 살아있을
명화인지, 명품인지, 명물인지
그런 이유가 있는 것들에 대하여 
나는 지금 황금빌라를 걸어 나오며
인생의 청춘 명화를 생각하는가...

*네덜란드 태생 화가로서 수직, 수평, 삼원색,무채색을 사용하여
 붉은 원색을 통한 리듬감으로, 차가운 추상이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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