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차승진
사진 차승진

옥수수가 사는 밭

- 차 승 진 -

 

나무도 나이 들어 늙어가는 덩굴 숲
여름 땡볕이 구름에 가려 쉴 무렵
한바탕 매미가 울어 젖힌다
맴맴맴맴

저 쪼끄만 날개 속에 울음통
산골 마을 이장님의 전용 확성기보다
매몰찬 날개 터는 소리
매 엠 매 엠 맴맴

나무도 나이 들어 늙어가는 덩굴 숲
개울물 세차게 흘러가고 나면
은은하게 비춘 구름장 아래
이 마을 사람들 더위를 식히러 웃통을
벗고 바지를 내리고 마지막 자존심까지
홀딱 벗어버리고
풍덩 풍덩

미역을 감던 적당히 숲으로 감춰진 개울
등허리를 따끈하게 감싸 안던 햇살
김홍도의 풍속화 한 폭이 바람결에
날리어 오는 한낮
매미는 또 한차례 바람을 일으켜 세우고
아직 덜 여문 옥수숫대 키를 키우는
텃밭

연분홍빛 옥수수수염을 빼 족이 내민
한여름이 무르익어 가는, 후미진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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