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 덕양산에 자리하고 있는 행주산성은, 과장을 조금 보탠다면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산성이 아닐까. 학교에서 역사를 배웠다면 누구나 임진왜란 당시 권율 장군이 왜군을 대상으로 행주산성에서 대승을 거둔 1593년의 행주대첩을 들어봤을 것이기 때문이다. 행주대첩은 군인뿐만 아니라 의병, 승병, 심지어 부녀자까지 모두 합한 단 2,300여 명의 사람들이 왜군 3만여 명을 상대로 대승을 거뒀던 전투였다. 이는 조선의 아픈 역사이기도 한 임진왜란에서 가장 크게 이긴 세 번의 대첩 중 하나로 손꼽히기도 한다. 

행주산성 행주대첩비(출처: 문화재청)
행주산성 행주대첩비(출처: 문화재청)

무척 다행스럽게도 많은 시간이 지난 오늘날 행주산성에서는 더 이상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 군사적인 목적으로 사용되지도 않는다. 멋지면서도 슬픈 역사를 간직한 이 행주산성이 이제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나들이 장소, 데이트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묘한 위안을 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행주산성은 장소 그 자체의 매력만으로도 사람들의 발길을 머물게 하기 충분하다. 

행주산성 모습(출처: 문화재청)
행주산성 모습(출처: 문화재청)

행주산성 역사

행주산성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돌을 쌓아 올린 석성의 형태가 아닌, 흙을 이용한 토축산성이다. 흙으로 세운 것이 아직 이토록 건재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남아 있는 성곽의 모습은 꽤 웅장한 편이다. 물론 성벽이 완벽히 예전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것은 아니어서, 현재의 성벽은 산 정상부의 동남쪽 사면과 외성부의 동북쪽 정도가 보존되어 있다. 북서쪽의 경우 내성만 남아 있고 외성은 없다. 

행주산성 내 덕양정(출처: 문화재청)
행주산성 내 덕양정(출처: 문화재청)

우리는 대체로 행주산성을 조선시대의 주요 역사적 사실이 일어난 곳이라고만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성의 역사는 훨씬 오래 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삼국시대에 지어져 고려시대에도 활발히 사용되었을 거라고 한다. 아주 유서 깊은 장소에 들어서면 그 건축물과 터가 사람에게 강렬한 기운을 주는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하는데 행주산성 역시 그렇다. 

권율도원수동상(출처: 문화재청)
권율도원수동상(출처: 문화재청)

행주산성 산책하기

행주산성은 그리 높지 않은 덕양산을 두르고 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트래킹을 나서기 좋은 장소다. 마침 고양시에서 조성한 산책로인 누리길 코스 중 제5코스가 ‘행주산성역사누리길’이기도 하다. 이 코스는 분단 이후 50년 만에 일반인들에게 공개가 되어 더욱 화제를 모았던 한강변 철책선을 포함하고 있어 그 특별함을 더한다. 구체적인 코스는 아래와 같다.
-코스: 대첩문→충의정→대첩비→진강정→팔각초소전망대→고양시정연수원(인재개발원)→대첩문 
-거리: 3.7km
-예상 소요시간: 약 1시간 30분

행주산성 내부 풍경(출처: 문화재청)
행주산성 내부 풍경(출처: 문화재청)
행주산성 내부 풍경(출처: 문화재청)
행주산성 내부 풍경(출처: 문화재청)

지금의 행주산성은 모두에게 열려 있다. 역사적 장소를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오는 가족 단위 방문자,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 찾아온 연인들, 사색을 즐기고 싶은 혼자…행주산성은 이 모두를 환영한다. 특히 최근에는 주변으로 카페처럼 힙한 장소들도 생겨나고 있어 산에 오른다는 부담도 많이 덜 수 있다. 조금 걷다 힘들면 식사나 디저트를 즐기며 기력을 보충할 수 있으니 말이다. 

행주산성 먹거리촌 풍경(출처: 한국관광공사)
행주산성 먹거리촌 풍경(출처: 한국관광공사)

지금 행주산성은 야간 문화행사 기간 중

현재 행주산성은 밤의 행주산성을 경험할 수 있는 ‘행주가(街) 예술이야(夜)’ 행사가 11월 24일까지 진행 중이다. 전시와 공연, 문화체험 등 다양한 경험을 아름다운 행주산성의 야경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다. QR코드를 곳곳에 구축해 이곳의 풍부한 역사적 사실들을 걷기와 더불어 알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고양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하는 탐방도 가능하므로 홈페이지에서 예약 후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다만 탐방 인원은 현재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 완료자 4명을 포함하여 총 6인까지 참여할 수 있으니 서둘러야 할 것 같다. 

행주산성 충의정(출처: 문화재청)
행주산성 충의정(출처: 문화재청)

이밖에도 버스킹, 영화제 등이 행주산성역사공원에서 펼쳐진다고 하니 자세한 일정은 검색을 통해 확인 후 방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무래도 밤이라면 대중교통보다는 자차를 이용하게 될텐데, 행주산성은 그에 대해서도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 행주산성 공영주차장이 운영 중이므로 주차 후 도보로 행주산성까지 이동할 수 있다. 

바람이 선선해진 가을날이 이제 얼마나 더 남아있을지 우리는 알 수 없기에, 최선을 다해 누리는 수밖에 없다. 행주산성이 그 가을 누리기에 가장 알맞은 장소 중 하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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