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 ‘수령복·장군복·대장복’ 옷인 줄 알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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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칼럼] ‘수령복·장군복·대장복’ 옷인 줄 알았더니
  •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승인 2020.02.1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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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시사주간=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예전에 국경전문기자로 발을 들여 놓을 때의 일이다.

·중 접경지역에서 북한의 어느 소도시를 들여다보는데 장군복 수령복이라는 간판이 눈에 띄었다. 당시엔 이게 무슨 말인지 몰라 나름대로 이렇게 정리했다. 북한이 배급사회니까 수령이나 장군이 입는 옷을 주민들에게 기성품으로 나눠준다고 생각했다.

국내에 들어와 한 탈북자와 찍어 온 사진을 늘어놓고 북한의 실상에 대해 얘기하던 중 수령복 장군복이라는 사진을 보고 자랑삼아 얘기했더니 그는 한참을 웃었다. 그러더니 정말 모르냐고 되물었다. 그건 수령님으로부터 받는 복, 장군님으로부터 받는 복이라고 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복 복()자를 옷 복()자로 이해했으니 웃음이 터질 만도 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옷을 나눠주는 북한 특성상 디자인 보다는 사이즈만 고르게 하기 위해 하는 것으로 알았다.

중국에서는 시골 노인네들도 마오쩌뚱 복장에 모자까지 쓰고 다니니 북한도 이럴 것이라고 단정한 게 잘못이었다. 그러고 보면 수령복이나 장군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이 없는 듯해 고개가 끄덕여졌다.

20116월인가 수령복’ ‘장군복옆에 대장복이라는 비석이 세워진 적이 있다. 평양 보통강호텔 진입로에 북한의 후계자 김정은을 찬양하는 대장복(大將福·김정은을 대장으로 모시는 것이 인민의 복이란 의미)’ 비석이 화강암에 붉은색 글씨로 새겨졌다.

사실 대장복이란 표현은 김정은을 찬양·선전하기 위해 2010927일 김정은이 북한군 대장 칭호를 받으면서 만들어졌다. 그 전의 김정은 호칭은 청년대장이었다. 북한의 공장 내부 등에 대장복이라고 쓰여진 선전판이나 구호가 관영 조선중앙TV 화면을 통해 드러난 적은 있어도 평양 시내 외국인 전용 호텔에 등장한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당시 정보당국은 북한의 후계 체제 구축이 외국인에게 드러낼 정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간부들에게 “(후계자인 김정은 때문에) 내가 이제 편해졌다는 말을 자주했었다는 소리도 있었다.

2009년에는 북한 노래 발걸음이라는 게 조선중앙TV를 통해 처음 소개됐다. 행진곡풍의 이 노래는 척척척척척 발걸음 우리 김대장 발걸음/2월의 정기 뿌리며 앞으로 척척척/발걸음 발걸음 힘차게 한번 구르면/온나라 강산이 반기여 척척척.”

꼬마대장 김정은을 세상 밖으로 내놓으며 주민들이 찬양할 수 있도록 그의 데뷔를 노래로 이끈 셈이다.

어쨌거나 북한 주민들이 정말 복을 받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북한 주민들로부터 이런 3가지 복을 받았다는 사람을 아직 만나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3가지 복 중에 한 가지 복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딴판이라고 했다.

최근에 만난 한 탈북자는 북한주민은 감옥 속에 살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며 오히려 역정을 냈다. 그러면서 3가지 복은커녕 복()자가 곡()자 아니냐고 되물었다. SW

ys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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