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금융기관 사칭한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 기승

직장인 A씨(39•여)는 대출이 필요하여 여러 금융기관들의 대출 조건을 비교해 보고 있던 차에 대출을 안내하는 전화를 받게 되었다.

롯데캐피탈 상담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연체만 없으시면 대출 가능하신데요”, “저희가 행정상 이율을 먼저 안내해 드릴 테니 이율 조건 들어보시고 이율이 고객님 마음에 드시면 그때 결정해 주시면 돼요”라며 친절하게 안내를 시작했다. 그리고 대출에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려는 듯 “저희가 나이 제한이 있는데 몇 년생이세요?”, “직장은 다니시고 계세요?”, “4대 보험 가입되셨나요, 고객님?”, “근무 기간은 얼마나 되셨어요?” 등 질문을 쏟아냈다.

그러다 “연봉은 어느 정도 되시고요?”라는 질문에 A씨가 대답을 주저하며 “지금 회의 중이니까요, 나중에 전화 주세요”라고 하자 갑자기 상담사는 태도를 바꾸어 “안해, 안해. 끊어, 이년아!”라고 화를 내며 전화를 끊었다.

갑자기 욕을 먹은 A씨는 너무 황당하여 롯데캐피탈에 항의하려고 홈페이지에 접속했는데, 홈페이지에는 롯데캐피탈 사칭을 주의하라는 팝업창이 떠 있었다.

출처: 롯데캐피탈 홈페이지 (롯데캐피탈을 사칭하는 사이트나 대출상담사를 주의하라고 경고하고 있다.)
출처: 롯데캐피탈 홈페이지 (롯데캐피탈을 사칭하는 사이트나 대출상담사를 주의하라고 경고하고 있다.)

▶ 유명 금융기관을 사칭하며 대출을 빙자한 사기 행각 증가세

A씨는 다행히 돈을 잃지 않았지만, 이렇게 대출을 해 주겠다며 접근해 돈을 뜯는 소위 대출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보이스피싱의 일종으로 분류되는 대출사기는 제도권에서 대출받기 힘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여, 보다 간단한 절차만으로 대출해 준다거나 기존의 대출금리를 낮춰주겠다며 현혹한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http://www.fss.or.kr/)은 2020년 상반기 불법사금융 신고센터(전화 1332) 운영실적을 발표했다. 총 63,949건의 피해 신고 중에서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한 서민금융상담을 제외하면, 대출사기•보이스피싱 22,213건(34.6%), 미등록 대부 1,776건(2.8%), 불법 대부광고 912건(1.4%) 순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불법 대부 관련 신고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코로나19 사태를 틈타 자영업자•일용직 등 금전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의 불법 대부 피해 신고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검찰 등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은 오히려 감소했으나, 저금리 대환대출 또는 통합 대환대출 등을 빙자한 대출사기 피해 신고 건수는 2019년 하반기 10,192건에서 2020년 상반기 13,530건으로 32.8% 증가했다.

사실 2020년 이전에도 대출사기는 이미 증가 추세에 있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4월까지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 건수는 총 11,196건, 피해 금액은 1,184억 원에 달했는데, 그중에서 대출사기형의 비중이 제일 컸다. 대출사기형은 전체 발생 건수의 81%, 피해 금액의 66%를 차지했다. 대출사기형은 금융기관을 사칭하여 대환대출(고금리→저금리), 신용등급 상향, 보험료, 공증료 납부 등 대출에 필요하다며 갖은 명목으로 선입금을 요구하는 수법이다. 사칭 대상은 캐피탈(33.3%, 3,017건), 시중은행(28.2%, 2,555건), 저축은행(21%, 1,901건), 특수은행(9%, 819건), 대부 업체(3%, 269건) 순으로 많다.

2018년 한 해 동안 전화금융 사기는 총 34,132건(피해 금액 4,040억 원) 발생했는데 그중 대출사기형 전화금융 사기가 27,911건(피해 금액 2,610억 원)에 달했다. 대출사기형 전화금융 사기는 피해 금액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6년 927억 원에서 2017년 1,503억 원으로 급증하였고, 2018년에는 2,610억 원으로 늘어난 것이다.

▶ 젊은 여성들이 지속적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어 대책 마련 절실해

경찰청은 특히 젊은 여성들이 보이스피싱의 표적이 되고 있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대출 수요가 많은 40~50대를 대상으로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이 빈발하는 가운데, 20~30대 여성을 표적으로 한 경찰•검찰•금감원 등 공공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청은 지난 2017년 4월 6일, 금감원과 함께 젊은 여성을 표적으로 한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위해 피해 경보를 발령한 바 있으나 여전히 20~30대 여성 피해자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했으며, 특히 교사나 간호사 등 전문직•사무직 여성의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30대의 젊은 여성들은 사회 초년생으로 사기 등 범죄에 관한 직•간접적 경험이 적어 사기에 대한 의심이 적고, 사기범이 피해자의 개인 정보를 언급하면 쉽게 속는 경향이 있어 피해의 폭이 크다는 것이 경찰청의 분석이다.

경찰청은 전화금융 사기 등 지능범죄의 발생과 피해 규모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2020년에도 적극적인 검거 활동을 통해 범죄자가 응당한 형벌을 받게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검거될 확률이 높고 처벌의 정도가 심할수록 범죄 억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찰청은 2020년 6월부터 10월까지 보이스피싱, 불법 대부업 등 ‘서민경제 침해사범 특별단속’을 벌였는데, 그중 7월 한 달 동안 집중 검거활동을 통해 290명을 검거했다. 특별단속 초기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 금융 사기 범죄, 불법사금융 등 5개 분야를 집중적으로 수사한 것이다. 전화금융 사기와 관련해서 대전 광역 수사대는 중국 소주 시 공안과 공조수사로 7명을 검거하여 추방 결정을 받게 했다. 2019년 5월 3일 중국 강소성 소재 전화금융 사기 콜센터를 운영하며 범행을 저지른 조직원 10명을 인터폴에 적색수배 조치하고 같은 해 11월 27일 중국 공안의 협조로 7명을 검거한 것이다. 전화금융 사기는 인적•물적 범행 기반이 해외에 있어 우리 수사력이 미치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유기적인 국제 공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대출사기 등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지른 조직원들은 범죄단체조직죄로 엄하게 처벌받는다.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들에게 금융기관을 사칭하여 신용등급을 올려 낮은 이자로 대출을 해주겠다고 속여 신용 관리 비용을 편취할 목적으로 사기 조직을 구성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이 조직을 형법상 범죄단체로 보았다(2017도 8600). 이 조직은 보이스피싱이라는 사기 범죄를 목적으로 구성된 다수인의 계속적인 결합체로서 총책을 중심으로 간부급 조직원들과 상담원들, 현금 인출책등으로 구성되어 내부의 위계질서가 유지되고 조직원의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는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갖추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범죄단체를 조직하거나 그 구성원으로 활동한 사람은 그 단체가 목적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받는다. 그래서 형량이 높아지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이 직접 실행한 범행 외에도 다른 조직원들이 실행한 전화 대출사기 범행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편취한 범죄수익은 추징의 대상이 된다.

▶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검거와 법원의 엄한 처벌만이 보이스피싱을 줄일 수 있어

금감원은 보이스피싱 지킴이(http://phishing-keeper.fss.or.kr)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실제 보이스피싱 범죄자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경찰청 치안 1번가(http://police1st.go.kr) 사이트에도 실제 상황이 공개돼 있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실제 상황을 들어보면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과거 KBS 개그콘서트의 ‘황해’ 코너에서 보이스피싱을 코믹하게 표현하여 큰 인기를 끌었지만, 실제 보이스피싱 상황은 그렇게 나이브하지 않고 범죄자들은 조금도 어눌하지 않다. 내 개인 정보뿐만 아니라 주변인들의 정보까지 다 섭렵한 채 걸려오는 전화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십상이다.

불법 대부 피해를 당했을 경우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센터(전화 1332)로 신고하면 수사 의뢰와 함께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대출을 받을 때에는 정식으로 등록된 금융회사인지 금감원 금융소비자정보 포털 파인(http://fine.fss.or.kr)에서 확인해야 한다. 나도 모르게 개설된 계좌 또는 대출은 계좌정보통합관리서비스(https://www.payinfo.or.kr)에서 확인할 수 있고, 핸드폰 개통 여부는 한국 정보통신진흥 협회(https://www.msafer.or.kr)의 가입 사실 현황 조회 서비스를 이용해 알 수 있다.

또, 유튜브 채널 ‘불법사금융 그만’을 통해 피해 예방과 구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경찰청은 “보이스피싱은 특정한 성별•연령층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피해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경찰청•금감원 등에서 제공하는 범죄 수법이나 예방 방법, 행동요령 등에 대해 평소 관심을 갖고 숙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항상 새로운 수법으로 접근하는 사기 행위를 미리 숙지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피해가 발생이 되어야 비로소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닌,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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