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교류의 상징이다. 우리나라는 반세기 전 1969년 4월 12일 경인고속고로가 개통되고 처음 고속버스가 운행, 1일 생활권 시대를 연다. 이보다 70년 앞선 1899년 9월 19일 경인선 개통 이래 철도는 우리 삶의 일부라고 할 정도로 발 노릇을 톡톡히 했다.

일본 신칸센 고속철도가 출발하는 도쿄 역 19번 플랫폼에는 세계 최초 고속철도의 아버지라 불리는 소고신지(十河信二) 흉상이 서있다. 그리고 그 아래 적혀 있는 ‘일화개 천하춘(一花開天下春·한 송이 꽃이 천하의 봄을 연다)’이란 글은 철도 르네상스를 예견케 한다.

우리 역시 21세기 한민족의 시대를 맞기 위해선 철도 부흥을 이룩해야 한다. 물류수송 활성화를 위해 표준화와 자동화, 화물정보화를 통한 복합운송시스템을 갖춰 첨단 서비스를 제공해야겠다.

나아가 ‘북한의 빗장’을 열어 열차가 유라시아 대륙을 달려가야 한다. 그러면 남북 분단·불통(不通)에 따른 민족의 아픔도 사라질 것이다. 물론 “임무는 무겁고 갈 길은 멀다(任重而道遠)”는 ‘논어’의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힘을 내야 한다.

철도는 사람살이의 행로를 닮았다. 동서양을 떠나 인간 냄새 물씬 나는 정한을 가득 담고 있다. 어디 이뿐인가. ‘평화와 번영의 길’이다. 남북한 간 경의선·경원선·동해선 등 철도 연결을 통해 한반도 평화 정착과 동북아 안정 및 새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

남북 철도 연결은 대한민국이 ‘섬’을 벗어나 한민족의 웅지를 펼치는 날을 맞게 하기에 기대가 크다. 한반도 종단철도(TKR) 운행은 신뢰와 상호이익의 상징어인 것이다. 군사분계선으로 잘린 한반도 종단철도를 먼저 잇고, 이를 중국대륙 횡단철도(TCR) 및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연결해 유럽으로 가는 21세기 꿈의 실크로드다.

KTX가 통일기차 돼 대륙을 누비는 날을 고대한다. 이 고속철도가 거치는 남한과 중국의 도시인구만 약 1억 명이다. 파리와 런던을 연결하는 유로스타 연선의 인구가 3600만 명인 것을 고려하면 남북중 고속철도로 연결되는 한나절 생활권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거대한 고속철도 경제권으로 도약할 수 있다.

남·북·중 고속철도는 이런 희망을 이루는 강력한 지렛대로서 우리 민족의 통일과 동아시아의 평화·번영을 선도할 ‘신의 한 수’라고 하겠다. 상상해보자. 부산·목포에서 출발한 열차가 서울을 거쳐 평양∼베이징∼몽골∼모스크바∼네덜란드 로테르담의 라인강 하구까지 사람과 물자를 나르는 그 모습을! ‘신세계’가 따로 있을 수 없다. 팍스 코리아나, 한국에 의한 세계평화는 꿈이 아니다. 오늘은 ‘철도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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