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잘못된 전례가 계속되는 것은 힘써 바로잡아야 하고, 간혹 그중에서 개혁하기 어려운 게 있으면 나만은 잘못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凡謬例之沿襲者 刻意矯革 或其難革者 我則勿犯).”

청백리 다산 정약용 선생이 조선 후기 탐욕에 빠진 관료들을 향해 던진 경책이다. 요즘에도 곳곳에서 행해지는 부정부패는 식색(食色)을 탐하는 물질만능주의에서 비롯된다. 도덕성 해이다. 그 중심에 일부 공직자들이 자리하고 있다.

다산은 ‘목민심서’ 율기편에서 “청렴은 목민관의 본무요, 모든 선의 근원이며, 모든 덕의 근본이니 청렴하지 않고서 목민관이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廉者牧之本務 萬善之源 諸德之根 不廉而能牧者未之有也)”라고 가르치고 있다.

그러면서 공직자의 청렴 수준을 세 등급으로 나누고 있다. 첫 번째는 나라에서 주는 봉급 이외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만일 먹고 남는 게 있더라도 집으로 가져가지 않고 돌아가는 한 필의 말만 남는 것이 참된 청렴한 공직자라고 했다. 그다음은 봉급 이외에 명분이 바른 것은 먹되 명분이 바르지 않는 것은 먹지 않으며 먹고도 남는 것이 있다면 집으로 보낸다. 가장 아래로는 이미 전례가 있는 것은 비록 명분이 바르지 않더라도 먹되 아직 전례가 되지 않은 것을 자신이 먼저 전례를 만들지 않는 수준이라고 했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국민들의 주거안정 업무를 담당해야 할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들이 문재인 정부의 3기 신도시 중 최대 규모인 경기 광명·시흥지구에 100억 원대 토지를 투기성으로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들이 사들인 농지에 발표 직후 대대적인 나무심기가 벌어진 정황도 있다. 모두 보상을 노린 것으로 여겨진다. 가뜩이나 집값·전셋값 상승으로 서민들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판에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셈이다.

이번에 파악한 지역 외에도 다른 3기 신도시 대상지, 본인 명의 외에 가족이나 지인의 명의를 동원한 경우 등으로 조사범위를 확대하면 그 규모는 더 커질 개연성이 짙다. 아닌 게 아니라 이번 사안의 경우 특정지역 본부의 직원들이 특정 토지의 공동소유자로 돼 있고, 여기에 공동으로 유사한 시기에 해당 지역의 토지를 동시에 매입한 것을 볼 때, 이런 잘못된 관행이 많이 있으리라는 것은 불 보듯 훤하다.

“공직자는 이익으로써 이로움을 삼지 않고, 의로움으로써 이익을 삼아야 한다고 일컫는 것이다(此謂國不以利爲利以義爲利也).” ‘대학’의 가르침이다. 공직에 대한 철학이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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