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혜의 조명 이야기] 광화문광장과 미디어파사드
[백지혜의 조명 이야기] 광화문광장과 미디어파사드
  • 백지혜 디자인 스튜디오라인 대표, 서울시좋은빛위원회 위원
  • 승인 2022.01.1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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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혜 건축조명디자이너/디자인스튜디오라인 대표

말 많았던 광화문 광장이 올 여름 준공을 목표로 열심히 공사 중이라고 한다.

광화문 광장이 위치한 세종대로는 조선시대 때부터 존재하던 그 시대 가장 넓은 거리로 육조가 배치되어 있어 일반 평민보다는 공직자들이나 외국의 사신이 주로 이용했던 거리였다. 일제강점기에는 광화문통으로 불리며 그 품격을 잃는 수난을 거치고 광복이후 서울을 대표하는 거리로 국가의 권위를 가득 담은 기념비 적인 장소, 세종로가 된다.

이순신 장군 동상과 자동차 도로 뿐이었던 세종로가 사람이 중심이 되는 보행 거리, 세종대로로 그리고 시민의 광장으로 그 의미가 달라졌고 이제는 문화의 중심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담은 서울의 대표 관광지로서 가치의 확장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계획을 살펴보면 월대 뿐 아니라 사헌부 터, 의정부 터 등 육조 터의 복원, 조선시대 배수로 등 훼손되었던 역사성을 회복한다는 내용이 있어 새롭게 조성될 광화문 광장에 대한 기대가 더욱 크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여행이 어려워지고 온라인에 의존하는 생활이 길어지면서 세계 주요 도시들이 상징적인 이벤트나 대표하는 이미지들을 담아 동영상 플랫폼을 이용하여 정보를 공유하고 홍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빛축제가 취소된 작년, 베를린 빛 페스티벌 기간 동안 베를린의 상징적인 건축물들 그리고 베를린 시내의 모습이 예술 콘텐츠 프로젝션이나 장식조명으로 다양하게 연출되어 그 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송출되었고, 직접 베를린을 가지 못한 나는 동영상을 통하여 베를린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라이트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었다. 코로나가 끝나면 꼭 가보리라는 다짐도 하고..

광화문 광장의 재구조화 사업은 역사성의 회복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

문체부에서 발표한 광화시대라는 행사를 보면 광화문 광장 일대에 5G기술 기반으로 증강현실, 홀로그램 기술등을 활용한 실감형 미디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미디어 아트 프로그램이 계획되어 있다고 한다. 방탄소년단이나 오징어게임을 계기로 K-POP이나 놀이등 한국의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있는 지금, 최첨단의 기술을 이용한 미디어에 광화문 광장 천년의 역사를 콘텐츠에 담고 이것들을 광화문 광장 일대 건물에 영상으로 송출한다면 우리가 가진 역사와 문화 그리고 기술까지 한 번에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의 다양한 빛을 다루는 야간경관 전문가로서 몇 가지 우려되는 바를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다양한 크기와 형식의 미디어파사드가 주변의 야간경관에 미치는 영향 혹은 그것 때문에 생기는 효과에 대한 고민과 미디어파사드 간의 공존을 위한 거시적인 체계에 대한 검토가 선행되었는지 궁금하다. 이미 오래전부터 세종문화회관의 입면에는 미디어 영상이 구현되고 있고 광화문 광장을 조성하면서 해치마당에는 약70미터에 달하는 미디어 월이 계획되어 있다. 여기에 광화시대에서 계획하는 8개 장소 중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입면의 광화벽화와 세종문화회관 뜨락의 광화풍류를 위한 미디어파사드, 2곳이 더해지는 것이다. 또한, 광화문 및 주변 성벽에는 경관조명이 설치되어 있어 스케일 면에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빛요소라고 할 수 있다.

계획된 미디어파사드 별로 즐기기 위한 장소의 물리적인 특성 - 미디어 면으로부터의 충분한 거리, 많은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충분히 넓은 공간, 영상 관람 시 방해되는 빛요소 등 - 는 적절한지 검토하고 이들 간의 체계를 만들어 서로 시각적인 간섭이 없도록 계획하여야 할 것이다.

그 다음으로 미디어 파사드 별로 영상의 컨텐츠에 대한 컨셉 방향 설정이 공유되었는지 궁금하다. 이제까지 발표된 광화풍류와 광화원, 광화인의 컨텐츠를 보면 광화문이라는 장소의 역사성이나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담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역사성과 문화적 정체성을 강조하다보면 다양하고 창조적인 컨텐츠를 만들어 내기 어렵다고 이야기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다수의 미디어 영상의 컨텐츠에 큰 이야기 줄거리, 광화문 광장 주변 미디어파사드에서 구현되는 컨텐츠의 컨셉은 다른 도시, 다른 목적을 가진 그것과는 달라야 하지 않을까

더군다나 콘텐츠진흥원에서 주관하는 광화벽화와 광화문 광장 미디어월 그리고 세종문화회관의 미디어파사드가 모두 다른 주체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것도 통일된 컨텐츠의 방향을 공유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서 더욱 우려가 된다.

세 번째로는 미디어파사드 운영에 대한 철저한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디어파사드를 지속적으로 운용하기 위하여 콘텐츠 제작과 하드웨어 유지 관리등 지속적인 비용이 필요하다. 또한 전담할 전문 인력도 확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어마어마한 예산을 들여 미디어파사드를 만들어 놓고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사례는 매우 흔하다.

또한 미디어파사드는 빛공해 방지법 상 송출 가능한 시간이 정해져 있어 영상이 나오지 않는 시간에는 입면이 어떤 상태일지에 대한 고민도 해야한다. 빔 프로젝터에 의한 미디어 파사드라면 문제가 없지만 엘이디 패널이나 미디어 스크린 같은 경우에는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빔 프로젝터에 의한 미디어파사드일 경우 빔프로젝터의 설치로 주간 경관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사업 이후 광화문 광장의 정체성은 미디어파사드에 의해 결정될 지도 모를 일이다. 광화문 광장의 야경이 맨해튼의 타임스퀘어나 라스베가스처럼 보여지지 않도록 미디어 파사드 운영 주체들은 보다 세심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