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관계를 벗어난 의혹제기...언론의 ‘투기’ 프레임에 갇힌 더불어민주당

[뉴스프리존] 도형래 기자= 박주민 의원이 다시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4·7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이유가 ‘부동산 정책’의 실패에 있다는 평가가 팽배하자 박주민 의원이 이번에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은 어떤 부동산 대책이 있느냐는 물음을 던졌다는 이유에서다. 

박주민 의원은 지난 15일 오세훈 시장을 향해 “재건축·재개발로 서울시 집값이 더 올라가지 않겠냐는 우려에 노하우가 있다고 얘기한 바 있다”면서 “실제로 어떤 대책이 있는지 정확히 말해달라”고 자신의 SNS에 게재했다. 박주민 의원은 서울 은평구갑을 지역구로 두고 있기 때문에 최근 당선된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에게 이 같은 물음을 던지는 건 일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일부 보수언론과 국민의힘은 이를 “염치없음”으로 받았다. 국민의힘은 논평을 통해 “이제는 내로남불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박 의원이 자신의 SNS에 납득하기 어려운 말을 남겼다”며 “임대료를 낮춰서 재계약을 했다더니, 그 사이 국민을 기만한 죄도 사라진 줄 아는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박주민 의원은 지난해 7월 자신이 보유한 아파트를 보증금 1억원, 월세 185만원에 임대를 내줬다. 기존 임대료는 보증금 3억원에 월세 100만원이었다. 연 4%의 전·월세 전환율로 따지면 임대료 9%를 올려 받은 셈이다. 신규계약이기 때문에 당시 제정된 임대차 보호법 적용을 받지 않았지만 야당과 언론의 비난을 받았다. 

주택 한 채만 가진 박주민 의원이 임대료 9% 인상을 한 게 욕먹을 만한 일인지에 대한 논란이 분분했지만 금태섭 전 의원의 한 마디로 박주민 의원은 '내로남불'의 대명사가 됐다. 금태섭 전 의원은 이 문제를 “논점은 왜 남들한테는 5% 이상 못 올리게 하고 너는 9% 올렸냐”라고 정리했다. 금태섭 전 의원의 주장은 박주민 의원이 임대차 보호법을 발의해 임대료를 5% 보다 못 올리게 하고 자신은 9%를 올렸다는 비난이다. 

박주민 의원은 거듭 사과했지만 국민의힘과 일부 언론사들은 박주민 의원의 사과에 ‘내로남불’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며 조롱했다. 

박주민 의원은 논란이 불거진 일주일만에 세입자와의 재계약을 통해 임대료를 9.3% 낮췄다. 같은 당 송영길 의원을 통해 이 사실이 알려졌다. 송영길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며 “비판을 수용하고 해명보다는 실천으로 화답하는 모습이 박주민답다”고 말했다. 

여권의 차세대 유력 정치인으로 주목받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한, 언론의 심각한 공격이 계속 진행 중에 있다. 재보궐선거를 코 앞에 두고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사진=연합뉴스)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보는 언론의 ‘잣대’

박주민 의원보다 더 비싼 아파트를 소유하고서 임대료를 더 높이 올린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논란 조차 안됐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140m²의 서울 서초구 반포아파트 임대보증금을 4억3000만 원에서 5억3000만 원으로 23.3% 올렸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주위 시세에 맞춰서 그렇게 했던 것이고, 가격이 형성되면 특별히 높게 받을 수 없지만 낮게 받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지 않냐”고 해명했다. 

‘임대료 낮춰 받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친다’는 해명의 시비는 뒤로하고서도 주호영 원내대표의 임대료 보도를 신문지상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조선일보의 경우 ‘주호영’과 ‘임대료’를 같이 거론한 기사는 단 2건에 불과했다. 한 기사는 주호영 의원이 임대료를 올린 사실과 전혀 상관없는 기사였고 다른 한 기사는 조국 전 법무장관의 SNS의 발언을 보도한 기사다. 

중앙일보는 관련 보도가 1건에 불과했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MBC 라디오에 출연해 관련 해명을 보도한 기사다. 동아일보는 [여야 의원들도 전세보증금 5% 넘게 올렸다]기사를 통해 민주당 의원들과 주호영 의원을 함께 다루면서 물타기를 했다. 

같은 기간 박주민 의원 임대료 보도는  조선일보 21건, 중앙일보 25건, 동아일보 19건에 달했다. 최소한의 균형감도 없는 보도행태다. 

가혹한 언론보도...원인은 ‘기대치’의 차이 

송영길 의원은 이같은 언론의 이중잣대와 가혹한 비판이 ‘기대치’의 차이에서 나온 것이라고 봤다. 송영길 의원은 자신의 SNS에서 “국민의힘 의원이 우리가 정한 기준 5%보다 더 높게 임대료 인상을 했다고 해도 언론이나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되지 않았을 수 있다. 이것은 박주민을 비판하는 언론의 문제가 아니라, 애시당초 국민의힘 정치인들에게는 이런 부분에 대한 기대치가 낮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에 대한 기대치가 낮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과 박주민 의원만 이슈가 된다는 분석이다. 

송영길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화면
송영길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화면

지난해 경실련은 21대 총선 당시 선관위에 신고한 국회의원들의 부동산 재산을 분석했다. 당시 미래통합당이라는 당명을 썼던 국민의힘의 부동산 신고액 총액은 2139억원에 달했다. 1인당 평균 20억 원이 넘는 금액이다. 이를 미래통합당 상위 10%로 한정하면 1인당 평균 100억원이 넘는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 가운데 다주택자는 40%에 달했고, 부동산 관련 입법을 수행하는 국토부 소속위원 가운데 10명이 다주택자였다. 

경실련은 “국민 평균의 7배나 많은 부동산재산을 보유한 국회의원들이 과연 서민과 주택가격 안정을 위한 의정활동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다주택을 보유한 부동산부자 의원들이 국토위, 기재위 등 유관 상임위에서 활동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1인당 평균 부동산 보유액은 9억8천만원이었다. 

높은 기대치, 엄격한 잣대도 좋지만, 사실 관계는 확인하고 ‘투기’ 의혹 제기해야

높은 기대치,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더라도 사실의 범주에서 벗어나서는 안된다. 사실에서 벗어난 보도로 민주당 소속 기초자치단체장이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였다. 바로 이강호 인천광역시 남동구청장의 ‘투기 의혹’이다. ‘농지법 위반’ 혐의로 시민단체가 이강호 구청장을 고발했지만 언론은 농지법 위반 여부보다 ‘부동산 투기’ 프레임 씌우기에 힘썼다. 

이강호 구청장은 시의원 재직 당시인 2015년 말부터 2016년 초까지 충남 태안군의 농지 2곳, 6필지 4005㎡를 당시 교육위원인 교사 A씨와 공동 매입했다. 이강호 구청장은 “지적 공부상 8곳으로 나눠져 있지만 실제는 2개 필지”라며 “1200평 규모로 당시 농사를 짓고 노년에 집을 지어 살 생각으로 당시 친분이 있던 A씨와 논의해 해당 부지를 공동 매입했다”고 밝혔다. 이강호 구청장은 ‘매입 후 콩을 비롯한 여러 작물을 실제 경작해 오다 올 초 LH사태 등으로 촉발된 사회분위기와 휴경 기간이 길어져 오해를 부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해 공동 소유자인 A씨에게 해당 토지를 처분했다’고 해명했다. 이강호 구청장은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매입가격 그대로 동생(교사 A씨)에게 소유권을 넘겼다”면서 “배우자 명의의 영종도 아파트도 최근 매각하고 현재 살고 있는 서해그랑블 아파트만 남겼다”고 밝혔다. 

이강호 인천광역시 남동구청장 (사진=인천 남동구청)
이강호 인천광역시 남동구청장 (사진=인천 남동구청)

이강호 구청장이 언론의 보도처럼 ‘부동산 투기’를 했다면 투기에 따른 이득이 있어야 한다. ‘투기’의 사전적 의미가 “기회를 틈타 큰 이익을 보려고 함. 또는 그 일”이기 때문이다. 이강호 구청장은 “매입가격 그대로” 소유권을 공동 소유자에게 넘겨 태안의 농지로 이득을 본 게 없다. 하지만 언론 보도는 이러한 사실을 가리고 ‘투기 의혹’만 남겼다. 

노컷뉴스은 ['다주택자' 이강호 인천 남동구청장, 농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이라는 제목을 단 기사를 게재했다. 이강호 구청장이 배후자 명의의 아파트를 팔고 1주택자가 됐다는 사실을 숨기고 ‘다주택자’라는 프레임을 씌웠다. 

인천지역 매체 역시 이강호 구청장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인천지역 모 언론사는 ["이강호 남동구청장 '태안 땅투기 의혹' 경찰 고발]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시민단체가 고발한 것은 ‘농지법 위반’ 혐의지만 ‘땅투기’라는 사안으로 고발한 것처럼 제목을 달았다. 다른 언론의 기사에서도 ‘투기’라는 단어는 거리낌 없이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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