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도 계속된 북한의 석탄 밀수출…핵탄두 소형화 가능성
선박환적 등으로 정유제품 수입한도 초과…중·러 '근거 없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사태로 인적·물적 교류를 거의 다 막다시피 한 상황에서도 불법 석탄 수출과 정유제품 수입을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현지시간) 공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패널 중간보고서는 북한의 제재 회피 실태와 수법을 담았다.

보고서에는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관련 활동을 시사하는 대목도 포함됐다. 전반적으로 핵·미사일 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이 자체 조사·평가와 회원국의 보고 등을 토대로 작성한 이 보고서는 15개국으로 구성된 안보리 이사국들의 승인을 거쳤다.'

북한산 석탄을 실어나르는 동력 바지선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이전 보고서에 실린 '선박 대 선박' 환적 장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보고서 캡처. ]
북한산 석탄을 실어나르는 동력 바지선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이전 보고서에 실린 '선박 대 선박' 환적 장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보고서 캡처. ]

◇ 코로나에 잠시 쉰 석탄수출 곧 재개…정유제품 수입상한 초과
전문가패널은 북한이 불법 해상 석탄 수출을 지속해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1월 말부터 3월 초까지 석탄 수출을 일시 중단했다가 3월 말부터 곧바로 재개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 기간에도 복수의 북한 선박이 한 회원국 해역에서 '선박 대 선박' 환적으로 석탄을 밀수출했음을 보여주는 위성사진이 포착됐다.

한 회원국은 북한이 올해 5월7일까지 최소 33차례 석탄 운송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는 정보를 제공했다.

특히 중국 닝보-저우산 해역에서 다수의 선박 활동이 포착됐다고 한다.

정유제품 불법 수입 역시 지난 3월 연례보고서, 작년 9월 중간보고서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성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선박 대 선박 환적은 물론 외국 국적의 선박을 이용한 직접 운송으로 제재 감시망을 피해갔다.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거나 목적지를 허위로 기재하고, 기국(flag state·선박이 등록된 나라)을 자주 변경하는 등의 수법도 동원됐다.

이를 통해 북한은 안보리 결의에서 정한 연간 정유제품 수입 한도인 50만배럴을 벌써 넘어섰다고 회원국들은 지적했다.

미국과 한국 등 43개 회원국은 지난 7월 대북제재위에 서한을 보내 북한이 올해 5월까지 56차례에 걸친 불법 활동으로 160만배럴 이상의 정유제품을 수입했다며 연말까지 추가 정유제품 반입 금지 조치를 촉구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정유제품 수입과 석탄 수출 규모는 예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전문가패널은 판단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43개국의 주장이 가정과 추정에 근거한 것이며, 북한이 수입 상한선을 초과했다는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반박했다고 보고서에 적시됐다.

이에 미국은 "증거는 양과 질, 모든 면에서 탄탄하고 충분하다"며 중국, 러시아에 재반박했다.

또 북한이 유엔 제재로 금지된 조업권을 팔아 이익을 얻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북한 '화성-14형' 시험 발사 3주년2017년 7월 4일 화성-14형 시험 발사 당시 모습. 2020.7.5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내에서만 사용 가능]
북한 '화성-14형' 시험 발사 3주년2017년 7월 4일 화성-14형 시험 발사 당시 모습. 2020.7.5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내에서만 사용 가능]

◇ 멈추지 않는 핵개발…'핵탄두 소형화' 가능성 제기도
보고서는 북한이 6차례 핵실험 등을 통해 탄도미사일 탄두에 장착 가능한 소형화된 핵무기를 개발했을 수도 있다는 일부 회원국의 평가를 실었다.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가능성은 이미 전문가들이 꾸준히 제기한 사안이지만, 대북제재를 감시하는 국제기구의 공식 보고서에 종전보다 구체적으로 명시됐다는 의미가 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초 이러한 내용을 미리 보도하면서 "침투지원 패키지와 같은 기술적 향상을 이루거나 잠재적으로 다탄두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추가 소형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한 회원국의 평가가 나왔다고 전한 바 있다.

또 북한 신포조선소에서 관측된 여러 활동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취급 또는 추가 발사시험과 관련돼있을 수 있다는 회원국의 평가도 담았다.

전반적으로는 고농축 우라늄 생산, 실험용 경수로 건설, 우라늄 광산 활동 등이 계속되고 있다고 보고서에 적혔다. 다만 5MW 원자로 재가동 징후는 없다고 서술했다.

북한이 계속 핵무기를 제조하고 있다는 한 회원국의 평가도 보고서에 함께 실렸다.

전문가패널은 2017년 9월 이후 핵실험이 없었다는 데 주목하면서도 "그러나 북한은 핵시설을 유지하고 핵분열성 물질을 계속 생산 중"이라며 "탄도미사일 개발 능력과 인프라도 계속 발전시켜왔다"고 평가했다.'

평양 만수대창작사에 있는 김일성·김정일 동상[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평양 만수대창작사에 있는 김일성·김정일 동상[EPA=연합뉴스 자료사진]

◇ 제재 대상 개인·단체들, 여전히 해외 활동중
국제사회의 제재 대상인 북한의 개인과 단체들이 여전히 해외에서 활동 중이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북한의 대표적 미술품 창작기관인 만수대창작사의 해외 사업부문으로 알려진 만수대해외개발회사그룹은 아프리카 베냉과 기니 등지에서 여전히 조형물을 판매 중이라고 전문가패널은 전했다.

북한 무기수출업체로 역시 제재 리스트에 오른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의 대표자가 이란에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는 내용도 적시됐다.

주로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활동 사례에는 금괴 밀수, 북한 외교관들의 군수물자 조달 시도, 군사협력 추진 등도 포함됐다.

매년 보고서에서 관심을 끌던 북한의 사치품 조달에 관한 내용도 일부 반복됐다.

전문가패널은 북한의 고급차와 주류 등 수입에 관해 조사한 결과 산발적으로 이런 사치품 수입이 이뤄진다는 점을 파악했다. 벤츠, 아우디 등의 고급차 수입을 시도하는 정황도 포착됐다.

한국 관련 내용은 많지 않았으나 우리 관세 당국이 지난 2018년 11월 평양을 방문한 해외 한인 상공인들이 구입한 만수대창작사 미술품들을 압수했다는 내용이 실렸다. 이 중 일부에게는 벌금형이 선고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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