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경남=이선미 기자] 창원시가 진해 옛 육대 부지 개발공사를 하면서 수령 150여 년 된 해송을 혈세 수천만원을 들여 이식했지만 고사 상태에 이르렀다.ⓒ천지일보 2021.10.17
[천지일보 경남=이선미 기자] 창원시가 수령 150여 년 된 해송을 혈세 수천만원을 들여 이식했지만, 고사 상태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천지일보 2021.10.17

혈세 8000여만원 들여 이식한 지 1년 만에 고사

길이 9cm 대못 11개 박힌 채 7개월 방치 총체적 부실 관리감독

[천지일보 경남=이선미 기자] 창원시가 진해 옛 육대 부지 개발공사를 하면서 수령 150여 년 된 해송을 혈세 수천만원을 들여 이식했지만 고사했다. 죽은 해송에는 길이 9cm나 되는 녹슨 대못이 11개나 박힌 채 방치돼 있어, 시가 처음부터 해송을 살릴 생각이 있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등 행정의 난맥을 드러냈다.

특히 시 관계 공무원은 해송 고사와 관련 면피성 발언과 함께 조경업체와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해송 이전·고사와 관련 개발사업지 인근 진해구 태백동 태송마을 일부 주민들이 이전에 동의한 적이 없고, 나무가 고사 상태에 이르고 있음에도 이를 확인하지 않은 시가 책임져야 한다고 반발하며, 관련 공무원들이 직무유기를 했다고 성토하고 나섰다.

고사한 해송은 나무 밑동 지름 둘레가 150cm로 시 추산 수령이 100~150년이고, 해송마을 주민들 추정 수령은 300~400년이다.

시는 진해구 여좌동 924-1번지 일원 (구)육군대학 내 부지 32만5630㎡ 규모의 여좌지구 도시개발사업을 하면서 해송이 계획도로의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데다 계획 높이보다 2m 낮게 식재돼 있어 기존 있던 자리에서 오른쪽 방면 50m 거리에 있는 동산으로 옮겨 심었다.

시는 해송 이식에 순수이식비용 5800만원 등 예산 총 8000여만원을 들여 지난해 4월 20일부터 25일까지 5일간 이식 작업을 했다. 하지만 해송은 올해 3월부터 상태가 좋지 않았다. 해송은 결국 이식한 지 1년 만에 고사했다.

나무전문가들은 수령이 100년 넘은 해송은 이식해도 2년 정도밖에 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결국 이식을 해서는 안 되는데 이식했기 때문에 죽게 된 것으로 원인을 분석했다. 나무를 옮기지 않았다면 죽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해송 상태를 진단한 나무병원 자문의견서에는 ▲뿌리 조사 결과 이식 후에 발근된 세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황으로 ‘수세 쇠약’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수목의 전반적인 활력은 ‘쇠약’이고, 병충해 피해는 ‘보통’이며, 상처 부위가 일부 있어 부후부 확산으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는 실정이다. ▲고사지와 쇠약지는 제거하고, 상처 부위는 수목외과수술을 실시하며, 병해충 방제를 시행하고, 뿌리 발근제나 생리 증진제 등 인위적인 양분 공급이 필요하다며 추후 수세 쇠약이 발생 될 우려가 있음으로 계속된 관찰이 요구된다고 기록하고 있다.

해송을 이전한 조경업체는 올해 3월부터 나무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5월이 돼서야 나무병원에 원인 분석과 관련 자문 의견을 의뢰했다. 이 업체는 올해 3월 수액을 주기 위해 녹슨 대못을 11개나 박아놓고 7개월간이나 방치했다가 지난 12일 시로부터 연락을 받고 급하게 제거했다. 나무 아래에는 토양개량제 봉투와 페트병, 수액 줄 등 쓰레기도 방치돼 있었다.

하지만 시는 해송에 대못이 박혀있는 것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고, 해송이 사실상 고사한 상태인데도 상태가 매우 좋지 않을 뿐 고사한 것은 아니라며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는 다소 황당한 답변을 내놓는 등 원인을 보고받고도 원인을 모르겠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총체적인 부실한 관리감독의 민낯을 드러냈다.

[천지일보 경남=이선미 기자] 경남 의령군은 의령읍 서동리에서 가례면 방면에는 도로 중앙에 위치한 수령 280년 된 느티나무를 옮기지 않은 상태에서 도로를 내 차량이 오가고 있다.ⓒ천지일보 2021.10.17
[천지일보 경남=이선미 기자] 경남 의령군은 도로 중앙에 위치한 280년 된 느티나무를 옮기지 않은 상태에서 도로를 내, 차량이 오가고 있다.ⓒ천지일보 2021.10.17

해송 고사를 두고 시의 행정 난맥을 경남도 내 한 자치단체의 행정에서 비교할 수 있다. 의령군은 의령읍 서동리에서 가례면 방면으로 도로를 개설하면서 도로 중앙에 위치한 수령 280년 된 느티나무를 옮기지 않고 그대로 두고 도로를 좌우로 냈다.

지난 5일 해송 이전 조경업체는 나무 상태를 질문하는 본지 기자에게 “제가 얘기를 해야 하나, 지금 바빠서 통화가 어렵다”며 “나무의 현재 상태는 발주처에 전화하라”고 귀찮다는 듯 전화를 끊었다.

이어 “작년 4월에 수액을 주기 위해 대못을 박았는데 이 못을 모두 제거했다며 5월부터 8월까지 나무병원에서 나무를 관리하고 치료를 했다”면서 “현재 나무는 죽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나무를 관리 안 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나무전문가들의 말은 달랐다. 나무전문가들은 공사 전 1~2년 전에 미리 뿌리를 중간중간 잘라놓고 잔뿌리가 나오도록 해서 이식을 하면 나무가 살아날 확률이 높았다고 진단했다.

나무전문가 A씨는 “수액을 준다는 명목으로 이식할 때부터 9cm 이상 되는 대못을 박았고, 그 후 또다시 올해 3월에 박은 대못을 7개월이나 방치했다면 처음부터 살릴 생각이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며 “나이가 든 사람이 기존에 살던 곳을 떠나 다른 곳에서 살게 하면 힘들다. 그런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또한 “해송은 나이가 들어 그 나이에 자기가 살던 토양에서 옮겨오면 보통 2년 정도는 견딜 수 있다. 자기 살았던 양분으로 인해 살아가는데 그 이상 시간이 지나면 적응하기가 대부분 어렵다”며 “업체가 서울에 있는 나무병원에 이식 관련해 자문했다고는 하지만 의견을 일부 무시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태송마을 주민 B(80) 어르신은 “고사한 해송은 우리 마을의 정신적인 지주였다, 나무를 옮긴 후 말라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았다”며 “나무가 죽은 것은 태송(太松)이라는 마을 자체가 죽어버린 상황”이라고 울분을 터트렸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지금은 나무가 죽은 건 아니고 상태(나무)가 아주 좋지 않아 나무병원에서 관리하고 있다. 고사한 원인은 모르겠다”면서 “나무가 죽으면 업체에서 동등품을 심게 돼 있는데 마을주민과 협의해서 대체 식물을 심던지 그럴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천지일보 경남=이선미 기자] 조경업체는 올해 3월 수액을 주기 위해 녹슨 대못을 11개나 박아놓고 7개월간이나 방치했다가 지난 12일 시로부터 연락을 받고 급하게 제거하기도 했다.ⓒ천지일보 2021.10.17
[천지일보 경남=이선미 기자] 조경업체는 올해 3월 수액을 주기 위해 녹슨 대못을 11개나 박아놓고 7개월이나 방치 하기도 했다.ⓒ천지일보 202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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