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옥(송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백현옥 송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나와 비슷한 연배의 사람들에게 힐링과 여가를 물어보면, 대부분 자연과 가까운 곳으로의 여행,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쉬는 시간,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골프 등)를 즐기는 것, 좋은 지인들과 담소를 나누는 시간, 미술, 음악 등 예술을 즐기는 시간 등을 얘기할 것이다. 물론 나도 그렇다. 좋은 지인들과 밥 한끼, 커피 한 잔하는 시간으로 행복을 느끼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보내는 시간에서 에너지를 채운다.

반면, 청소년들에게 힐링과 여가를 물어보면 대부분 유튜브를 시청하거나 게임을 하는 것을 주로 이야기한다. 어른들이 걱정하고 하지 못하게 하는 부분이자 그럴수록 청소년들이 더 빠져드는 활동이기도 하다. 당장 청소년까지 가지 않더라도 30대인 아들과 딸도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잔소리를 하는 경우들이 생각난다. 그러다 최근 나에게 새로운 제안이 하나 왔다.

청소년과 함께 공부하고 배우면서 늘 멀리하고 싶었던 인터넷과 게임을 내가 다루게 되었다. 사단법인 한국e스포츠진흥협회 광주지부를 맡게 된 것이다.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때 좋으면서도 난감했다. 늘 멀리하고 싶었던 것을 내가 맡아도 될까? 과연 청소년들에게 흔쾌히 내가 제안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 때문이었다. 하지만 알면 알수록, 과거의 내가 이걸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무궁무진하고, 또, 새로운 세계가 있다는 걸 다시 배우는 시간이었다.

e스포츠는 사이버 스포츠라고도 불리며, 이스포츠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게임물을 매개로 하여 사람과 사람 간에 기록 또는 승부를 겨루는 경기 및 부대활동”을 말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육체적인 스포츠와는 달리 많은 것을 계산하고, 정신적인 능력을 주로 활용하는 스포츠로, 프로게이머가 등장하면서 시작된 용어이다.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주가 되어 많은 프로게이머들이 활동하게 되었고, 그 시장은 점차 커지면서 현재 10~30대 이상을 아우르는 ‘리그오브레전드’와 ‘오버워치’ 등 다양한 게임으로 점차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특히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 게임에서 시범 종목으로 인정을 받았고, 2022년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는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어 경기를 진행할 만큼 급부상하고 있는 스포츠 중 하나이다. 아직 올림픽과 같은 전 세계적 경기에는 정식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나 비슷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FIFA(국제축구연맹)에서는 관심 있게 지켜 보고 있을 만큼 가능성이 높은 종목이라 생각된다.

물론 IOC(국제올림픽위원회) 등에서 고민을 하는 이유 등을 생각하면 동의되는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IOC의 반대 이유를 살펴보면 e스포츠에서 가지는 폭력성과 선정성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청소년계에서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는 사유이기도 하다.

늘 청소년에게 적용하는 것에는 시행착오가 있고, 많은 제도와 활동들이 가지는 것은 ‘양날의 검’처럼 큰 장점과 큰 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미 청소년들에게 삶의 일부를 차지할 만큼 크게 자리잡고 있고, 4차 산업과 연계하여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장점을 배제할 만큼의 단점은 없다고 본다. 오히려 e스포츠가 가지는 단점을 관리하고 보완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시도는 늘 두근거림과 두려움을 함께 가지고 온다. 어느 순간 꼰대가 되어버린 내가 다시 청소년과 소통할 수 있는 길을 열어보고자 한다. 비록 느리고 답답할지 모르지만 청소년과 함께 할 수 있는 e스포츠를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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