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표 백제고 교장의 남도일보 월요아침
이제 어깨를 펴고 세상으로…
김용표(무안 백제고 교장)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제 여러분은 외적으로는 한 사람의 성인으로서 우뚝 서는 것이고, 내적으로는 자기 삶의 주체자가 되었습니다. 여전히 주어진 환경에 영향을 받게 되겠지만 그래도 이제 자기 삶의 선택권을 작게나마 갖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누리게 될 작은 선택의 자유 뒤에 때로는 외로움과 두려움도 함께 올 것입니다.

아마존의 CEO인 제프 베조스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인생은 재능보다 선택으로 좌우됩니다. 잘 생각해 보세요.‘내가 이렇게 똑똑하다’가 자랑이 될까요, ‘나는 이렇게 좋은 선택을 했다’가 자랑이 될까요.”그렇습니다. 인생의 모습은 매 순간 자기 앞에 놓인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무엇을 선택하느냐로 달라집니다. 여러분이 어떤 선택을 하든 여러분의 결정은 그 시점에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개인적 역량의 결과물입니다. 우리가 마음을 단련하고 세상을 공부하는 이유는 우리의 선택 역량을 키워서 최선을 선택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제 어깨를 펴고 세상으로 나갑시다.

졸업생 여러분,

나는 여러분에게 간절히 바라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여러분이 그 어떤 위대한 영웅이 되기보다는 한 시민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성숙한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성숙한 사람이란 남을 원망하고 시대를 탓하기보다는 늘 자신의 부족한 점을 극복하려는 사람입니다. 성숙한 사람이란 좁은 시야로 자기 생각, 자기 이익만 주장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넓은 시야를 갖고 나와 다른 생각, 나와 다른 입장도 공감하고 함께 행복한 길을 찾으려 밤을 새는 따뜻한 사람입니다.

지금 시대는 어디에나 정보와 지식이 넘치고 있고, 서로 자기가 맞다고 주장하는‘경합된 진실’도 너무 많습니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를 쉽게 알 수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런 세상에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주장과 정보만을 끊임없이 선택하게 됩니다. 그래서 자칫하면 편견에 빠지고 남에게는 배타적이 되기 쉽습니다. 다르다는 것이 결코 틀린 것은 아닙니다. 부디 여러분은 타인을 이해하고, 약자를 배려하며, 균형잡힌 시각을 갖고 사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성숙한 사람을 찾기 힘든 이 미성숙한 세상에서.

졸업생 여러분,

지금 나는 꿈이 없다고, 이루고 싶은 것도 없다고 스스로를 비하하지 마십시오. 내가 어떤 직업을 가져야 되고 어떤 지위와 어느 만큼의 부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여러분은 행복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의 꿈을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명사형’으로 만들지 마십시오. 여러분의 꿈을 ‘동사형’으로 가지시길 바랍니다. 무엇이 되길 바라지만 말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는 동사형의 꿈을 갖는 사람이 되라는 뜻입니다. 그것이 젊은 날의 진정한 꿈입니다.

졸업을 하고 몇 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학창시절의 나와 다를 바 없이 조금도 변화되지 않았다면 그것은 스승에 대한 도리가 아닙니다. 소중한 여러분 자신에게도 도리가 아닙니다.‘사람이 변하지 않으면 사랑이 변한다’는 어느 시인의 언어를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어느 시대나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고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한 젊은 날들은 힘들었습니다. 모든 생물은 가장 약할 때 성장합니다. 갑각류는 탈피를 해야 성장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순간이 가장 고통스럽고 가장 약할 때입니다. 사람도 그렇지 않을까요. 여러분이 비록 지금은 약하지만 여러분은 잘 익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부디 잘 이겨내고 자신을 다듬어 훗날 깊이와 품격을 갖춘 어른으로 변모해 다시 학교를 방문해주길 기대합니다.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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