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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절반이 자살 생각…정신건강 문제 심각"

김민준 / 기사승인 : 2020-02-18 18: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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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역학회,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의 개정 촉구 가습기 살균제 전체 피해가정 대상 조사결과, 피해자 전원이 신체 및 정신 건강이 심각하며 정부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 판정에 대해 불만이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한국역학회는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의뢰를 받아 진행한 가습기살균제 전체 피해가정 대상 첫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호흡기질환을 비롯한 다장기 피해와 우울증‧불안장애‧자살위험 등 노출 이후 드러난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하며 현행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법·제도에 대한 피해자들의 불만이 높고, 사회경제적 비용도 막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호흡기질환을 비롯한 다장기 피해의 경우, 성인과 아동·청소년 모두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는데, 성인은 폐질환 83.0%, 비질환 71.0%, 피부질환 56.6% 순으로 많았으며 안과질환과 위염·궤양, 심혈관계 질환도 40% 이상을 기록해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아동·청소년은 비질환 86.5%, 폐질환 84.1%로 호흡기 질환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피부질환 65.2%, 안과질환 49.8%가 각각 뒤를 이었다.

우울증, 불안장애, 자살위험 등 노출 이후 드러난 정신건강 문제의 경우, 가습기 관련 피해를 입은 성인들이 일반 인구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자살 시도 및 생각을 하는 매우 심각한 정신건강 고위험 상황인 것으로 밝혀졌다.

노출 이후 새로 발생한 성인 피해자는 우울‧의욕저하‧불안‧긴장 등이 72.0%, 집중력‧기억력 저하 등이 71.2%, 불면 66.0%, 분노 64.5%, 죄책감‧자책 62.6% 순으로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고, 아동·청소년은 병원 진단 유무와 관계없이 집중력‧기억력 저하 44.4%, 불안‧긴장 42.5%, 분노 36.2%, 우울‧의욕저하 34.3% 순으로 정신질환을 호소하고 있었다.

특히, 15.9%가 자살생각을 했고, 4.4%가 자살시도를 했으며 3.9%가 ‘정신건강 변화로 인해 입원 치료를 받았다’고 밝힐 정도로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에 경각심을 울리고 있었다.

또한 아동청소년 건강 관련 삶의 질 분석 결과, 일반 아동청소년 규준 대비 하위 15%군이 친구관계 73.4%, 신체건강 67.2%, 자율성과 부모관계 62.3%, 정신건강 55.1% 순으로 학교환경을 제외한 영역에서 과반수 이상의 아동이 행복한 삶에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법·제도에 대한 피해자들의 불만의 경우, 83.5%가 정부의 가습기살균제 피해판정 결과에 대해 타당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타당하지 않은 이유로는 피해인정 질환이 너무 협소하다 91.4%, 판정기준이 타당하지 않다 88.1%, 판정 관련 자료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 86.4%, 피해판정 위원의 공정성을 신뢰하기 어렵다 74.1% 순으로 나타났다.

이어 87.4%가 인과관계 입증책임을 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피해자들이 가습기살균제 노출과 자신의 건강피해 사이의 인과관계 입증에 크게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기업으로부터 배·보상을 받은 자는 전체 조사대상자의 8.2%에 불과하고, 대다수인 86.8%가 기업에 배·보상을 요청조차 하지 않았으며 요청했으나 받지 못한 경우도 5%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에 배·보상을 요청조차 하지 않은 사유로는 ‘정부가 아직 피해인정 판정을 해주지 않아서’라는 의견이 49.4%로, 대부분이 정부가 공식적으로 피해인정 판정을 해주지 않아서 기업에 배·보상을 받기 위한 요청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회경제적 비용의 경우, 198가구(생존자 128명, 사망자 59명) 한정으로 조사했음에도 의료비 10억 5,800만원, 간병비 1억 3,000만원(입원기간 동안 간병 기준), 교통비 2,010만원(의료이용에 따른 입원과 외래 방문 횟수 기준)가 소요된 것으로 확인돼 생존자 1인당 3억 6,357만원, 사망자 1인당 4억 6,671만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가습기 살균제 피해 가구 4,953가구로 확대할 경우,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으로부터 10년이 지났음에도 일상회복이 41% 수준에 불과하며 성인 피해자의 78.9%가 만성적인 울분상태이고, 삶의 우선적 목표로 건강회복, 납득할 수 있는 보상, 정부와 기업의 진정한 사과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를 진행한 연구진은 분절되지 않은 통합된 건강피해 규정 및 대응 모델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가습기살균제 노출 건강피해를 가습기살균제증후군으로 정의하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통합치료지원센터를 구축해 전 생애적 피해 대응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가습기살균제 피해 책임이행과 피해대응의 공정성 확보가 시급하며 이를 위해 피해자 범위 규정, 인과관계 입증책임, 배‧보상 규모와 절차 현실화를 실현하도록 현행 특별법 즉각 개정을 촉구했다.

황전원 특조위 지원소위원장은 “이번 연구에서도 가습기살균제 피해의 심각성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가습기살균제 참사 해결의 단초는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의 개정에 있는 만큼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 조사는 작년 6월 13일부터 12월 20일까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신체·정신·사회경제·사회심리·법제도 분야의 전반적 피해에 대한 참사 전후 비교 및 파악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메디컬투데이 김민준 (kmj6339@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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