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쓴다 새벽강에 물안개 피어오를 때까지
책상머리에 앉아
머리를 쥐어뜯으며 시를 쓰는 것은
청탁받은 원고 마감일을 맞춰주기 위해서다
연애질도 시시詩詩하고 한 잔 꺾는 일도 시시詩詩해서
시 앞에 무릎 꿇고 기도한다
밤이면 시와 한 판 붙어
원고지 장이나 축내기도 한다
원고 청탁이 가뭄에 콩 나듯이 들어 와, 병아리 눈곱 같은 원고료가 감질나게 하지만 나는 악착같이 시를 쓴다. 잘 나가는 시인들은 손가락을 튕기면서 받는다는 선인세 나만 못 받냐? 시인 누구누구도 원고료를 못 받는다고 생각하니, 위안이 된다. 도둑놈 심보다. 인세도 못 받는 시를 쓰는 일은 헛지랄이라고 너는 말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팔리지도 않는 내 시는 읽을수록 시시詩詩한 시들이라는 것을…
출판사 사장에게 굽신거려
시집 한 권 출간했다
그것은 헛지랄
헛것, 허투루, 헛지랄 등은 부정적인 단어다. 특히 헛지랄은 `헛+지랄`로 여기서 지랄은 우리나라에서 예부터 쓰이는 비하 발언이다. 원래의 뜻은 뇌전증을 가리키는 순우리말로 지랄병이라고 부르는 비속어 중 하나다. 고금석림古今釋林에 `간질肝疾을 속칭으로 질알이라고 한다`라는 내용이 있다, 또한 간질에서 유래한 `간질 걸릴 놈/년→간질할 놈→질할→지랄`로 고착된 것으로 본다. 뇌전증은 몸을 떨며 뒤집어지거나 데굴데굴 구르는 등 보기가 매우 안 좋은 병이다. `분별없이 법석을 떠는 행위`를 가리켜 `지랄`한다고 말한다. 쉽게 말하면 뇌전증 증상인 갑자기 벌러덩 드러누워 입을 벌리며 거품을 물고 경련을 일으키는 모습을 빗대어 뇌전증의 다른 이름인 간질에서 지랄이라는 단어가 유래되었다. 지랄의 순화된 표현으로 `난리`를 쓰는 경우가 보통이다. 예를 들면 왜 지랄이야? → 왜 난리야? 등이다. 간헐적으로 글자 순서를 바꿔 `랄지`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지랄염병`이 있는데 이는 `지랄(뇌전증)+염병(장티푸스)`이 걸린 상태를 일컫는다. 경우에 따라 `지랄옘병` 또는 `지랄발광`이라고도 한다. 발광發狂은 병에 걸려 미쳐 날뛴다는 뜻이다. 사람이나 물건의 상태가 좋지 않을 때도 `지랄같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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