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시, 역사적 고증 없이 무령왕 동상 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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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시, 역사적 고증 없이 무령왕 동상 세워
  • 이소연 기자
  • 승인 2022.01.1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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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박물관 흉상, 숭덕전 표준 영정, 공산성 앞 동상 등 얼굴 제각기 달라

 

사진 왼쪽부터 218년 제작된 표준영정, 공주박물관 흉상, 공주시청 흉상, 공산성 동상[사진=공주시]
사진 왼쪽부터 표준영정, 공주박물관 흉상, 공주시청 흉상,공산성 동상
[사진=공주시]

충남 공주시가 지난해 공산성 앞에 세운 '백제 무령왕 동상 사업'이 졸속으로 추진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철저한 고증과 심의 끝에 태어난 모습과 달리 공산성 앞에 세운 동상은 다르게 제작됐다는 것인데 공주시가 영정에 대한 모독과 역사적 고증을 스스로 부정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9일 광장 21 취재를 종합하면 백제 25대 무령왕(재위 기간 501∼523)은 1999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전문가 심의를 거쳐 설치한 공주 박물관 흉상과 2018년 7월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을 받아 제작된 무령왕 ‘표준영정’ 두 모습이다.

공주 박물관 흉상(사진2)은 얼굴 모습이 상하로 긴 직사각형이다. 광대뼈가 도드라진 전투적 이미지를 풍기며 눈썹에서 눈망울로 이어지는 골이 깊고 매우 강렬한 서구적 인상이다. 

공주시청 1층 현관에 전시중인 흉상(사진3)도 공주 박물관 흉상과 거의 흡사하게 제작됐다.

2018년 공주시가 별도로 만들어 '표준'으로 공인 받은 영정(사진1)도 온화하고 한국적 풍모를 보여준다.

그림이 흉상의 입체감과 본질적 차이를 보이는 평면인 점과 별개로 영정 얼굴의 가로 비율은 동상보다 더 크고 계란형에 가깝다.

눈매도 흉상은 고개를 들어 매섭게 직시하는 형태지만, 영정은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관상학에서는 행인형(杏仁形·살구씨 모양)이라 부른다. 영정은 흉상과 달리 고개도 미세하게 당긴 상태서 눈을 가볍게 치켜 뜨는 모양새다.

입술도 아담하고 수평인 영정에 반해, 흉상은 좌우 길이가 전체적으로 매우 크다.

하지만 지난해 공주시가 김정섭 공주시장 업적이라며 세운 공산성 무령왕 동상은 크게 다르다.

공주 박물관 흉상과 표준 영정과 달리  같은 모습이나 비슷한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앞서 공주시는 2016년 무령왕 표준영정 연구용역 발주 당시 과업 지시서를 통해 앞선 국립 공주 박물관의 표준 동상을 기본으로 하도록 주문 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특히, 공주시는 이미 정부가 표준으로 만들어 박물관에 전시 중인 무령왕 흉상이 존재하고 있었고 영정을 모태로 동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시가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무령왕 얼굴을 달리 만들면서 혈세만 낭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게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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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시민 A 모(57·신관동) 씨는 “무령왕의 세 얼굴을 관광객이나 후손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15억 원의 혈세를 들여 만든 동상이 무용지물이 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공주시 관계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영정·동상 심의 규정에 따르면 영정과 달리 동상은 ‘표준’ 제도를 운용하지 않아 서로 상이 할 수 있다"라며 "자세한 설명은 못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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