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 부으면 눈에 뵈는 게 없다
간이 부으면 눈에 뵈는 게 없다
  • 김균식 kyunsik@daum.net
  • 승인 2020.10.2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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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경인매일 회장 김균식

맞다. 현대의학의 정의를 빌리자면 간 질환은 시력 저하에 치명적인 원인이 된다.

일각에서는 다슬기가 간질환에 효험이 있다 하여 강원도 산간지역 강가에 다슬기 씨가 마른적도 있었다 하니 몸에 좋다면 뭐든 찾아 먹는 한국인 특유의 몸보신 문화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기록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어쨌거나 인체의 그 많은 장기 중 간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그만큼 기능과 중요성이 있기 때문이며 2000년 대한간학회가 10월 20일을 ‘간의 날’로 제정했다. 오늘은 ‘제21회 간의 날’이라 어필하고자 한다.

평소 같았으면 건강 관련 학회에서 다양한 행사도 개최 했을 텐데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 비대면 이벤트가 이어지고 관련 UCC 공모도 진행된다.

일명 소리 없는 침묵의 암살자로 불리는 간 질환은 기능을 다 하는 순간까지 별도의 통증 없이 진행된다는 점과 신체에서 가장 크고 가장 무거우며 그 일부를 떼어 내도 비교적 쉽게 재생되기 때문에 무디면서도 예민한 장기다.

통상 50대 중반을 넘어서면 서서히 그 기능이 약해지므로 중년기에 접어든 사람들은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몸의 컨디션이 불편하거나 감기에 쉽게 걸리는 등 피로감이 늘어나면 일단 간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특히 알코올성 지방간은 술만 끊으면 회복이 가능하다는 것이 의학계 정설이라고 하지만 술을 즐기는 사람이기에 걸리는 병이므로 술을 끊으라는 말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쯤 되면 복부를 개복하여 딱딱하고 시커멓게 굳은 간을 보여주고 선 분홍빛 말랑말랑한 간과 비교해 보여줘야 경각심이 설 것이다.

오늘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만난 사람 중 남양주의 모 중학교 학교장이 1년 반째 술을 끊고 앞으로도 1년 반 동안 금주를 한다는 결심에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물론 담배도 한 몫하지만 건강을 해치는 줄 모르고 피우거나 마시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 피고 마시던 사람이 느닷없이 중단할 땐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며 필자처럼 자만함으로 피우고 마실 때가 그나마 건강하다는 말이 앞뒤가 맞을까.

건강에 대한 경제적 함수관계를 보면 100만원을 들여 술을 마시고 100만 원어치의 담배를 피우면 적어도 200이 아니라 2000만 원의 치료비와 신체적 고통이 수반된다. 따라서 지친 간을 회복시키는 방법을 찾자면 간을 쉬게 해 주는 것인데 금주·금연에 도움이 될만한 음식을 적절히 보충해 주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되지도 않게 곰쓸개 찾아다니며 야만국으로 낙인찍힐 게 아니라 순리적인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는 것과 시련도 훈련으로 받아들이는 긍정적 사고도 중요하다.

무식하게 쉬란다고 마냥 침대에 누워있으면 이 또한 없던 병도 생기기 마련인데 가급적 인스턴트 음식이나 과다한 지방질을 줄이고 부모가 물려준 인체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자연치유의 가장 확실한 방법이자 효도하는 길이다.

간혹 한우 전문식당에서 내주는 소의 생간은 맛과 향이 신선하기에 천엽과 같이 기름·소금에 찍어 먹는 경우가 있다. 과학적으로 어떤 효능이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기호에 따라 챙겨 먹는 애호가들의 근거 없는 전언을 빌리자면 활기가 생기고 눈도 밝게 보인다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오죽하면 용왕이 그 많은 동물 중 토끼 간을 가져오라고 별주부에게 지시했을까. 인간의 평균수명이 점차 길어진다. 이제 70은 청춘이고 경로당에서도 80 미만은 담배심부름 시킨다고 가지 않는 곳이 됐다. 마치 자동차부품처럼 엔진만 좋다고 계속탈 수 없듯이 모든 장기가 건강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간의 기능과 역할은 인터넷에 수도 없이 나와 있다.

지금까지 별일 없이 살아왔다면 다행으로 알고 앞으로라도 각자의 건강, 즉 간뎅이를 잘 챙기는 여러분이 되어야겠다. 좋은 옷에 화장품에 좋은 차를 타고 다녀도 어느 한구석 고장 나면 나머지 몸은 분리 될 수 없는 바 통째로 병원 신세를 져야하므로 큰소리칠 이유가 하나도 없다.

간혹 언쟁이나 대립 도중 담대한 배팅에 대해 간이 배밖에 나왔냐고 비아냥 거릴 때가 있다. 말그대로 열정과 용기가 한껏 부풀려질 때 간이 커지는 현상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건강하다는 증거다. 아이·어른 할 것 없이 사람의 신체 장기는 다 소중하겠지만 장기 기증의 중요한 몫을 차지하는 간, 기증뿐만 아니라 이식수술로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고도 다시 재생되는 장기로써 중요성만큼 고마움도 큰 존재다.

시절이 어렵지만 나름 견디며 살다보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살만한 세상도 오는 법이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는 게 가장 저렴하게 투자 되는 것이며 건강에 대한 투자가 가장 효율적인 재테크라는 말이 있다.

필자 또한 많은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는 앞잡이로서 아플 때 치료보다 아프기 전 진료하라는 말과 유병장수보다 차라리 무병단수가 낫다며 아프면 아픈 사람만 힘든 것이라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간 하면 모 제약회사의 곰이 우는 소릴 들려주던 일이 생각난다. 굳이 애써 지키지 않아도 술·담배 안 하고 기름기 줄여가며 적당한 운동으로 자신을 지킨다면 이 보다 더 확실한 대안이 어디 있을까.

누굴 탓하랴. 부모는 애초에 밤새 애써 만들고 10달을 뱃속에 보듬어 가며 건강하게 낳았다. 후천적으로 해서는 안 될 해로운 식품만 골라 먹고 마시고 피우지 말란 말 안 듣고 해댄 과정이 문제다. 

김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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