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경제 이현주 기자] “주택업체의 자금경색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공공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등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합니다.”

지난달 31일 여의도 홍우빌딩에서 열린 대한주택건설협회 출입 기자 신년 간담회에서 정원주 신임 회장이 한 말이다. 

정 신임 회장이 이같이 밝힌 이유는 금리인상과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주택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위기론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전월 5만8027가구 대비 17.4%(1만80가구) 늘어난 6만8107가구다. 이는 국토부에서 위험수위로 판단하는 6만2000가구를 훨씬 넘어선 수치다. 미분양 주택이 6만2000가구를 넘어선 것은 2015년 12월 이후 약 7년 만이다.

하지만 정부가 개입해서 미분양 물량을 해소해 주는 것이 옳은지와 관련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건설사 실패를 왜 국민 세금으로 떠안느냐는 지적이다.

실제 기자가 취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주택 호황기 때 건설사들이 세금을 더 내는 등의 행동을 한 것이 없지 않냐"고 반문하며 "정부가 건설사의 미분양 책임을 국민혈세로 떠안아 주는 것은 일종의 특혜로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미분양 증가문제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높은 분양가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평균 1522만원으로 조사가 시작된  2000년 이래 가장 높았다. 또 전년 대비 상승액도 211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무분별하게 지방 곳곳에 아파트를 지어댄 것도 문제다. 실제로 전체 미분양 주택의 85%는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서 발생했다.

국토부는 주택 미분양 문제와 관련해 당분간 미분양 매입 등 추가 대책 없이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미분양 문제 해소를 위한 국토부 대책을 요구한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주택 건설에 대한 공급 금융의 경색에 대해서는 이미 선제적인 조치를 취했고 앞으로 추이를 보면서 적절한 대응을 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원 장관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서울 강북 미분양 주택을 고가에 매입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향해 “내 돈이었으면 이 가격에 안 산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건설사들은 미분양 주택 매입을 요구하기 전에 먼저 분양가 할인 등 자구 노력을 보여야 한다. 자신들이 분양한 주택이 품질이나 주거여건 대비 가격이 너무 높았기 때문에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았단 사실을 인식하라는 것이다. 

정부는 국민의 혈세로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기보다는 실수요자들에게 당근책을 줘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취득세, 양도소득세 감면 등이 필요하다. 아울러 중도금대출을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에 대응하는 수준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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