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상호금융 가계대출 47%가 1~2등급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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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경제 김사선 기자] 금융당국의 대출옥죄기로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대출 중단 등 대출규제가 잇따르면서 신용 1~2등급인 ‘최우량’ 차주들이 은행에서 상호금융권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사실로 드러났다.

특히 올 들어 신용 1~2등급인 ‘최우량’ 차주들이 부동산과 주식투자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2금융권을 통한 자금 마련에 나서면서 상호금융 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상호금융중앙회에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농협·수협·신협·산림조합 등 상호금융의 올해 상반기 가계대출 신규취급액 37조 7165억원 중 절반 가까운 규모(46.53%)인 17조 5499억원이 신용등급 1~2등급의 우량차주 대출이었다.

연도별로 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 1~2등급 대출자의 비중은 19.71%(11조2886억원), 2019년에도 21.41%를 유지에 불과했으나 2020년엔 26.75%까지 늘어난 뒤 올해 들어선 46.53%까지 폭증했다.

문제는 이처럼 고신용자 대출을 상호금융이 늘리기 시작하면, 정작 중,저신용자들이나 저소득 대출자들이 대출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우량등급 대출금액이 늘어나는 동안 7등급 이하 대출금액이 신규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18.58%에서 2019년 16.72%, 2020년 13.78%, 올해 상반기엔 10.51%까지 하락했다. 상호금융의 높은 금리로라도 제도권 내에서 대출받을 수 있었던 저신용자들이 제도권 바깥으로 밀려날 수도 있는 것이다.

상호금융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비율도 다른 업권에 비해 150%로 높아 대출규제 사각지대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DSR 규제 150%는 개별 대출자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닌 평균 목표치로, 특정 차주에게 DSR 200%를, 다른 차주에게는 100%를 적용해 평균 150%만 맞추어도 된다. 이런 식으로 고소득자가 은행에서 받지 못하는 대출 수요를 충당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민 의원은 최우량등급 고객들이 상호금융으로까지 몰려오는 이유가 결국 급등하는 부동산 가격, 또 여기에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비은행권으로 몰려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호금융의 올 상반기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은 10조원에 육박했고, 기업 주담대 역시 23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전체 기업대출 중에는 98%가 부동산 관련 대출이었다.

민 의원은 "은행권 대출 규제로 고신용자들이 제2금융권으로 밀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고소득자의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는 대출규제 목표달성이 실패하고 오히려 제2금융권을 주로 이용하는 계층이 자금을 조달할 곳이 사라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금융당국은 부동산 투기를 막으면서 서민들의 자금수요는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는 세심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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