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 한국비엠아이 부사장

김경호 부사장
김경호 부사장

코로나19백신 부스터샷의 효과에 대해 미국 FDA는 불필요하다고 하고 제약사들은 필요하다고 했단다.

회사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주장이고 예상됐던 반응일 것이다. 70억이 넘는 전지구인을 대상으로 접종하는 경우 부스터를 1회 더 하면 70억도스가 팔린다. 규제기관에서는 불필요하다고 해도 미디어노출 등 마케팅을 통해 십분의 일만 접종해도 7억도스다. 전세계 플루 물량을 상회하는 또는 맞먹는 물량이다. 필요하면 맞는 게 좋을 것이다. 문제는 '과학의 상식과 원칙'에 합당한가이다.

기본접종(primary vaccination)을 완료하고 백신의 면역효과가 떨어지는 것에 대비하여 추가로 접종하는 백신을 부스터샷(booster shot)이라고 한다. 원칙적으로 이 부스터샷은 기본접종에 사용했던 것과 같은 백신을 사용한다.

수십년간 주로 유럽에서 사용하던 폴리오사백신을 허가받아 수입했을 때의 일이다. 평소 교류가 빈번하던 소아과 교수로부터 연락이 왔다. 기존에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던 동종의 백신 대신 이번에 허가받은 이 제품을 써볼까하는데 교차접종(interchangeability)자료가 있느냐는 것이다. '교차접종과 같은 연구는 원래 잘 안해서 자료는 없는데 통상적으로 단종이 되거나 공급에 문제가 있을 때는 쓴다고 책에 나오지 않는냐'고 넌지시 소극적으로 사용을 권장해보았다. 그의 입장은 단호했다. '공급이 안되는 건 아니니 그럼 안되겠네. 처음 맞는 애들에게 쓰는 수 밖에...'   

그가 옳았다. 전문가의 권위는 융통성보다 고지식함에서 나온다. 말로 표현한 적은 없었지만 이후 나는 그를 다시 보았고 신뢰하게 되었다.

1차는 AZ, 2차는 화이자. 오죽하면 그런 결정을 했을까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다. 서플라이 이슈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었겠지만 mix and match 효과가 더 좋다는 말은 최소화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mRNA백신이 매력적이었던 이유중 하나는 유행바이러스가 변이가 돼도 레고블록 갈아끼우듯이 금세 대처가 가능해서 유행에 즉각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코로나백신을 부스터샷으로 사용할 때가 되면 인플루엔자백신이 시즌마다 달라지는 바이러스의 변이에 따라 균주가 달라지는 것처럼 코로나 변이주에 맞춰 다른 균주로 제조되는 것을 기대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코로나의 부스터샷에는 기본접종에 사용한 우한 균주 백신을 다시 한번 부스터하여, 총 세번 접종해 항체가를 높이는 전략으로 보인다. 마치 인플루엔자의 변이바이러스가 나온 다음 시즌에도  지난 시즌의 백신을 접종하여 이것이라도 항체가를 높이겠다는 발상인가 생각하다가 에이 설마 했지만 달리 해석할 방도가 없다.  
mRNA백신이라고 해도 유행에 맞춰 레고블록 갈아끼우듯 mRNA를 갈아 끼우려고 했지만 예상과 달리 불량(?) 레고거나, 아니면 이미 만들어 놓은 1차 레고물량의 재고처리에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누군가가 전문가라는 거룩한 타이틀을 달고 TV에 나와 플루와 코로나는 전혀 다르다고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그랬으면 좋겠다. 우리는 고난의 시대에 늘 메시아를 기다린다.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외신보도에 몰두하는 우리 사회의 반응이 오히려 어색하고 안스러워 보인다. 미국FDA가, CDC가 그러는데, 유럽 EMA가 권장사항이니까?

이 땅의 인터넷 백신전문가들이여! 본인의 데이타로, 본인의 의견으로 말하라. 외신에 나오니까, 미국에서는 하지 말고. 인터넷은 누구나 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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