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남면 화포마을 소재 '꽃게마을 두리학교' 강둘순 대표
용남면 화포마을 소재 '꽃게마을 두리학교' 강둘순 대표

 

마음의 상처는 오래 간다. 트라우마가 되기도 한다. 허나, 다친 마음이 치료받고 위안을 얻는다면 무한한 잠재력을 내뿜게 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의 힐링은 나이가 어릴수록 더 효과적이고, 잠재력은 더 폭발적이 된다. 용남면 화포마을 소재 ‘꽃게마을 두리학교’가 그런 아이들을 위한 힐링교육을 하는 곳이다. 우리의 아이들을 성장시키고, 든든한 미래를 보장하게 만드는 두 번째 마을학교다.

고성군 출신의 강둘순 대표(61.사진)의 삶도 돌아보면 자신의 잠재력을 일깨우려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어릴 때 아버지가 했던 말들은 강대표에게 목표의식을 세워줬다. 강대표의 부친 역시 조실부모하며 스스로 배움이 부족했음을 한으로 여겨 그녀에게 항상 “커서 꼭 학자가 되거라” 당부했다고. 강둘순 대표가 고2때 부친이 57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자 가세가 기울어지며 공부를 포기할 뻔했다. 그때 아버지의 말은 그녀를 다잡았다. 3남4녀 중 다섯째인데다 부족한 살림에 입이 많았음에도.

 억척스런 간호사에서 양호교사로

중요한 선택의 순간마다 누군가 그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도 되돌아보면 마치 운명일까? ‘장학금을 받을 수 있고, 어엿한 커리어우먼이 될 수 있는’ 간호대를 추천한 고3때 은사가 그랬다. 간호사가 되면 두 남동생 학비를 보탤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치 정해져 있던 것처럼 경상대 간호대로 진학했다.

대학생활도 난관의 연속이었다. 알바와 학업을 병행했다. 전공에 맞춰 지적장애를 가진 특수학생을 가르치는 일이었다. 하루는 아이 어머니가 권하는 식사를 먹고 나서, 고마운 마음에 설거지를 깔끔하게 했더니, 그 다음부터 계속 식사를 권유하는 게 아닌가? 설거지는 별 것 아니었고, 식사비를 아껴서 기뻤다고.

저녁 늦게 알바 마치면 새벽까지 학교공부를 했다. 장학금을 받아야 하니까. 수업시간 맨 앞자리뿐 아니라 3년 내내 장학금도 그녀 차지였다. 성실한 제자가 예뻐서였는지, 담당교수는 언제나 귀한 원서교재를 지원했다. 힘들었던 학창생활이었지만 아버지가 생전 했던 “남 앞에서 눈물 보이지 말거라”는 말 덕분에 힘을 얻었다.

1982년 대학졸업 9일 만에 친오빠의 친구이자 같은 동네 살던 지금의 남편과 결혼했다. 그와 동시에 부산침례병원 간호사로 현업에 뛰어 들었다. 그런데 부친의 말을 따라 보건교사 되기 위해 임용시험에 도전했다. 남편의 서예스승이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남편을 안정적으로 뒷받침 해 달라”는 당부도 작용했다. 직장인과 수험생을 병행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7전8기. 그야말로 7번의 좌절 끝에 8번째 임용시험에 합격했다.

1989년 5월 4일. 창녕 남지초로 부임한 그날은 그녀 인생에 가장 소중한 날이기도 하다. 이후 충무고-통영여고-거제공고까지 30년 가까이 보건교사로 근무했다. 통영에서 근무한 햇수만 20년이 넘는다. 여학생들을 상담하는 일도 중요했다. 특히 성관련 이슈가 많았다. 민감한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이니까. 1999년부터는 경남교원연수원 초빙교원으로서 교사들을 상대로 ‘성교육법’을 강의하며 교재도 직접 만들었다.

그래도 강둘순 대표는 상담할 때 마다 부족함을 느꼈다. 통영여고 재직하던 2002년 한국교원대 상담심리학과에 입학해 2005년 석사학위를 받았다. 전문분야의 스펙트럼도 넓혔다. 2005년 석사논문은 ‘성적자기결정권’에 관한 것이었는데, 2008년 박사논문은 ‘우울(증)과 자살생각’이 주제였다. 덕분에 2011년까지는 창신대 아동복지과에서, 2012년부터 올해 초까지는 거제대 간호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었다.

그리고 2018년 2월 5년의 노력(?) 끝에 명예퇴직을 했다. 그리고 두리힐링센터(센터장), 두리심리상담연구소(소장), 두리경남성·가족상담센터(센터장), 꽃게마을 두리학교(대표)를 차례대로 열었다. 일은 많이 벌이지만 돈벌이와는 거리가 멀다. 강둘순 대표는 “고생은 많이 하지만, 비교할 수 없이 보람이 크다”고 말한다. 그녀가 운명처럼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듯, 그녀도 다른 누군가에게 되갚아주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리고 그 대상이 청소년기의 아이들이고.

꽃게마을 두리학교 아이들과 함께
꽃게마을 두리학교 아이들과 함께

내가 받은 도움의 손길 되갚는 것 뿐

꽃게마을 두리학교. ‘두리’는 그녀의 이름에서 힌트를 얻은 별명이기도 하고, “하나보다는 둘”이라는 뜻도 담고 있다. 화포마을에서 따온 ‘꽃게’에 대해 강둘순 대표는 “가로로 걷는 바닷게가 틀린 것처럼 보이지만, 바닷게 자신은 그렇게 걷는 것이 옳다고 여길 것이다. 게를 아이들이라 생각하면, 결국 잘못된 것을 들추고 탓하기보다는 인정하고 기다려 주자는 뜻을 담고 있다”고 설명한다.

현재 ‘꽃게마을 두리학교’ 수업은 학기 중 주중수업 주 2회(화, 목), 방학 중 주말수업이 있다. 8~10명 정도에 초등생부터 고교생까지 두루 섞여있는데, 수업효과를 생각한다면 이것도 많다고. 교사는 강대표 포함해서 5명이다. 퇴직금으로 매입한 오래된 2층 슬라브집을 리모델링한 두리학교는 크진 않지만 화초 가득한 정원과 고구마 키우는 텃밭이 있어 아이들 만족감과 교육효과는 대단하다.

봉숭아꽃 손톱물들이기 프로그램도 인기지만, 푸드테라피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다. 가령 초코파이는 훌륭한 교재다. 겉은 초코에 속은 마시멜로인 점을 활용해 자신의 외양과 내면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이해하도록 해 준다. 아이들의 달라지는 모습은 자신도 놀라지만, 강둘순 대표와 다른 교사들까지 즐겁도록 놀라게 한다. “처음엔 자기소개나 인사조차 쭈뼛거리던 아이들이 나중에는 서로 발표하려고 애쓰고, 서로 위하면서 가족처럼 느끼는 모습에 보람을 느낀다”는 강대표는 “지금은 너도나도 자기 아이한테도 기회를 달라고 할 정도”라고.

심리상담사이자 푸드전문강사인 정서희 실장, 역시 심리상담사이자 인지활동사인 유희순 팀장, 심리상담 및 보드전문인 이연하 강사, 교육 및 심리상담사 심미련 강사가 아이들의 든든한 동반자다.

<꽃게마을 두리학교> 주소: 용남면 화포1길 66(문의전화/010-3781-8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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