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연휴가 끝나가던 지난달 말 참으로 가슴 아픈 소식이 미국에서 날아왔다. ‘코비 브라이언트 헬기 추락사.’ 그리고 이어진 추모행렬.

그가 누군지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를 수도 있다. 그를 아는 사람 중에도 전 세계적으로 일어난 추모에 대해 납득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유명한 NBA선수로 떼돈 벌더니 바람이나 폈던 녀석이잖아.”라거나 “고등학교밖에 졸업하지 않은 농구선수가 죽은 것이 뭐가 그리 대단하다는 것이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슬펐다. 대부분의 미국사람처럼. 대부분의 한국 농구팬처럼. 하지만 그가 41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것이 슬프면서도 미국사회가 그의 죽음을 대하는 방식에 감동받지 않을 수 없었다.

고졸 선수로 1996년 NBA 진출한 뒤 20년의 선수생활동안 득점왕 2회, 올스타선정 18회, 올스타경기 MVP 4회, 정규리그 MVP 1회, NBA 우승반지 5개, 올림픽 금메달 2개라는 업적으로 8번과 24번 두 개의 등번호를 모두 영구결번 받은 유일한 선수인 것이 그가 존경받는 이유의 전부가 아니다.

그는 ‘농구의 신’ 마이클 조던이 유일하게 자신을 이길 수 있다고 말했던 선수였지만, 무엇보다 가족에 대한 헌신과 사랑이 넘쳤으며, 경기에 대한 애정, 승리에 대한 열정이 강력했음에도 결코 고결함을 잃지 않으며 오히려 동료선수들에게, 팬들에 영감을 주었던 선수였기 때문이다. 코비는 “모든 사람들의 상자가 다르다. 내 상자는 농구에 대한 야망이 가득하다. 그 상자가 내 것보다 훌륭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만일 여러분이 하는 일을 헌신적으로 수행하고, 그 분야에서 성공한다면 그것으로 여러분의 상자는 가득해진다. 그것이 맘바 멘탈리티(Mamba Mentality)다”라고 말했다. 맘바는 코비의 별명이자 그가 설립한 재단의 명칭이다.

그는 2003년 성폭행 혐의로 기소됐다가 피해여성의 고소 취하로 마무리됐다. 만일 우리나라였다면 코비는 전혀 다른 운명에 처했을 것이다. 그의 선수시절 위대한 업적은 한 티끌의 가지도 인정받지 못한 채 역사의 뒤안길로 치욕스레 사라졌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실수 자체보다는 실수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를 평가해야 하는 것 아닐까? 우리도 위대한 선수를 대하는 우리만의 옳은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고인의 명복을 빈다. Kobe, Rest in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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