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 거제 계룡산 의상대(義湘臺)

                                   시인 수필가  이 승 철

계룡산(鷄龍山) 정상에 신라시대 절터가 있다. 이 절터를 의상대(義湘臺)라 부른다, 절터 주변은 자연석 돌담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고, 축대를 쌓아 방처럼 만들어 놓았다.
  절터의 규모는 작지만 신라의 고승 의상대사(義湘大師)가 이곳에서 기도 하던 절터로 전해져 오고 있다. 절터를 오르는 길은 계룡사 뒤 능선을 타고 오르는 길과 거제면에서 오르는 길이 있고, 근래 와서 계룡산 중턱으로 임도(林道) 가 나있어서 차로 중간 지점까지 가서 약수터 길로 올라 갈 수 있다.
   이 절터는 계룡산 정상 555m의 바위틈에 겨우 은신할 수 있는 곳에 작은 돌로 계단을 쌓고 그곳에 절을 지어 기도를 했던 곳이다. 약30평정도 된다.
  의상대 주위는 단풍나무가 붉게 불타고, 절터 위쪽에는 장기판을 엎어 놓은 듯 한 장기판  바위가 있고, 그 옆에는 불의문(佛意門) 바위가 있다. 이 바위는 불교의 참 진리를 얻을 수 있는 바위 문이다.
  병풍같이 둘러 서있는 바위는 코끼리 상을 비롯한 갖가지 동물상들을 조각을 해 놓은듯하고, 오른쪽 암벽은 천길 낭 떨어 지로 아찔하다.
  여기서 보면 멀리 비진도 한산도 등 다도해의 섬들이 석양에 가물거리고, 높고 낮은 산들이 하늘 끝에서 겹겹이 파도처럼 안겨온다.
  북쪽에만 암벽이 막아서 있고, 모두가 툭 터여 있어 여기에 오르면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은 듯 상쾌하다. 발아래는 꼬불꼬불한 능선이 용트림하듯 꿈틀거린다.

  의상대는 계룡산의 용머리 부분으로, 용의 눈과 눈 사이에 해당 되는 명당지다. 용꼬리는 아홉 개로 구천계곡에서 그 뿌리를 내리고, 하늘로 승천하는 형상이다. 좌우를 둘러보면 잘 짜여 진 산세가 천하의 명당 지 같이 아늑하게 느껴진다.
 의상대사가 이 명당 터에서 가부좌하고 정진했던 곳에는 아직도 당시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의상 대사는 원효대사와 당나라로 불교 공부를 하기 위해 가다가, 어느 날 밤에 비가 내려서, 근방에 있는 토굴 속으로 피신해서 잠을 잤는데, 목이 말라서 주변에 고여 있는 물을 마시고 갈증을 면했다. 자고 나서 보니 지난밤 잤던 곳이 허물어진 묘지여고, 물은 해골에 고여 있었던 것을 먹었다. 지난밤 갈증이 날 때 먹은 물은 꿀맛이었는데 날이 새고 나서 보니 해골에 고인 물이라 그때서야 구역질이 났다. 원효대사는 그 자리서 깨달았다. 모든 것이 다 마음에 있다는 것을 깨달고 신라로 돌아 왔고, 의상 대사는 당나라로 가서 화음경의 교주였던 지엄(智儼)스님을 만나서 화엄경을 통달 득도하여, 신라로 돌아왔다. 화엄경의 진리를 펼치기 위해서 맨 처음 양양 낙산사를 건립 하였고, 이어서 태백산 부석사, 천축산 봉황사, 경주 사천왕사, 지리산 화엄사 가야산해인사 등을 창건 하여, 화엄 사상을 전파 하였다.
  그리고 전국의 명산을 찾아 기도하였다. 그때 거제의 계룡산이 명산이란 것을 알고 이곳에 와서 기도를 하였다고 한다.
   의상대사가 기도를 드렸던 의상대 주변 벼랑을 오르는 길가에서 당시의 토기편린이 발견된다, 빛 바 롄 토기 편에서 천년의 역사가 흐르고 있음을 직감하니 인생의 무상함이, 뜨고 지는 해와 같이 짧고 허무함을 느끼게 한다.
  바람소리 고요한 절터에는 청아한 독경소리가 바위 돌을 울리는 것 같고, 석양이 비친 의상대는 대사의 초연한 모습이 환상으로 나타난다.
  1960년경 이 절터 계단아래서 윤송학(고현)이 길이 15cm 남짓한  불상을 발견하여, 사등 성내 김모씨가 가져갔는데 이 불상을 소지하고부터 집안에 액운이 생겨서 절에 봉안 하였다고 하는데 그 절이 어딘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고현 쪽 70여m 아래 약수 물이 있다. 주위는 산죽(山竹)인 대나무 숲이 우거져 있고, 주변에는 집터의 흔적이 남아있다. 이 집터도 의상대사가 있을 때 이곳에 절을 만들었다고 전해져 오고 있다.
   진달래가 피는 봄이면 등산객이 의상대를 찾아 정상에 오른다. 절터는 층층계단과 돌담, 그리고 병풍처럼 둘려져 있는 바위가 마치 방안처럼 아늑하다. 그곳이 쉼터다.
   신라의 고승 의상대사가 계룡산 정상에서 기도정진을 한 것은 계룡산이 천하 명산이기 때문이라 한다. 계룡산은 거제의 중심부에 위치한 산이다. 규모는 작지만 그 생김이 머리는 닭의 형상이고, 몸은 용트림 하는 형상의 계룡(鷄龍)이 북두칠성이 있는 하늘을 향해 비상하는 형상을 하고 있다. 그 기상이 장엄하여 천하명산으로 이름나 있다.

서정윤 기자  gjtlin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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