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인의 마음을 그린 그림> 동양화 읽기 시리즈 (41)
이근우 기자 / chwon56@hanmail.net 입력 : 2022년 10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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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헤럴드 |
미술평론가 청원 이근우
책가도(冊架圖)
1) 책가도의 의미
좁은 의미의 책가도는 서가에 책 만 가득 꽂혀 있는 그림이나 넓은 의미로는 책 외에 서가 안이나 주변에 문방사우, 향로, 청동기, 자기 등을 진열해 놓은 모습을 그린 그림을 포함한다. 그러한 그림을 책거리도라고도 한다.
2)유래
책가도와 관련하여 정조가 신한평과 이종현이 책가도를 그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귀양을 보냈다는 기록이 있으며, 대략 18세기 후반부터 책가도가 그려져 웬만한 사대부가의 벽에는 거의 걸려져 있었음을 감안 할 때 호학의 군주 정조 때로부터 처음 그려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책가도는 처음 궁중 화원들로부터 그려지기 시작하여 왕실과 귀족층이 즐기던 것이 점차 민간으로 확산되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민화의 책가도에는 서가가 있는 그림보다 없는 것이 더 성행했다. 그것은 민가의 옹졸했던 주거 구조를 감안 할 때 작은 공간에 최대한 많은 것을 담기 위해 책을 비롯한 기물들을 응집해서 그리고 평면적인 공간으로 표현하는 등 민가의 규모에 적합한 그림으로 그려졌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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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가도(冊架圖) - 국립중앙미술관
기명절지도(器皿折枝圖)
1)기명절지도와 서양의 정물화
진귀한 그릇과 화초, 과일, 채소류를 소재로 그린 그림으로 기명도(器皿圖)와 절지도(折枝圖)로 구분하여 부르기도 한다. 따라서 기명절지도(器皿折枝圖)란 진귀한 제기(祭器), 식기(食器), 화기(花器) 등의 그릇을 그린 기명도(器皿圖)와 절지(折枝) 즉 꺾인 꽃, 나뭇가지 등을 그린 절지도(折枝圖)가 합쳐진 그림이다. 절지(折枝)라는 말은 글자 그대로 꺾어진(折) 가지(枝)라는 의미이다.
기명절지도는 인간도 자연의 한 부분으로 보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동양적 우주관을 반영한 대표적 그림이다. 동양식 정물화로 부르기도 하나 서양의 정물화의 경우 사실적인 관찰을 바탕으로 인생의 덧없음과 무상함, 탐욕의 경계 등을 일깨우고자 하는 ‘바니타스(Vanitas)’ 정물화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기명절지화는 시각적이고 사실적인 그림이기 보다는 차물서정(借物敍情)의 사의적(寫意的, 사물에 자신의 마음과 뜻을 의탁하여 간결하게 그림)인 그림이다.
2) 기명절지도의 특징
기명절지도가 흥미로운 것은 그림에 등장 하는 각종 기물들이 나름대로 상징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즉 동기(銅器)는 제사에 쓰이던 제기로 신비스러운 힘을 가진 왕권상징의 보기(寶器)이며, 모란꽃은 부귀, 화병은 평안 (화평과 중국어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문구류는 학문이나 벼슬, 석류와 포도는 자손의 번성, 큰 귤(大橘)은 대길(大吉), 수석은 수명(壽命), 쏘가리는 벼슬길로 나가 입궐함, 게는 장원급제의 뜻을 담고 있다. 이처럼 기명절지도는 서양의 정물화와 달리 기복적인 의도로 많이 그려졌다.
3) 기명절지도의 역사중국에서 시작된 기명절지도는 원나라 때 시작하여 청나라 후기로 부터 독립된 화목으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기명절지도의 대가로 조지겸(趙之謙), 오창석(吳昌碩 ), 제백석(齊白石) 등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 초기부터 조금씩 그려지다가 조선 후기의 강세황(姜世晃)이 문인화풍의 간결한 필치로 다룬 바 있으나 기명절지도가 성행하게 된 것은 19세기 후반 장승업(張承業)을 통해서이다. 장승업의 화풍은 그의 제자인 한말의 안중식(安中植), 조석진(趙錫晉)과 이도영(李道榮), 이한복(李漢福) 등에게 계승되어 장식미를 더하게 되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 이후로부터 별로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 들어 민화가들에 의해 다시 그려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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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업 - 기명절지도(器皿折枝圖) |
이근우 기자 / chwon56@hanmail.net 입력 : 2022년 10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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