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오염물질 감축 위해 전력 사용 통제.
석탄 및 천연가스 가격 급등. 생산 공장 조업중단 확산

화력발전소. 사진=픽사베이
화력발전소. 사진=픽사베이

[ESG경제=이신형기자] 중국 최대 민영 부동산개발업체 헝다그룹(에버그란데)의 채무불이행 우려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한 가운데 중국의 전력 부족 사태가 헝다그룹 위기만큼 중국 경제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블룸버그뉴스가 27일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전력 소비 통제에 나섰다. 중국의 엄격한 오염물질 배출량 감축 목표뿐 아니라 석탄과 천연가스 가격 급등, 전력 수요 증가 등이 전력 소비 통제로 이어졌다. 중국 정부는 제조업부터 통제하기 시작했다. 알루미늄 제련에서 섬유 생산과 콩 가공 공장에 이르기까지 여러 기업이 공장 가동을 줄이거나 가동을 중단시켰다.

중국의 23개 성 중 거의 절반이 중앙정부가 정한 에너지 사용량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에너지 사용을 줄이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특히 중국 경제에서 3분의 1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요충지인 장쑤성과 저장성, 광둥성이 전력 소비 통제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노무라증권의 팅 루 등의 애널리스트들은 리서치 노트에서 “시장의 관심이 에버그란데에 집중돼 있고 중국 정부가 전례 없는 부동산 규제에 나서고 있다”며 “다른 공급 측면의 충격은 과소평가 되거나 외면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번 분기에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헝다그룹 채무불이행 우려에 가려진 중국의 에너지 부족 문제는 이미 유럽 시장을 혼란에 빠트린 전 세계적인 에너지 수급 불안을 반영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경제 봉쇄가 풀리면서 경기가 급반등했고 석탄이나 석유, 천연가스 생산은 감소한 가운데 수요는 급증하면서 에너지 수급 불안이 발생했다.

중국의 경우 내년 2월에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에너지 수급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국제사회에 올림픽 기간 중 푸른 하늘이 드러난 베이징을 보여주는 한편 저탄소 경제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려 한다.

저탄소 전환에 더해 석탄과 가스 가격 급등

중국은 현재 석탄과 천연가스 공급 부족을 겪고 있다. 석탄과 천연가스는 겨울철 난방과 전력 생산에 사용된다.

공급 부족으로 난방용 석탄 선물은 지난달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4배나 상승했다. 광산 안전과 오염물질 배출에 대한 우려가 중국 내 석탄 생산을 제약하는 가운데 호주산 석탄 수입 금지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천연가스도 수요자들이 경쟁적으로 물량 확보에 나서면서 급등하고 있다.

과거에 겨울철 전력 수요가 급증할 때 중국은 디젤 발전기를 가동해 부족분을 메웠다. 하지만 올해는 중국 정부의 오염 저감 정책 때문에 디젤 발전으로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는데 제약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의 에너지 소비 감축 요구에 따라 90억 달러 상당의 알루미늄을 생산하는 윈난 알루미늄은 생산을 줄였다. 콩을 가공해 식용유나 동물 사료를 생산하는 톈진 소재 대형 식품업체가 이번 주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등 식품산업도 타격을 입었다.

닛케이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내 애플과 테슬라 협력업체들도 일부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하지만 아이폰을 생산하는 폭스콘은 중국 정부의 조치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닛케이는 보도했다.

이보다 규모가 작은 다수의 기업이 감산이나 생산 중단 명령을 받았다는 공시를 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런 기업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으나, 이런 기업의 생산이 위축되면 다국적 기업의 공급망과 영업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상하이 인근의 장쑤성에서는 제철소 가동이 중단됐고 일부 도시는 가로등을 켜지 않는다. 저장성에서는 에너지 소비가 많은 160개 기업이 생산을 중단했고 랴오닝성의 14개 도시는 석탄 가격 급등으로 전력 사용을 줄이는 비상조치에 들어갔다.

노무라증권의 팅 애널리스트는 “에너지 통제는 글로벌 마켓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조만간 시장은 섬유에서 장난감, 기계 부품에 이르기까지 약간의 공급부족 현상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가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성장률을 희생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맥쿼리그룹의 래리 후 중국 경제 담당 책임자는 “정책당국이 탄소 배출량 목표 달성을 위해 올해 남은 기간 중 저성장을 기꺼이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6% 이상의 성장률은 쉽게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상반기의 높은 성장률을 고려할 때 올해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는 쉽게 달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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