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 삼국지로 본 “초원의 바리케이트”

   칼럼니스트 차정식

 

키르키즈스탄도 이제 길목마다 바리케이트를 치고 마을마다 입구를 통나무나 트렉터로 막아 통행을 제한하고 있으니 실크로드 초원길은 완전히 차단되었다.

318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마자 최초 역병 발생지 오쉬주를 봉쇄하는 등 방역에 노력했으나 현재 전국 7개 주 중에서 탈라스주를 제외한 모든 곳으로 바이러스가 확산되어 22일 만에 215명의 환자가 나왔다.

전행정력을 동원하여 봉쇄와 차단에 주력했으나 이 나라 사람들의 특성인 유목민의 나대는 성격과 인정에 끌려 단호하게 막지 못한 것에 그 허점이 있었던 것이다.

수도 비쉬켘에 나가 있던 시골 사람들이 코로나19로 생계가 막혀 귀향하기 시작했는데 각 도시의 최외곽 바리케이트에서 제대로 된 차단과 검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 첫 관문에서 통과되면 그 다음의 바리케이트는 앞에서 잘 걸렀을 것이라 여겨 경계가 느슨해질 수밖에 없으니 그 많은 바리케이트도 무용지물이었다. 이제 키르키즈스탄도 다른 나라처럼 감염경로조차 추적할 수 없게 되어 기대했던 차단 방역은 실패로 끝났다.

 

원소군이 관도에서 전투를 벌일 때 삼국지에는 원소가 오소를 둔량처로 정해 군량을 비축한 뒤 조조와 천하를 두고 다투는 이야기가 있다.

조조는 바로 이 오소를 기습 공격하여 치명적인 결정타를 날리고 싶었으나 원소군의 수많은 영채 사이를 지나갈 수가 없어서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옛 군영은 주둔지를 목책이나 토성 등으로 에두르고 원문(轅門)을 설치한 뒤 이 문을 통해서만 출입을 가능하게 하여 대군의 안전을 도모했으며 영채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에도 전방초소격인 복로군(伏路軍)을 매복하여 사전에 적의 침입을 탐지하는데 주력했다.

그래서 조조군이 오소로 가려면 원소가 곳곳에 매복시킨 복로군 사이를 통과해야 하니 들키지 않고 대군이 이동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복로군에게 조조군의 이동이 탐지되면 원소군의 본영에서 즉시 대군이 달려올 것이니 당시 숫적으로 열세였던 조조군은 전멸을 면할 수 없는 실정이었다.

그러던 중 원소와 갈등을 겪던 모사 허유가 조조에게 투항하면서 자신이 원소군영에 있을 때 알고 있었던 정보 하나를 제공했다.

원소의 장수인 장기의 군사라고 하면 원소군의 영채를 지날 때 복로군을 속일 수 있다는 기밀을 누설했던 것이다.

최전방에서 처음 만나는 복로군만 속이면 다음에 매복한 복로군은 이미 앞에서 검문을 거친 대상이기 때문에 경계가 느슨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 마치 초원의 다중 바리케이트가 무용지물이 되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마침내 조조는 직접 마보군(馬步軍) 5,000을 선발하여 오소로 군량을 급습하러 가면서 이번에 기습공격을 하지 않으면 좌이대곤(坐而待困)한다고 군사들에게 역설했다.

 

좌이대곤(坐而待困) 앉아서 곤란한 일을 기다리다.

 

조조군에서는 순유 가후 조홍이 대채(大寨)를 지키고, 하후돈 하후연은 일군(一軍)을 거느리고 좌측에 매복하고, 조인 이전은 일군(一軍)을 거느리고 우측에 매복하여 적의 기습에 미리 대비하게 한 뒤 장료와 허저를 전군, 서황과 우금을 후군으로 삼은 뒤 조조 자신은 장수들을 이끌고 중군이 되어 5,000인마 모두가 원소군의 기호로 위장했다. 군사들은 다 마른 풀단과 장작을 지고, 사람은 하무(銜枚: 군인들이 행군할 때 떠들지 못하게 입에 물리는 버들가지 같은 나무토막)를 물고, 말은 입을 묶어 황혼에 오소를 향해 조용히 진군했다.

 

조조군이 이처럼 수비를 보강한 뒤 기습에 나서니 이것은 마치 축구에서 4-4-2에서 4-5-1 포메이션으로 전환한 것과 같은 진형이다. 최전방 공격수 1명을 줄이고 미드필드에 5명을 증가시킨 포메이션이다. 상대편이 강한 경우 미드필드 5, 수비수 4명으로 수비에 중점을 두고 역습을 노릴 때 사용하는 것이지만 공격수가 1명이기 때문에 공격할 때 상대 수비에 비해 공격수의 수적인 열세로 압박을 당할 수 있는 대형이니 만약 허유의 확실한 정보가 없었다면 조조의 오소 공격군에게는 아주 위험한 작전이었다.

 

조조군이 원소의 영채 사이를 지날 때 복로군이 검문을 하자 장기(蔣奇)장군이 명을 받고 오소로 군량을 보호하러 간다고 대답했다.

원소군의 최전방 복로군은 다 자기편 복장과 기호인지라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통과시키니 이후에 원소의 별채를 여러 차례 지났으나 그때마다 장기의 군사란 한마디로 검문소를 무사히 통과했다.

이미 4(四更: 새벽 1~3)이 거의 지나가는 시간, 오소에 도착한 조조는 군사들을 시켜 마른 풀단으로 주위에 불을 지르고 북 치고 함성을 지르며 바로 치고 들어갔다.

오소를 지키던 원소의 장수 순우경은 장수들과 더불어 술을 마신 뒤 취해서 막 장중에 누웠다가 문득 들려오는 북과 함성소리를 듣고 놀라 일어났으나 이미 조조군의 요구(撓鉤: 자루가 달린 갈고리)에 걸려 넘어지니 오소의 군량은 조조군에 의해 모두 불태워졌다.

4-5-1 포메이션으로 수비를 강화한 덕택에 원소군의 역습마저 무력화시켜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승리한 조조가 천하의 강자로 부상했다.

원소가 아무리 첩첩이 복로군(伏路軍)을 설치했어도 첫 관문을 통과한 조조군을 다음 관문이 막지 못한 것처럼 키르키즈스탄의 곳곳에 촘촘히 설치한 초원의 바리케이트도 귀향객에 의해 최전방이 한 번 열리니 이 후는 거의 프리패스였다.

 

여러 나라에서 보았듯이 코로나는 한 번 방역이 뚫리면 순식간에 지역사회에 퍼지고 그 다음에는 전국적인 팬데믹(pandemic: 대유행병)으로 확산되는 것이 기정사실이다.

코로나19는 나타났다가 흩어진 후 홀연히 다시 나기를 반복하여 전혀 통제가 되지 않는다.

모종강은 처리해야할 일이 모여있으면 어렵지 않으나 흩어져 있으면 어렵고, 상세하게 알고 싶지만 더 상세하게 알지 못하면 어렵고, 생략하고 싶지만 지나치게 생략을 할 수 없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라고 삼국지평에서 말하며 사자성어로 그 어려움을 강조했다.

 

동삼서사(東三西四) 동쪽에 세 개. 서쪽에 네 개로 흩어지고

칠단팔속(七斷八續) 일곱 번 끊어졌다가 여덟 번 이어지는 것처럼 복잡하다

 

어느 나라나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나 확산 속도가 문제일 뿐이지 모든 나라가 중국 미국 유럽처럼 팬데믹으로 간다는 것이 이스라엘 러시아 동남아 국가 등의 후발 감염국 예로 입증되었다.

만델브로트(Benoit Mandelbrot)는 아무리 작은 규모에서 보이는 자기 유사성이라도 그것이 큰 규모에서도 반복적으로 나타나 패턴의 일관성을 유지한다고 1988년에 자연의 프랙탈 기하학등에서 발표했는데 즉 한반도의 리아스식 해안의 길이를 일부 지역의 해안선을 측정하여 전체의 길이를 유추해도 패턴의 반복성 때문에 별 차이가 없다는 이론이다.

만약 2020년 하절기에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이 만델브로트의 프랙탈 이론은 키르키즈스탄이 기존 발생국처럼 팬데믹으로 간다는 것이야 말할 것도 없고 장차 전세계에 닥칠 무서운 대재앙을 경고하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 것인지, 끝난 후에는 세상이 예전처럼 회복될 것인지 또 키르키즈스탄 국내마저 이동이 차단되었는데 한국으로 갈 수 있는 길은 열릴 것인지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애오라지 실력으로 너무 오만했던 인류가 지금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이다.


ipecnews 기자
작성 2020.04.08 11:24 수정 2020.04.0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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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3 / 김종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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