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진의 시와 사진] 축음기소리
▲[차승진의 시와 사진] 축음기소리

축음기 소리

                                        차승진

뜨거운 물을 컵에 담아 테이블에 놓고

창밖을 보는 순간

물의 온도가 저절로 낮아지고 있다

앙상한 나무에서 새순이 혀를 내밀듯

보이지 않는 힘으로 밀고 당기는 생명의 통로

사랑으로 이루어지는 아름다운 입맞춤처럼

한 생각이 목적지도 없이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 있을 때

적막한 곳에서 달려오는 종소리

살아있다는 건 나를 알리는 신호음

가마솥을 데우는 장작불이 찌지직거리듯

오래된 풍경을 끄집어내는 축음기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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