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 생산농가 피해 막대…지방세 결손, 기금 납부도 어려운 상황
IT기술 활용하면 과몰입 방지, 상한액 규제, 접속 횟수 제한 가능
말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 및 다양성 모색 필요

[CEO랭킹뉴스 서효림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말산업 피해액은 9월말 기준 총 5조5000억원에 달한다. 한국마사회의 경마중단으로 인해 말 생산자는 직격탄을 맞았고 관련종사자의 매출은 크게 감소했다. 국내 말 산업 규모에서 경마가 차지하는 비율이 87%에 이르기 때문에 그 피해는 더 크다. 

경주마 멈춘 후 말 산업 피해액 6조 육박…세금 손실 7천억

경마 중단으로 인한 매출의 감소는 지난해보다 6조4천억 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마사회의 매출 감소는 세금 결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이를 보존하기 위한 방안으로 온라인 마권 발매의 허용이 요구되고 있지만 마사회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여전히 신중론을 고집하고 있다. 

경마 시행을 통해 납부되는 세금은 매년 약 1조 5천억원이다. 마사회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말 기준 정부와 지자체의 세금 감소액은 국세 809억원, 지방세 5,663억원(△경기도 3,123억△ 서울 757억원 △부산 675억원 △제주 661억원 △경남590억원 △인천 144억원 △광주 137억원 △충남 125억원 △대전 106억원 △대구 70억원), 축산발전기금 938억원으로 추정된다. 축산발전기금은 축산물수급관리, 축산기술보급, 축산업경쟁력제고, 친환경축산 지원, 가축방역 등에 사용된다. 

(자료제공=한국마사회)
(자료제공=한국마사회)

 

불법경마사이트 단속 325건 늘어…불법경마 6조 규모

별 다른 대안없이 경마가 중단되면서 불법 경마는 그 규모를 늘렸다. 내기심리를 가지고 있던 합법 경마 이용자들이 욕구가 채워지지 않자 불법 경마로 이동한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는 부분이다. 현장과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이뤄지던 불법 경마는 코로나19 이후 불법사이트를 중심으로 커졌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작년, 국내 불법도박 시장 중 불법 경마의 규모는 6조 8898억원에 달한다. 합법경마 매출액인 7조3572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경마가 완전히 중단된 2월 23일부터 10월 6일까지 불법 단속 결과 불법 사설 경마사이트 폐쇄 건수가 작년에 비해 325건 늘어난 3,176건으로 집계됐다. 사설경마사이트는 일본 등 외국 경마 영상과 배당률 정보를 활용해 불법베팅을 계속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합법적으로 개최되는 경마라도 이를 우리나라에서 사설경마사이트를 통해 이용한다면 불법이다. 

해외 주요국…온라인 경마 및 마권 발행 허용이 대세 

외국의 경마는 일찌감치 온라인 경마 시행이 허용돼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상황에서도 큰 타격이 없었다. 마사회가 말산업종사자의 피해를 줄이려고 출혈을 감수하고 마련한 무관중 경기가 미국·영국·호주 등 7개 나라에 수출돼 오히려 해외 온라인 베팅업체의 매출로 이어지기도 했다. 1970년 전화발매를 시작한 일본의 온라인 매출은 전체의 69%를 차지한다.

(자료제공=한국마사회)
(자료제공=한국마사회)

온라인 마권 발매에 대한 논의는 코로나19의 유행 전부터 계속됐다. 지난 2008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가 ‘사행산업 건전발전 종합계획’에 따라 인터넷 경마베팅이 폐지된 후 작년에도 허용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20대 국회 회기내 처리되지 못해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자동으로 폐지됐다가 지난 8월 『온라인 마권구매 도입관련 한국마사회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는 상태다. 과거 온라인 마권 판매는 전체 경마매출의 3.5% 수준이었다.

합법 온라인 구매 수단 있다면 불법 안해…불법경마 이용자의 70%

세계적 도박산업 통계조사기관인 영국 '글로벌 베팅 & 게이밍 컨설턴트(GBGC)'가 국가별로 경마를 포함한 온라인스포츠베팅 시장을 조사한 결과, 2008년 온라인 베팅을 합법화한 이탈리아, 2010년 합법화한 프랑스, 2011년 합법화한 독일 모두 합법화 첫 해부터 불법 온라인 베팅 시장이 급감하고 합법 온라인 베팅 시장이 성장하는 결과를 보였다. 

불법경마사이트가 성행하는 이유 중 하나가 온라인 구입으로 인한 편의성이므로 온라인 마권 발매가 가능하다면 불법경마를 이용하는 사람을 합법경마로 이끌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불법경마 이용자 중 70%는 "합법 온라인 베팅 도입 시 불법경마 이용을 중단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은 “마사회가 합법적으로 온라인 마권을 발매하는 것이 불법경마를 줄이는 데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베팅을 허용한 주요 3개국의  합법·불법 온라인 스포츠 베팅  시장 규모 비교(자료=Global Betting&Gaming Cunsultants)
온라인 베팅을 허용한 주요 3개국의 합법·불법 온라인 스포츠 베팅 시장 규모 비교(자료=Global Betting&Gaming Cunsultants)

과몰입 방지 위한 통제는 온라인이 수월

불법도박의 양성화, 다국적 베팅업체의 등장으로부터 자국민 보호, IT기술 발달에 따른 구매패턴 변화를 이유로 온라인 경마를 허용하는 해외의 추세에도 불구하고 농림축산식품부가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사행산업 조장 우려다. 장소의 구애 없이 어디에서나 마권을 살 수 있다면 중독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마사회는 경마의 독점권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과몰입 방지를 위한 건전관리 책임도 함께 하고 있다. 현재 시행하는 경마는 1주일에 약 45경주의 한정된 베팅상품이 제공되고 이용시간이 제한되며 1경주당 10만원의 구매상한을 두고 있다. 마사회는 온라인 마권 발매를 도입하고자 하는 이유는 매출의 증대가 아닌 건전한 구매수단 강화라고 설명했다. 일본중앙경마회 사례를 비추어 보면 기존 경마 이용자 중심으로 전이가 이뤄져 이용자 급증 사례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된다.

오히려 IT암호화를 통해 투명히 관리할 수 있는 온라인 구매가 상한 규정, 베팅 횟수, 접속 제한에 유리한 면이 있다. 과몰입에 따른 부작용 역시 접속 기록과 베팅 금액, 횟수를 분석해 예방 및 감독이 가능하다.

멈춰버린 성장동력…새 패러다임 도입 절실

전체 농업생산액에서 국내 말 산업이 차지하는 규모는 약 7% 수준이다. 그로 인해 창출되는 일자리는 2018년 기준 2,3만개에 달한다. 말 산업은 타 축종에 비해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말 3두당 풀타임 근로자 1명이 필요하다. 경마 뿐 아니라 경주마 생산, 사료작물 재배, 말 장구제작, 승마, 경마정보 유통 등 1~4차 산업을 망라하는 융복합산업이자 경주마 수출 등 성장잠재력이 큰 산업으로 평가받는다. 마사회가 해외종축사업을 통해 선발해 미국 무대에 진출시킨 ‘닉스고’가 미국 킨랜드 경마장 얼라우언스(Allowance, 1700m, 더트, 총상금 7만5000달러) 경주에서 우승소식을 전하는 등 전망도 어둡지 않다. 

경마의 베팅을 중심으로 성장한 말산업은 오프라인 마권 발매를 고집하면서 완전히 멈춰버렸다. 말 산업의 성장을 위한 패러다임의 대전환과 함께 레저·산업의 측면에서 다양한 산업 육성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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