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로봇, 자율조정장치 등을 도구로 한 4차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면 지금의 직업들은 대부분 없어질 것이라고 하니, 두고 볼 일이다. 만약 그렇게 되면 인간은 뭘 먹고 살 것인가? 물론 이에 대한 방법론도 넘쳐난다. 인간이 기계를 착취하면 되지 않느냐, 혹은 기계가 벌어들인 부가가치를 인간이 누리면 되지 않나 하는 담론이 그런 것들이다.

그런데 최근 널리 보급되고 있는 머신비전은 기계를 ‘착취’하는게 아니라, ‘인간과 기계의 화해’로 유용한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모델이 아닐까 싶다. 사전적 개념으로 머신비전은 인간의 뇌와 눈으로 판별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기계에 부여한 것이다. 다시 말해 사람이 인지하고 판단하고 실행하는 일을 기계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시스템에 주입시켜, 기계가 대신 처리하게 하는 기술인 것이다. 그 수준에 따라선 트랜스포머 전 단계에 근접한 것도 있다.

머신비전은 그래서 날이 갈수록 스마트팩토리나 제조업 현장에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각종 하자나 훼손 부위를 귀신같이 잡아내고, 교정하거나 최적화한다. 최근엔 아예 신경망 네트워크 모델을 제조 시스템에 접목하기 위한 각종 장치나 프로그램도 등장하고 있다. 사람이 육안으로 제품 검사를 할 때는 숱하게 놓친 것들도 머신비전은 정확하게 잡아낸다. ‘인간화된 기계’ 내지 '기계 인간'처럼 마이크로 미터 단위까지 정밀하고 빠르게 잡아내는 것이다. ‘생각하고 느끼며 판단하고 결정하는 기계’라고나 할까. 참으로 놀라운 기술이다.

요즘은 한 발 나아가 ‘딥러닝 버전 소프트웨어’도 유포되고 있다. 이미지 해석용 딥러닝 모델을 생성할 수 있는 범용 SW로 작업 현장이나 엔지니어들로부터 환영받는다. 사용자가 GUI상에서 이미지 데이터를 자유롭게 관리할 수 있으며, 자체 ‘오토 딥 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노코드’로 최적의 모델을 생성할 수 있다. 대규모 서버 PC부터 임베디드 프로세서까지 다양한 플랫폼을 지원하기도 하는 것이다. 한켠에선 조명과 색상을 이용한 머신비전 조명기술도 등장했다. 이 모든 기술들은 자동차, 반도체, 전자, 디스플레이, 식품업, 교통, 감시, 의약, 군수 분야 등에 활발히 스며들고 있다.

흔히들 인간과 기계의 위상이 거꾸로 될까 우려하며, 20세기 버전의 러다이트를 지레 떠올리고 두려워하기도 한다. 그럴수록 디지털화된 기계의 소유자로서 ‘인간’의 역할을 생각할 법하다. 그건 곧 기계를 통한 인간에 의한 제어와 협업, 기계와 인간 지능이 혼연일체가 된 피드백이 스마트 자동화의 행간에서 작동하는 것이다. 다른 말로 인간의 ‘경험’을 기계의 경험으로 사이좋게 치환하고 공유하는 것이다. 스마트 모니터링이니, AR 이미지 판별이니, ‘오토 딥 러닝’ 알고리즘에 의한 ‘노코드’ 모델 생성이니 하는 것들이 모두 그렇다.

이거야말로 기술과 인간의 화해이며, 추후 펼쳐질 디지털 세상 ‘그 너머’ 문명의 방식이 될 수도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기계와 인간, 양자 간 협업의 몫에 대한 보상도 공정해야 한다. 국내 한 경제학자가 “인공지능이 생산한 부를 n분의 1로 나누자”고 나름의 배분적 정의를 제시한 것도 그런 시각에서 나온 주장이다. 기계와 인간이 화해하고, 그렇게 만든 부가가치를 n분의 1로 나누자는 것이다.

머신비전은 지금도 실시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어느 IT중소기업은 인공지능에게 비정형의 결함에 대해서도 다양한 (결함의) 경우의 수를 학습시켜 100% 검사 정확도에 도달했다. 또 다른 일각에선 사람의 눈에 비친 사물을 CCD/CMOS 이미지 센서에 의해 전기적인 신호로 바꿔주기도 한다. 모두 기계와 인간의 경험이 공유되고 협업을 이룬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이제 ‘기술과 도구를 인간의 노예로 삼을 것인가’, 아니면 ‘일자리를 빼앗기고 기계의 추종자로 전락할 것인가’, 그런 고민일랑 그만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다. ‘인간과 기계의 화해’야말로 일과 사람, 기계에 관한 해묵은 고민과 메트릭스에 대한 해답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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