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K이노엔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정' [사진=inno.N 제공][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HK이노엔이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의 5번째 원료의약품 제조소를 확보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 심사가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현지 상업화 물량 공급과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선제적 조치로 풀이된다.
HK이노엔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 원료의약품등록(DMF) 목록에 인도 소재 제약사인 '메트로켐(Metrochem API Private Limited)'이 생산한 테고프라잔 원료와 그 제조소를 추가했다.
이번에 등록된 제조 시설은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 아나카팔리 J. N. 파마 시티에 위치한 메트로켐 Unit-IV 공장이다. 지난 2024년 8월 국내 합성 전문 기업인 파마코스텍을 원료 제조소로 등재한 지 약 2년 만에 이뤄진 신규 제조소 추가다.
이로써 케이캡의 원료 제조소는 2018년 처음 DMF에 등록된 중국 위즈덤 파마슈티컬(Wisdom Pharmaceutical)을 시작으로 HK이노엔 음성 대소공장, 에스티팜, 파마코스텍, 인도 메트로켐 등 총 5곳으로 늘어났다.
신규 원료 공급처로 합류한 메트로켐의 Unit-IV 공장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원료의약품 전문 생산 기지다. 해당 시설은 2024년 1월 미국 FDA 현장 실사를 통과해 cGMP 적격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올해 초 이뤄진 FDA의 불시 실사에서도 Form 483 관련 지적 사항 없이 'NAI(No Action Indicated, 별도 조치 불필요)' 판정을 받았다.
원료 제조소의 사전 FDA 실사 통과 이력은 미국 내 신약 승인 과정에서 공정 결함에 따른 보완 요구서(CRL)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요소로 꼽힌다. HK이노엔이 메트로켐을 새로운 케이캡 원료 제조소로 추가한 것은 글로벌 규제기관 심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인허가 지연 변수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케이캡의 이번 인도 원료 제조소 추가와 관련, HK이노엔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케이캡 원료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한 공급업체 다변화 차원에서 원료 제조소를 추가한 것"이라며 "이는 안정적인 원료 공급을 위한 조치로, 향후 사업 전략 및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美 FDA 허가 가시권 … 대규모 상업화 물량 선제 대응
현재 케이캡은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허가 심사 절차를 밟고 있다. 미국 현지 파트너사인 세벨라 파마슈티컬스(Sebela Pharmaceuticals)는 올해 1월 미란성 식도염(EE) 치료, 미란성 식도염 치료 후 유지요법,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NERD) 등 3가지 적응증에 대해 미국 FDA에 신약허가신청서(NDA)를 제출했다.
세벨라가 미국 내 환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현지 임상 3상 시험(TRIUMpH)에서 케이캡은 표준 치료제인 란소프라졸 대비 우월한 점막 치유율과 투약 45분 이내의 신속한 위산 분비 억제 효과를 확인했다. FDA의 통상적인 심사 일정을 고려할 때 내년 1월께 최종 승인 여부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미국 위식도역류질환 환자 수는 약 6500만 명에 달한다. 현지에 선발 출시된 다케다제약과 패썸 파마슈티컬스(Phathom Pharmaceuticals)의 P-CAB 계열 약물 '보퀘즈나(성분명 보노프라잔)'의 지난해 현지 매출은 1억 7510만 달러(한화 약 2374억 원)로 전년 대비 217% 증가했다. 미국 현지에서 P-CAB 약물 처방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케이캡 역시 미국 시장 진입 이후 요구되는 공급량이 기존 국내 및 수출 물량을 웃돌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대규모 설비를 갖춘 해외 원료 제조소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국내 3개 제조 거점(HK이노엔 대소공장, 에스티팜, 파마코스텍)과 중국 공장이 국내 처방 물량과 초기 해외 수출분을 담당해 왔다면, 대형 설비를 보유한 인도 제조원의 가세는 글로벌 수요 폭증에 따른 생산 병목 현상을 방지하는 안전판 역할을 할 전망이다.
제조원가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인도는 유기합성에 쓰이는 출발 물질과 핵심 중간체 공급망이 집중돼 있어, 현지 제조소를 통해 원료의약품을 대량으로 합성하면 단위당 제조원가를 낮추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미국 처방약 급여관리업체(PBM) 처방집 등재 과정에서 제약사의 약가 할인과 리베이트 제공 능력이 선호의약품 등재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인도 제조소를 통한 케이캡의 원료 생산단가 감축은 현지 유통과 마케팅을 담당하는 세벨라의 가격 협상력을 높이는 기반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공급망 다변화를 통한 리스크 분산도 주목할 만한 요소다. HK이노엔은 한국, 중국, 인도를 잇는 3각 케이캡 원료 생산 거점을 구축해 특정 국가의 무역 분쟁이나 규제 변수, 공장 사고 등으로 인한 생산 차질에 대비할 수 있게 됐다.
HK이노엔은 오는 2030년 케이캡의 글로벌 연 매출 3조 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한 상태다. 이번 5번째 원료의약품 제조소 추가가 향후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공급 물량 대응과 원가 경쟁력 확보의 실질적 기반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