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빌딩 전경[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종근당이 국내 독점 판권을 보유한 'CF-102(성분명: 나모데노손·Namodenoson)'이 동물실험에서 폐고혈압 개선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폐혈관 안쪽을 덮고 있는 내피세포를 손상시키는 SHMT2(세린하이드록시메틸트랜스퍼라제2)라는 효소를 나모데노손이 억제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나모데노손은 캔파이트 바이오파마가 개발 중인 먹는 항암 후보물질로, 종근당은 2016년 10월 캔파이트와 간세포암 치료제로 국내 독점 공급·판매권 계약을 맺었다. 이번 연구는 이 약물이 간이 아닌 폐혈관에서도 작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동물 수준에서 확인한 것이다.
중국 산둥대 다이선(Shen Dai) 교수 연구팀은 폐고혈압 환자의 폐 조직과 설치류 모델 세 종을 분석해 SHMT2가 질환을 일으키는 핵심 인자임을 규명하고, 이 효소를 막을 후보 물질로 나모데노손을 제시했다.
폐고혈압은 심장에서 폐로 피를 보내는 폐동맥의 압력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질환이다. 혈관이 좁아지고 두꺼워지면서 심장 오른쪽에 부담이 쌓여 우심부전으로 발전한다. 65세 이상에서는 최대 10%가 앓을 만큼 흔하지만, 현재 쓰이는 치료제 대부분은 혈관을 넓혀주는 데 그친다. 중증인 폐고혈압 고위험군의 5년 생존율은 여러 약을 함께 쓰는 병용요법이 발전한 지금도 50%에 못 미친다.
혈관 내피세포에서만 이 효소가 늘어나
연구팀은 먼저 SHMT2가 어디서 늘어나는지 확인했다. 폐고혈압 환자와 동물 모두에서 이 효소는 폐혈관 내피세포에서 주로 증가했다. 세포를 분리해 분석한 결과 면역세포와 그 밖의 폐 세포에서는 변화가 없었다. 환자 26명을 분석한 결과, 내피세포의 SHMT2가 많은 환자일수록 폐동맥 압력도 높았다.
내피세포는 혈관 안쪽 벽을 한 겹으로 덮으면서 혈액이 혈관 밖으로 새지 않도록 막는 장벽 역할을 한다. 이 장벽이 무너지면 염증 물질이 혈관벽으로 흘러들어 혈관이 두꺼워진다. 학계에서는 이를 폐고혈압 출발점으로 지목해 왔다.
내피세포에서만 SHMT2 유전자를 없앤 마우스는 저산소 환경에 4주간 노출돼도 우심실 압력 상승과 심장 비대, 혈관이 두꺼워지는 변화가 모두 덜했다.
반대로 같은 세포에서 이 유전자를 늘린 마우스는 증상이 더 심해졌다. 랫(Rat)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질환이 생기기 전에 효소를 억제한 경우와 이미 폐고혈압이 생긴 뒤에 억제한 경우 모두 효과가 나타났다. 예방과 치료 양쪽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셈이다.
10만개 중에서 나모데노손이 뽑힌 이유
SHMT2는 원래 세포 안에서 아미노산을 다루는 대사 효소다. 그런데 혈관 장벽이 무너지는 과정에서는 전혀 다른 역할을 했다. RhoB라는 단백질을 붙잡아 분해되지 않게 막은 것이다. 쌓인 RhoB는 내피세포끼리의 결합을 느슨하게 만들어 혈관을 새게 했고, RhoB를 함께 억제하자 장벽 손상은 완화됐다.
연구팀은 SHMT2가 RhoB를 붙잡는 것을 막을 물질을 찾기 위해 10만개가 넘는 화합물을 대상으로 가상 스크리닝을 진행했다. 10만개가 넘는 화합물을 컴퓨터로 걸러 27개로 추린 뒤 실제로 시험한 결과, 결합 차단 효과가 가장 뚜렷했던 물질이 나모데노손이었다.
SHMT2를 막는 물질은 이전에도 있었다. 다만 모두 효소의 대사 기능을 겨냥한 것들이어서 비슷한 효소까지 함께 억제하거나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임상 단계에 들어가지 못했다. 나모데노손은 대사 기능은 건드리지 않고 RhoB로 이어지는 경로만 차단했다.
간세포암과 MASH에 이어 심혈관 영역까지 적응증이 확장될 수 있는 근거를 찾아낸 셈이다.
아직은 동물실험··· 사람 대상 근거는 없어
이번 연구는 세포와 동물 단계에 머물러 있다. 사람에게 폐고혈압 치료 효과가 있는지 확인한 데이터는 없다. 나모데노손이 SHMT2를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억제하는지는 추가 연구를 통해 밝혀야 한다.
이 약물은 암세포에 많이 발현되는 A3 아데노신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저분자 물질로, 암세포의 증식 신호를 끊어 세포자멸을 유도하는 한편, 아디포넥틴 같은 물질의 분비를 늘려 간 염증과 섬유화를 억제하는 기전이다.
나모데노손은 현재 진행성 간세포암과 중등도 간기능 저하를 동반한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캔파이트는 지난 9월 "이 임상에서 참여 환자의 전체생존기간이 임상 설계 당시 예상보다 길게 관찰돼 중간분석 시점을 앞당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과가 긍정적이면 이르면 내년 중후반 FDA에 신약허가신청(NDA)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캔파이트는 보고 있다.
나모데노손은 지난 2015년 9월 간세포암을 적응증으로 FDA 패스트트랙 지정을 받았고, 같은 해 10월 유럽집행위원회에서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2024년 10월에는 FDA로부터 췌장암 적응증으로 추가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Circulation에 '내피세포의 SHMT2가 비전형적 경로를 통해 폐고혈압의 폐혈관 재형성 유도(Endothelial SHMT2 Drives Pulmonary Vascular Remodeling Through Noncanonical Pathway in Pulmonary Hypertension)'라는 제목으로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