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W중외제약이 1959년 국내 최초로 선보인 5% 포도당 수액. [사진=JW중외제약][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국내에서 허가받은 지 50년이 넘은 의약품 가운데 지금까지 허가를 유지하고 있는 품목은 모두 17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17개 품목 중 1개 품목은 공급이 중단된 상태에서 품목허가만 유지하고 있고 나머지 16개는 지금도 의료현장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이 가운데 58.8%인 10개는 포도당 수액, 생리식염수, 황산마그네슘 등 수액·전해질제라는 공통점이 있다.
본지가 K-오렌지북 수재 품목을 허가일과 취소·취하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다. K-오렌지북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네릭의약품의 대조약·허가·생동성시험 관련 정보를 통합해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분석 결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허가 유지 품목은 1955년 4월 12일 승인된 JW중외제약의 '중외5%포도당생리식염액'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약물은 허가 후 70년이 넘은 지금도 의료 현장에 공급되고 있다. 포도당과 염화나트륨을 함께 공급해 체내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하는 기초수액제다.
1955년 포도당 수액부터 1969년 응급약까지
'중외5%포도당생리식염액'이 허가된 다음 날인 1955년 4월 13일에는 JW중외제약의 '중외5%포도당주사액'이 허가됐다. 포도당을 공급하면서 수분을 보충하는 수액제로 사용된다.
1957년에는 대한약품공업이 포도당 수액을 대거 허가받았다. 같은 해 6월 14일 포도당주사액 5%·10%·20% 세 함량을 한 번에 허가받았고, 8월에는 생리식염주사액이 허가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포도당주사액은 수분과 열량 공급 등에, 생리식염수는 수분과 전해질 보충을 비롯해 각종 주사제의 희석·투여 등에 폭넓게 사용된다.
1958년 12월에는 대원제약의 '마구내신주사액(성분명: 황산마그네슘수화물)'이 허가됐다. 체내 마그네슘을 보충하는 데 사용하는 전해질 제제다.
수액·전해질제가 아닌 품목 가운데 가장 먼저 허가된 약물은 환인제약의 '네오마찐정100mg(성분명: 클로르프로마진염산염)'이다. 1960년 3월 허가된 항정신병약으로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질환 치료 등에 사용된다.
1963년 10월에는 유한양행의 '옥시톤주사액(성분명: 옥시토신)'이 허가됐다. 자궁수축을 유도하는 옥시토신 제제로 분만 유도 등에 사용된다.
한독의 '라식스정'과 '라식스주사'는 1964년 6월 허가됐다. 주성분인 푸로세미드는 콩팥에서 나트륨과 수분의 재흡수를 억제해 소변량을 늘리는 이뇨제로, 심부전이나 신장질환 등에 따른 부종 치료에 쓰인다.
1967년에는 JW중외제약의 '원투쓰리주사액'이 허가됐다. 포도당과 염화나트륨 등을 함유한 수액제로, 17개 품목 가운데 현재 공급이 중단된 유일한 품목이다. 품목허가는 유지되고 있다.
1968년에는 JW중외제약의 '중외10%포도당주사액'과 대한약품공업의 '5%포도당가생리식염액'이 허가됐다. 이들 역시 수분과 포도당 또는 전해질 공급에 사용되는 수액제다.
1969년에는 대한약품공업의 주사제 3개 품목이 잇따라 허가됐다. 3월 허가된 '비타민케이1주사액'은 혈액응고에 필요한 비타민K를 공급해 출혈 예방과 치료 등에 사용된다. 5월 허가된 '아트로핀황산염주사액'은 서맥 등 특정 응급상황과 수술 전 처치 등에 쓰인다. 10월 허가된 '에피네프린주사액'은 심정지와 중증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 등 응급상황에서 사용하는 약물이다.
17개 품목의 보유사는 모두 6곳이다. 대한약품공업이 8개로 가장 많았고 JW중외제약이 4개로 뒤를 이었다. 한독이 2개, 대원제약과 환인제약, 유한양행이 각각 1개였다.
반세기 생존 비결은 의료현장의 필수 수요
오래 살아남은 약들의 공통점은 화려한 신약이 아니라 의료현장에서 빠질 수 없는 기본 의약품이라는 점이다.
17개 가운데 10개를 차지하는 수액·전해질제가 대표적이다. 포도당 수액과 생리식염수는 수분과 열량 또는 전해질을 공급하고, 황산마그네슘은 마그네슘을 보충한다. 수액은 다른 주사제를 희석하거나 투여하는 데도 널리 사용된다.
나머지 품목들도 의료현장에서 기초 약물로 애용되고 있다. 에피네프린과 아트로핀은 응급진료에, 옥시토신은 분만 과정에, 비타민K는 출혈 예방과 치료에 쓰인다. 푸로세미드와 클로르프로마진 역시 수십 년간 임상현장의 필수약물로 자리하고 있다.
이들 약물이 반세기 넘게 장수의약품으로 살아남은 것도 의료현장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기초필수의약품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꼭 필요한 약인데 생산·공급은 불안
필수 약제라고 해서 생산과 공급까지 안정적인 것은 아니다.
기초수액제를 비롯한 오래된 의약품은 가격이 낮아 원료비와 인건비, 생산비 상승에 취약하다. 정부가 환자 진료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경제성이 낮아 생산이나 수입을 기피할 수 있는 의약품을 '퇴장방지의약품'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이유다.
퇴장방지의약품으로 지정되면 생산원가 등을 고려해 약가를 보전받는다. 기초수액제와 혈액제제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 보완에도 공급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퇴장방지의약품 628개 가운데 197개는 5년 넘게 상한금액이 동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대 초반 지정 이후 20년 넘게 값이 오르지 않은 품목도 57개에 달했다.
이 가운데 46개는 상한금액 조정을 신청한 이력이 없었다. 복지부는 퇴장방지의약품의 경우 신청 없이도 약가 사후관리에서 제외되고 유통가 보호를 받는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필수의약품 안정적 공급을 위한 관리체계 연구: 퇴장방지의약품제도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4년 3월까지 79개 품목이 생산이나 공급 중단을 보고했다.
중단 사유는 낮은 채산성이 20.3%로 가장 많았고 원료 공급 문제 19.0%, 생산설비 문제 17.7% 등의 순이었다. 원가 보전 대상인 의약품에서도 채산성이 생산과 공급을 이어가는 데 가장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셈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달에도 '중외프로타민6%주'를 퇴장방지의약품을 새로 지정했다. 신생아와 미숙아의 혈압을 조절하고 혈액순환을 안정시키는 데 쓰는 약이다. 의료현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약물의 안정적 공급 문제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의미다.
70년 넘게 허가를 유지한 의약품이 있다는 사실은 오래된 약의 생명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필수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과제도 동시에 안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