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팩토는 백토서팁의 병용·골육종 단독요법과 차세대 후보 MP010을 통해 TGF-β 억제 전략을 다각화하고 있다. MP010은 종양 주변에 TGF-β 억제 작용을 집중시키는 방식으로 전신 저해의 한계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AI 생성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노바티스, MSD, 일라이 릴리 등 글로벌 빅파마들이 개발 과정에서 잇달아 쓴맛을 보고 한 발 물러선 'TGF-β(형질전환증식인자-베타)' 시장에서 국내 바이오텍 메드팩토(대표 우정원)가 병용 파트너 다변화 카드로 승자 자리를 노리고 있다. 빅파마들이 단독 투여·고용량 전략에서 심장독성 등 부작용과 조절 실패로 물러섰다면, 메드팩토는 저용량 유지와 병용 파트너 전략으로 상업화 가능성 입증에 나서는 모습이다.
TGF-β, 완전 차단 아닌 '조절 기술'이 관건
TGF-β는 암세포의 성장과 전이를 촉진하고 면역세포의 공격을 차단하는 대표적인 면역억제 인자다. 생체 내 항상성 유지에도 깊이 관여하기 때문에 완전히 차단할 경우 심장독성 등 중대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난제가 따른다.
글로벌 빅파마들은 지금까지 이 난제를 풀지 못했다. GSK와 머크는 PD-L1 억제와 TGF-β 차단을 결합한 '빈트라퓨스프 알파(bintrafusp alfa)'로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었지만 세 차례 연속 실패 끝에 2021년 파트너십을 해소했고, 일라이 릴리의 갈루니서팁(galunisertib)은 심장독성 우려로 복잡한 간헐 투여 설계에 묶이다 결국 개발이 중단됐다. 독성과 효능, 두 장벽을 동시에 넘지 못한 채 TGF-β 시장은 "가능성은 분명하지만 아직 정답이 없는" 영역으로 남아 있다.
메드팩토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TGF-β라는 타깃은 사실상 완벽히 저해해서는 안 되고, 적당한 선을 맞춰야 하는 기술이 필요하다"며 "빅파마들이 어려움을 겪은 것은 이 조절에서 실패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MSD나 일라이 릴리 같은 글로벌 빅파마들이 개발을 중단하거나 보류하면서 회의론이 나오기도 했지만, 다른 적응증에서 가능성을 확인하거나 새로운 설계로 임상에 재도전하는 사례들이 이어지고 있다"며 "TGF-β 표적 물질을 개발하던 이들이 모두 짐을 싸서 떠났다기보다는 최적의 해법을 찾는 조정 단계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SCO나 ESMO 같은 해외 주요 학회에 가보면 여전히 관련 연구 발표가 쏟아지고 있다. 암 분야에서도 여전히 미개척 승부처이자 가능성 높은 표적"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면역항암제·ADC 길목을 여는 TME 개선 전략
TGF-β 저해제는 기본적으로 암세포 자체를 직접 타깃하기보다는 암 주변 환경, 즉 종양미세환경(TME)을 겨냥한다. TME의 섬유화된 벽을 부숴서 면역항암제든 ADC(항체-약물 접합체)든 치료물질이 암세포와 직접 싸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병용 전략에 적합한 특성을 갖고 있다.
2012년 이화여대 TGF-β 연구실에서 시작한 백토서팁은 빅파마가 넘지 못한 독성 장벽을 '선택적 ALK5 억제'를 통해 낮추는 전략으로 10년 넘게 임상 데이터를 쌓아왔다. 이제 단독 투여가 아닌 '조력자' 역할에서 새 승부수를 꺼내들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3월 미국암연구학회 2026 연례회의(AACR 2026)에서 백토서팁과 PD-1 억제제 및 VEGF 억제제를 조합한 MSS(현미부수체 안정형) 대장암 3제 병용 전임상 결과를 공개했다. 회사 측은 "면역항암제 불응 비율이 높은 MSS형 대장암에서 종양성장억제율(TGI) 85.6%, 완전관해율(CR) 33%를 기록하며 병용 시너지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전신 저해 한계 넘는다… MP010, 국소 타깃으로 차별화
최근에는 차세대 후보물질 'MP010'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 측은 백토서팁과 MP010의 차별점에 대해 "백토서팁이 경구용으로 투여돼 전신을 돌면서 TGF-β를 저해했다면, 새로 임상을 준비 중인 MP010은 ED-B(Fibronectin Extra Domain B)라는 특정 단백질을 타깃하도록 만든 파이프라인"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MP010은 전신이 아닌 암세포 주변에 머물면서 TGF-β를 저해하기 때문에 효능과 안전성 측면에서 훨씬 더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측에 따르면 MP010은 현재 중국 이노레이크(Innolake)와 물질이전계약을 맺고 현재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며, 다른 기업들과도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안에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내년에는 실제 암 환자를 대상으로 1상을 진행할 수 있을 만큼 의미 있는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술이전 논의도 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메드팩토 관계자는 "백토서팁은 ADC 기업들과의 협업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ADC가 암 조직 깊숙이 침투하려면 TME의 섬유화 장벽을 먼저 뚫어야 하는데, 그 역할을 백토서팁이 맡을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PD-1·VEGF 억제제에 이어 ADC까지 병용 파트너를 넓히는 전략이 기술이전 협상 테이블에서도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메드팩토가 올해 MP010 IND 신청과 내년 1상 개시를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13년 6월 설립돼 코스닥에 상장된 메드팩토는 항암제 개발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바이오벤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