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챗지피티(ChatGPT)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국내 주요 제약사들과 글로벌 제약사의 오리지널 전문의약품 공동 판매 계약이 올해 하반기에도 잇따라 체결되고 있다. 만성 질환과 중추신경계(CNS) 등 미충족 수요가 높은 영역에서 검증된 신약을 확보해 단기 외형 성장과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유한양행은 최근 한국노바티스와 만성 자발성 두드러기(CSU) 치료를 위한 경구용 BTK 억제제 '랩시도(성분명 레미브루티닙)'의 국내 유통 및 공동 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랩시도의 유통은 유한양행이 전담하며, 국내 종합병원 판촉은 한국노바티스가, 개원의 등 클리닉 판촉은 유한양행이 각각 담당한다.
랩시도는 기존 항히스타민제 치료에 적절히 반응하지 않는 환자를 대상으로 허가된 신약이다. 글로벌 임상 3상 연구에서 위약 대비 유의한 증상 개선 효과를 입증하며 경구 복용 편의성을 확보했다.
일동제약은 한국화이자제약과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CGRP) 수용체 길항제 계열 편두통 치료제인 '너텍(성분명 리메제판트)'의 국내 유통 및 공동 판촉 계약을 맺었다. 일동제약은 너텍의 국내 유통을 전담하며, 한국화이자제약과 함께 공동 판촉 활동을 시작했다.
너텍은 성인 편두통의 급성 치료와 삽화성 편두통 예방 적응증을 동시에 보유한 구강붕해정 제형이다. 일동제약은 기존 중추신경계 질환 영역에서 축적해 온 영업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제품의 시장 안착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SK케미칼도 한국에자이와 국내 최초 이중오렉신수용체 길항제(DORA) 계열 불면증 치료제 '데이비고(성분명 렘보렉산트)'에 대한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데이비고의 전국 유통과 300병상 이하 병·의원 프로모션은 SK케미칼이 맡고, 300병상 이상 대형 병원은 한국에자이가 담당하는 구조다.
데이비고는 기존 수면진정제와 달리 뇌 각성 물질인 오렉신을 차단하는 기전의 약물로, 지난 6월 국내 허가를 획득한 뒤 하반기 공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종병·개원가 역할 분담 정착 … 단기 외형 성장과 영업망 시너지
최근 이뤄진 도입 계약은 유통 전담과 함께 의료기관 규모별로 역할을 나누는 '이원화 프로모션' 형태가 주를 이룬다. 다국적 제약사가 종합병원 대상 학술 마케팅에 집중하고, 국내 제약사가 탄탄한 전국 개원가 영업망을 통해 처방 접근성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국내 제약사들이 글로벌 신약 도입을 지속하는 주된 배경으로는 신약 연구개발(R&D)에 따른 재무적 리스크 완화가 꼽힌다. 이미 유효성과 안전성이 검증된 글로벌 약물은 실패 확률이 낮은 만큼, 단기간 내에 안정적인 외형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대내적 규제 환경 변화도 주요 요인이다. 약가 인하 규제와 제네릭 경쟁 심화로 수익성 방어가 최대 과제로 떠오르면서, 신속한 처방 실적 확대가 가능한 오리지널 제품의 독점 판권이나 공동 판매권을 확보하려는 제약사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국적 제약사 입장에서도 국내 제약사와의 협력은 실익이 크다. 국내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독자적인 영업 조직을 유지하기에는 인건비와 관리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검증된 국내 영업망을 활용해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이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도입 품목 의존성 심화 우려 … R&D 선순환 모델 구축이 관건
글로벌 신약 도입이 가져다주는 실적 증대 효과 이면에는 산업 구조적인 한계가 공존한다.
도입 품목은 원개발사에 지급하는 상품 원가 비중이 높아 자체 개발 신약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진다. 매출 규모는 빠르게 커지더라도 실질적인 영업이익률 개선에는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계약 종료 시 발생하는 매출 절벽 리스크도 고려해야 한다. 다국적 제약사가 일정 기간 후 직판 체제로 전환하거나 판권 계약을 갱신하지 않을 경우, 해당 품목으로 올리던 외형이 일시에 증발하는 문제를 겪을 수 있다.
도입 품목 중심의 사업 확장이 장기적으로 자체 신약 개발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당장의 실적 방어를 위해 상품 매출 비중을 무리하게 늘릴 경우 고위험·고비용이 수반되는 자체 파이프라인 투자가 후순위로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제약업계의 도입 신약 확보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자체 신약 상용화까지 이어지는 장기적인 투자 공백을 메우고, 급변하는 약가 규제 환경 속에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유효한 실적 방어 수단이기 때문이다.
관건은 도입 품목을 통해 창출한 유통 마진과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자체 혁신 신약과 개량신약 R&D 파이프라인으로 온전히 재투자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국내 제약사들이 단순한 외형 확대에 그치는 '도입 신약 의존형' 구조에서 벗어나 판권 확보로 벌어들인 수익을 자체 원천 기술 개발로 연결하는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