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JW중외제약이 자사의 간판 위장관 운동촉진제 '가나칸정(성분명: 이토프리드염산염)'의 요양급여 퇴출을 막기 위해 제기한 행정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보건당국의 '근거 중심 의학(EBM)' 잣대가 적법하다고 판단하며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24일 헬스코리아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5부는 JW중외제약(원고)이 보건복지부장관(피고)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 대상 삭제 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보건복지부가 가나칸정의 임상적 유용성이 없다고 판단해 요양급여 대상에서 해당 제품을 삭제한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위법이 없다는 것이 판결의 골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가나칸정의 의학적 권고 수준과 임상효과성에 대한 과학적 입증 여부였다.
앞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24년 급여적정성 재평가 과정에서 가나칸정의 의학적 권고를 '일부'로, 임상효과성 척도를 최하 등급인 '없음'으로 평가했다. 결국, 가나칸정은 임상적 유효성이 없다고 결론이 났고, 이에 따라 요양급여 목록에서 삭제됐다.
가나칸정은 이토프리드염산염 제제 시장을 대표하는 품목으로, 오리지널 제품은 애보트 '가나톤정'이다. JW중외제약은 1998년 애보트로부터 가나톤정을 도입해 한때 연간 300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효자 상품으로 키워냈다. 하지만 2015년 애보트가 국내 판권을 회수하자 제네릭인 가나칸정을 재빠르게 출시, 오리지널 매출을 넘어서는 제품으로 육성하는 데 성공했다.
가나칸정이 JW중외제약의 주요 장수 품목 중 하나인 만큼, 회사 측은 다수의 임상 문헌과 전문가 권고를 내세우며 복지부의 이러한 처분에 반발했지만, 재판부의 시각은 냉정했다.
재판부는 심사평가원이 임상효과성 평가 기준으로 SCI 또는 SCIE 등재 학술지에 게재된 무작위배정 비교임상시험(RCT) 문헌만을 인정한 것이 행정부의 합법적 재량이라고 인정했다. 특히 유일한 SCIE 등재 RCT 문헌이었던 2006년 최고 권위지 NEJM(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 논문 분석 결과가 결정적 패인이 됐다.
해당 연구에서 가나칸정의 국내 허가 용량인 50mg 투여군은 ▲LDQ 점수 변화량 ▲환자의 전반적인 효능평가 ▲통증과 팽만감의 심각도 등 다수 평가 항목 중 '환자의 전반적인 효능평가' 지표만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을 뿐, 위약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치료효과의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도출됐다.
JW중외제약은 자사에 유리한 결과가 담긴 RCT 대상 체계적 문헌고찰(SR) 자료 6건이 재평가에서 전면 배제된 것은 위법하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해당 SR 문헌들이 비(非) SCIE 등재 논문을 다수 포함한 데다, 원문 확보가 불가능하거나 허가 용량을 초과한 100mg 투여군 데이터를 병합하는 등 근본적 '비뚤림 위험'을 내포하고 있어 이를 평가에서 배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이다.
재판부가 제약사의 사익보다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확보라는 공익 보호에 더 무게를 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재판부는 "급여 목록 삭제로 달성할 수 있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이라는 공익보다 사건 약제를 처방하거나 복용하는 의사 및 환자들이 입을 손해가 더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회사 측의 비례의 원칙 위반 주장을 일축했다.
임상적 유용성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가나칸정이 기능성 소화불량으로 인한 소화기증상 적응증에 대해 오랜 기간 동안 낮은 본인부담률을 적용받으며 판매돼 온 만큼, 이번 요양급여 목록 삭제 처분으로 얻을 수 있는 공익이 JW중외제약이 입을 손해보다 작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번 본안 소송 1심 패소로 가나칸정을 포함한 이토프리드염산염 제제 시장은 소멸 수순으로 접어들 공산이 더 커졌다.
가나칸정은 지난해 2월 19일 서울고등법원이 JW중외제약의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 데 따라 이미 같은 달 22일부터 급여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본안 소송에서도 보건당국의 급여 삭제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최근 3년 평균 연간 원외처방액 규모가 약 240억 원에 달하던 이토프리드 제제 시장의 부활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
대신 시장의 처방 수요는 동일한 위장관 운동촉진제 계열이면서 지난해 급여 재평가에서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해 살아남은 모사프리드 등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이미 대체 약제로의 처방 전환이 가속화된 상황에서 JW중외제약이 이번 1심 법원의 판단에 불복해 항소에 나서며 이토프리드 제제 시장 부활을 위한 행보를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