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엑스코프리'(유럽 제품명 : '온투즈리', 성분명 : 세노바메이트) [사진=SK바이오팜 제공][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SK바이오팜이 독자 개발한 뇌전증 혁신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 유럽 제품명: 온투즈리)'가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간 손상 부작용 이슈로 규제 당국의 집중 관리를 받게 됐다. 일각에서는 폭발적인 매출 성장을 이어가던 엑스코프리의 질주에 일정 부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다른 일각에서는 제품이 지닌 압도적인 발작 억제 효능을 고려할 때 충분히 극복 가능한 허들이라는 분석이 함께 나온다.
유럽 의약품청(EMA) 산하 약물감시 위해평가위원회(PRAC)는 최근 회의를 열고 세노바메이트 투여 환자에게서 발생한 중증 간 손상 위험에 대한 경고를 전면적으로 추가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조치는 세노바메이트의 글로벌 처방 볼륨이 급격히 커지면서 시판 후 실제 임상 현장에서 간 부전을 동반한 중증 간 손상 사례가 새롭게 수면 위로 떠오른 데 따른 대응 조치다.
1000명 중 1명꼴 '드문 부작용' 추가 … 유럽 전역 의료진 대상 DHPC 배포
EMA PRAC는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열린 정례 회의에서 세노바메이트 복용 환자에게서 간 부전을 동반한 심각한 간 손상 사례가 발생했다는 내용의 안전성 데이터를 집중적으로 검토해, 세노바메이트의 제품 정보에 '간 손상'을 최대 1000명 중 1명꼴로 발생할 수 있는 '드문 부작용(Rare side effect)'으로 공식 추가할 것을 권고했다.
기존 제품 정보에는 단순한 간 효소 수치 상승만이 '흔한 부작용'으로 기재돼 있었는데, 이번 조치로 간 손상 위험성에 대한 경고 문구가 더해진 것이다.
또한 PRAC는 유럽 전역의 신경과 전문의 등에게 직접 의료진 서한(DHPC)을 강제 배포하고 세노바메이트 처방 시 간 손상 위험을 즉각 알리기로 결정했다.
세노바메이트의 중증 간 손상 사례 중 상당수는 다른 항경련제와 함께 병용 투여(Polytherapy)했을 때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이에 따라 PRAC은 유럽 내 의료진은 앞으로 환자에게 세노바메이트를 투여하기 전은 물론, 치료 과정 중에도 정기적으로 간 기능 검사(LFTs)를 시행토록 권고했다.
특히 피로, 황달, 짙은 소변 등 간 손상 의심 증상이 감지될 경우에는 그 즉시 임상 평가 및 간 기능 검사를 실시하고 약물 용량을 줄이거나 복용을 중단할 것을 당부했다.
이는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취한 조치와 궤를 같이한다. FDA는 지난해 8월 세노바메이트 처방 라벨에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간 손상' 경고를 전격 추가하며 사전 및 사후 모니터링을 의무화한 바 있다.
나아가 FDA는 올해 1분기 자체 부작용 보고 시스템(FAERS)을 통해 취합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세노바메이트를 '심각한 위험 및 새로운 안전 정보' 공식 평가 명단에 추가 등재하며 안전성 조사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매출 고공질주 속 터진 악재 … 압도적 효능으로 극복할까
미국과 유럽 최고 권위의 규제 당국이 세노바메이트와 관련해 연이어 간 손상 경고를 내놓은 것은 단기적으로 처방의들의 심리적 장벽을 높여 신규 환자 처방 진입을 까다롭게 만드는 악재일 수 있다.
특히 미국은 세노바메이트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역이어서, 이번 간 손상 관련 안전성 이슈가 미국 세노바메이트 시장에 미칠 중장기적 파장에 촉각이 곤두선다.
세노바메이트는 SK바이오팜의 핵심 캐시카우다. 지난해 미국 매출만 전년 대비 44% 급증한 6303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이보다 더 많은 7700억~8100억 원 규모의 매출이 미국에서 발생할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보고 있다.
다만, 이러한 우려가 실제 의료 현장에 반영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세노바메이트의 발작 완전 소실률이 경쟁 약물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세노바메이트의 완전 발작 소실률은 28%에 달한다. 세노바메이트를 복용한 환자 3명 중 약 1명은 발작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의미다. 완전 발작 소실률이 4~6%에 불과한 경쟁 약물들과 비교하면 그 효과가 무려 4~7배나 높은 것이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발작 위협에 노출된 다약제 내성 중증 뇌전증 환자 입장에서는 정기적인 간 기능 검사를 감수하고서라도 확실한 치료 혜택을 주는 세노바메이트를 선택할 유인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SK바이오팜 역시 이 같은 규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정면 돌파를 모색 중이다. 회사는 이달 18일부터 22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미국신경과학회(AAN 2026)에서 세노바메이트와 관련한 다수의 실제임상증거(RWE) 및 임상 성과 포스터를 쏟아낼 계획이다.
특히 이번 학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환자와 의료진 간의 소통 구조를 심층 분석한 '희망, 망설임, 그리고 불편한 진실'이라는 설문조사 결과다. 환자와 의료인 간의 소통 장벽을 제약사가 앞장서서 허물겠다는 의학 정보(Medical Affairs) 중심의 방어적 마케팅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이 시판 후 대규모 처방 데이터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전에 없던 부작용 이슈가 불거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다"며 "세노바메이트가 맞닥뜨린 이번 안전성 허들은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 당국의 연이은 안전성 조치를 계기로 SK바이오팜이 진정한 위기관리 능력을 입증해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