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단 한 번의 투약으로 효과를 세 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는 차세대 '삼중특이성 항체' 치료제 개발 경쟁이 뜨겁다.
항체는 외부 항원의 자극에 의해 면역계에서 생성되는 물질로, 특정 항원과 결합하는 표적 특이성이 매우 높다. 항체 치료제는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과거 저분자 화합물이 표적하지 못했던 질병의 타깃을 강력하게 공격하며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단일·이중 항체 한계 극복할 '게임 체인저'
그러나 단일 타깃만을 표적하는 방식은 암처럼 병리적 특성이 복잡한 질환에서는 그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이중특이성 항체(BsAb, Bispecific Antibody)다.
이중특이성 항체는 항체의 타깃 결합 기능을 이중으로 늘려 표적 유효성을 극대화한 것이다. 한 번의 투약으로 약물 두 개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얀센(Johnson & Johnson)의 EGFR·MET 표적 폐암 치료제 '리브리반트(Rybrevant, 성분명 : 아미반타맙·Amivantamab)' ▲스위스 로슈(Roche)의 VEGF·Ang-2 표적 황반변성 치료제 '바비스모(Vabysmo, 성분명: 파리시맙·faricimab)'가 있다. 두 약물은 모두 차세대 블록버스터 반열에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중특이성 항체도 아직은 갈 길이 멀다. '리브리반트'의 경우, 폐암 치료에서 단독요법보다 화학 항암제나 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인 '렉라자(Leclaza, 성분명 : 레이저티닙·Lazert닙)'와 같은 다른 약물과 병용 투여 시 비로소 차세대 치료제에 걸맞은 효과를 보인다.
이는 신체의 기본 원리인 항상성 때문이다. 타깃 두 개에 결합하더라도 신체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신호 전달 경로를 활성화한다. 결국 이중특이성 항체가 단일 항체보다 우수할지언정, 타깃 조직이 또 다른 우회 경로를 찾아내 내성을 획득하는 과정을 완전히 막기에는 역부족인 것이다.
#MSD·애브비 등 글로벌 빅파마 임상 3상 각축전
업계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삼중특이성 항체로 향하는 이유다. 삼중특이성 항체는 이러한 우회 경로마저도 강력하게 표적하므로, 이중특이성 항체 대비 더 높은 효능을 기대할 수 있다.
본지 취재 결과 현재 전세계적으로 개발 중인 삼중특이성 항체는 무려 321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한 약물은 55개이며, 그중 5개는 3상 단계에 진입,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공교롭게도 3상 단계에 진입한 약물은 모두 미국계 다국적 제약사들이 개발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래 표 참조]
[3상 임상시험 단계 삼중특이성 항체 개발 현황]
품목 업체 타깃 적응증 3상 개시일 3상 완료 예정일 소넬로키맙(sonelokimab) 미국 MSD(Merck) IL-17A·IL-17·알부민 자가면역질환 2024년 5월 2027년 2월 레스토렛(restoret) 미국 MSD(Merck) LRP5·LRP5·FZD4 안구질환 2024년 8월 2027년 12월 알벨타미그(alveltamig) 미국 애브비(Abbvie) DLL3·DLL3·CD3 암질환 2025년 12월 2028년 12월 틸레키미그(tilrekimig) 미국 화이자(Pfizer) IL-13·IL-4·TSLP 자가면역질환 2026년 2월 2031년 1월 라만타미그(ramantamig) 미국 얀센(Johnson & Johnson) BCMA·CD3·GPRC5D 암질환 2026년 2월 2031년 9월
▲MSD(Merck)의 '소넬로키맙(sonelokimab)'은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인터류킨-17A(IL-17A)와 인터류킨-17F(IL-17F), 약물의 반감기를 늘려주는 알부민(Albumin)에 삼중으로 작용하는 기전이다. ▲MSD의 '레스토렛(restoret)'은 황반변성 유발 인자인 Wnt의 신호전달 경로 관련 LRP5 단백질의 두 결합 부위와 FZD4 단백질을 겨냥하는 삼중 표적 기전이다. ▲애브비(Abbvie)의 '알벨타미그(alveltamig)'는 암세포 표면 발현 단백질인 DLL3의 두 결합 부위와 T세포 표면 발현 단밸질인 CD3에 작용하는 삼중특이성 항체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화이자(Pfizer)의 '틸레키미그(tilrekimig)'는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인터류킨-13(IL-13)와 인터류킨-4(IL-4), 림프구 생성 촉진인자인 TSLP에 작용하는 기전이다. ▲얀센의 '라만타미그(ramantamig)'는 혈액암 세포 표면 발현 단백질인 BCMA와 GPRC5D, T세포 표면 발현 단백질인 CD3에 삼중으로 표적하도록 설계되었다.
#기술 도입 통한 파이프라인 확충 ... 차세대 격전지 부상
이 가운데 MSD의 '소넬로키맙'와 '레스토렛', 애브비의 '알벨타미그'는 각각 스위스 문레이크(Moonlake), 영국 아이바이오(EyeBio), 중국 젠젤(Zengel)이 개발한 후보물질로, 기술 이전을 통해 개발 권리가 미국계 기업들로 넘어간 사례다.
이처럼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이 자체 개발뿐만 아니라 공격적인 기술 도입을 통해 삼중특이성 항체 파이프라인을 확충하는 것은, 이 분야가 차세대 항암 및 면역 질환 시장의 핵심 격전지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중특이성 항체 시장이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글로벌 빅파마들은 이제 한 단계 더 진화한 삼중특이성 항체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며, "특히 기존 치료제에 내성을 보인 환자들에게 삼중특이성 항체가 혁신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 만큼, 임상 3상 결과에 따라 시장 판도가 급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