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대한민국 법원 홈페이지 갈무리][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조달청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조치에 불복해 광동제약이 제기한 행정소송 항소심이 긴 침묵을 깨고 다시 시작된다. 판결 선고를 단 하루 앞두고 돌연 기일을 변경하며 고심을 거듭했던 재판부가 10개월 만에 변론 재개를 결정하면서, 재판의 향방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헬스코리아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10-3행정부는 광동제약이 조달청을 상대로 제기한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취소' 소와 관련해 지난 16일 변론재개를 결정하고 다음 달 17일을 변론기일로 확정해 각 당사자에게 통지했다.
당초 재판부는 지난해 5월 30일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었으나, 선고를 불과 하루 앞둔 29일 직권으로 선고기일을 변경하고 그 날짜를 추후에 지정하기로 하면서 사건을 멈춰 세웠다. 이후 10개월간 별다른 기일 지정 없이 장기 검토에 들어갔던 재판부가 결국 선고 대신 다시 한번 공방을 주고받는 변론을 택한 것이다.
재판부가 이처럼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최근 잇따라 나온 '백신 담합' 관련 사법부의 엇갈린 판단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광동제약을 포함한 국내 주요 제약사들은 국가 예방접종사업(NIP) 백신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혐의로 형사 및 행정소송을 동시에 진행해 왔다. 두 사건 모두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었는데, 대법원은 올해 초 열린 형사재판에서 광동제약 등 제약사들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업체 측의 손을 들어준 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 처분과 관련한 행정소송에서는 이달 초 '적법하다'는 판결을 확정하며 행정적 책임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결국 이번 항소심 재판부는 형사상의 무죄 취지와 행정상의 담합 사실 인정이라는 두 갈래의 결과물 사이에서, 조달청의 입찰 제한 처분이 과연 정당한지를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광동제약 입장에서 이번 소송은 기업 이미지뿐 아니라 실익 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1심에서는 광동제약이 승소하며 조달청의 처분을 뒤집는 데 성공했으나, 항소심에서 결과가 뒤집힐 경우 향후 정부 주도의 백신 공급 사업 참여가 차단될 수 있는 위기에 처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판부가 10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고심하다 변론을 재개했다는 것은, 최근 확정된 대법원 판례와 형사 판결문을 정밀하게 대조해 처분의 수위를 따져보겠다는 뜻"이라며 "단순한 담합 여부를 넘어 입찰 제한이라는 강력한 행정 처분이 비례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멈춰 섰던 광동제약의 소송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한 가운데 오는 4월 재개될 변론에서 광동제약과 조달청이 어떠한 법정공방을 주고받을지, 그리고 그것이 최종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긴장감이 고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