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바이오시밀러 허가 과정에서 가장 까다로운 조건 중 하나였던 '미국 기준 의약품과의 직접 비교(PK, 임상 약동학)' 원칙을 사실상 폐지했다. 과학적 타당성만 입증된다면 해외에서 승인된 대조약 데이터를 폭넓게 인정하겠다는 취지다. [AI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임해리]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바이오시밀러 허가 과정에서 가장 까다로운 조건 중 하나였던 '미국 기준 의약품과의 직접 비교(PK, 임상 약동학)' 원칙을 사실상 폐지했다. 과학적 타당성만 입증된다면 해외에서 승인된 대조약 데이터를 폭넓게 인정하겠다는 취지로,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 등 국내 기업들의 미국 시장 공략에 '천군만마'와 같은 소식이 될 전망이다.
FDA는 9일(현지 시간) 바이오시밀러 및 인터체인저블(상호교환성)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BPCI법 관련 질의응답 산업계 지침 초안(New and Revised Draft Q&As on Biosimilar Development and the BPCI Act(Revision 4))'을 발표했다. 2021년 이후 5년 만의 전면 개정이다.
※용어설명: 생물의약품 가격경쟁 및 혁신법(BPCIA, Biologics Price Competition and Innovation Act)
◆"미국 대조약과 직접 비교 불필요" … 독소조항 제거
이번 지침의 가장 파격적인 변화는 미국 기준 의약품(Reference Product)과의 직접 비교 임상 요구사항을 대폭 삭제한 점이다.
기존에는 바이오시밀러 후보물질이 미국 시장에 나가려면 ▲바이오시밀러 ▲미국 허가 대조약 ▲해외 허가 대조약을 모두 대조하는 이른바 '3자 PK 시험'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과학적으로 정당화될 경우 이러한 복잡한 시험을 간소화하고, 해외 승인 제품을 활용한 PK 연구만으로도 허가를 진행할 수 있도록 규정을 완화했다.
FDA는 이번 조치로 개발 기업이 PK 연구 비용을 최대 50%, 제품당 약 2000만 달러(한화 약 293억 원)까지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2015년 구형 가이드라인 철회 … "경험이 과학을 이겼다"
주목할 점은 FDA가 지난 2015년 발표했던 '바이오시밀러 유사성 입증을 위한 과학적 고려사항(Scientific Considerations in Demonstrating Biosimilarity to a Reference Product)' 최종 가이드라인을 전격 철회하기로 했다는 사실이다.
FDA는 "2015년 당시에는 승인된 바이오시밀러가 1개뿐이었으나, 현재는 82개까지 늘어났다"며 "충분한 심사 경험과 데이터가 축적된 만큼, 이제는 과거의 보수적인 규제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는 바이오시밀러를 사실상 케미컬 의약품의 '제네릭' 수준으로 신뢰하겠다는 의미다.
◆'바이오시밀러 공백' 우려에 선제적 대응
FDA의 이번 행보는 향후 10년 내 특허 만료가 예정된 대형 바이오의약품들에 대한 '바이오시밀러 공백(Biosimilar Void)' 현상을 방지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현재 미국 내 바이오의약품 지출은 전체 의약품 시장의 51%를 차지하지만,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20% 미만이다. 특히 특허 만료 예정 의약품 중 단 10%만이 바이오시밀러 개발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개발 장벽을 낮춰 더 많은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비교 효능 시험(CES) 축소에 이어 PK 시험까지 간소화되면서 바이오시밀러 개발의 '고비용·고난도' 공식이 깨지고 있다"며 "올해 CES가 공식 폐지될 경우 신약 수준의 비용을 들여야 했던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거대한 파장이 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