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 경쟁 속에서 특허와 연구개발(R&D) 등 '보이지 않는 자산'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형자산 증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주의를 당부했다. (AI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 경쟁 속에서 특허와 연구개발(R&D) 등 '보이지 않는 자산'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특히 무형자산 규모는 단순한 회계 수치를 넘어 해당 기업이 보유한 신약 파이프라인의 상업화 가능성과 미래 성장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부각되고 있다.
◆대웅제약, 누적 무형자산 3712억 원 … 유한양행·녹십자 순
무형자산에는 특허권, 상표권, 기술력, 연구개발비 등이 포함된다. 제약업계는 R&D 비용 중 상업화 가능성이 높은 과제를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처리하는 '개발비 자산화'를 통해 기업의 가치를 입증하곤 한다.
헬스코리아뉴스가 매출 상위 5대 제약사의 2025년 3분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무형자산 투자에 가장 공격적인 곳은 대웅제약이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약 725억 원을 투자했다. 이어 GC녹십자(약 405억 원), 유한양행(약 399억 원), 한미약품(약 330억 원), 종근당(약 286억 원) 순으로 나타났다.
누적 무형자산 총액 역시 대웅제약이 약 3712억 원으로 가장 컸으며, 유한양행이 약 2876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GC녹십자(약 1087억 원), 한미약품(약 1040억 원), 종근당(약 851억 원) 순이었다.
◆대웅·유한, 핵심 신약 파이프라인이 자산 가치 주도
기업별 세부 항목을 보면 무형자산의 질적 구성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무형자산 규모 1위인 대웅제약의 자산은 신약 및 개량신약 과제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한올바이오파마와 공동 개발 중인 안구건조증 점안치료제 'HL036(성분명 : 탄파너셉트)'이 임상 3상 단계에서 약 620억 원의 가치를 인정받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 항체신약 'HL161(성분명 : 바토클리맙)' 역시 중증근무력증(MG)·갑상선 안병증(TED) 적응증으로 임상 3상에 진입하며 약 284억 원이 자산으로 반영됐다.
유한양행은 국산 신약 31호인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Leclaza, 성분명 : 레이저티닙)'에 자산이 집중되어 있다. '렉라자'의 개발비 자산화 금액은 약 1171억 원으로, 유한양행 전체 무형자산의 약 40.7%에 달한다. 이 밖에도 고혈압·고지혈증 3·4제 복합제인 'AD-201'(약 23억 원)과 'AD-207'(약 19억 원) 등 개량신약 파이프라인의 개발비가 무형자산에 포함됐다.
◆GC녹십자 혈액제제 강세 … 종근당은 개량신약 집중
GC녹십자는 백신과 혈액제제 분야에서 강점을 보였다. 특히 혈액제제 부문 자산이 약 545억 원으로 가장 컸으며, 소아 희귀간질환 치료제와 췌장암 보조치료제 등 개발 과제가 약 206억 원 규모로 자산화됐다.
한미약품은 파이프라인별 세부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자본화된 개발비가 약 584억 원으로 무형자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밖에 특허권 등 산업재산권 약 110억 원, 소프트웨어와 라이선스 사용권 등 기타 무형자산이 약 112억 원 규모였다.
종근당의 무형자산은 고혈압 치료제인 'CKD-828(제품명: 텔미누보정)'이 약 98억 원으로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어 고혈압 치료제 'CKD-202a'(약 38억 원), 이상지질혈증 복합제 'CKD-391'(약 36억 원), 탈모 치료제 'CKD-843'(약 36억 원) 등 개량신약 및 복합제 파이프라인이 자산의 주축을 이뤘다.
◆R&D 자산화, 미래 성장성과 재무 리스크 '양날의 검'
이번 분석은 각 기업의 2025년 3분기 보고서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연간 기준 무형자산 투자 규모는 향후 사업보고서 공시 이후 보다 명확히 확인될 전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무형자산 증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주의를 당부했다. 한 회계 전문가는 "개발비 자산화는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지표지만, 만약 임상에 실패하거나 상업화가 무산될 경우 자산으로 잡혔던 금액이 한꺼번에 손실(손상차손)로 처리되어 재무 구조에 충격을 줄 수 있다"며 "투자자들은 자산의 규모뿐만 아니라 개별 파이프라인의 실질적인 성공 가능성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