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오가노이드(Organoid) 기술이 감염병 연구에서도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오가노이드(Organoid)는 사람의 실제 장기 구조와 기능을 간단하게 구현한 3차원 세포 모델이다. 기존 평면적인 세포 배양 실험으로는 재현하기 어려웠던 장기 내부 구조와 작동 방식을 실제와 가깝게 보여줄 수 있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오가노이드는 유전정보 기반의 질병 연구와 신약 스크리닝(효능·독성 평가), 맞춤형 치료제 개발은 물론, 세균 및 바이러스의 인체 감연 연구에도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감염병기술전략센터가 펴낸 '감염 질환을 위한 오가노이드 모델 연구 동향'에 따르면, 호흡기 감염 분야에서는 비강과 기도, 폐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코로나바이러스와 인플루엔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등 주요 호흡기 바이러스의 감염 특성과 증식 양상, 숙주 면역 반응을 분석하는 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기존 세포주 기반 실험으로는 구분하기 어려웠던 바이러스 복제력의 차이나 항체 중화 효능을 오가노이드 모델에서 더 정밀하게 확인했다. 항체나 항바이러스제의 효능이 실제 임상 반응과 유사하게 재현됐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오가노이드 기반 감염병 연구는 소화기계로도 빠르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위 오가노이드에서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을 장기간 유지하며 병원체와 숙주 간 상호작용을 관찰했고, 장 오가노이드 연구에서는 시겔라균이나 엔테로바이러스 감염에 관여하는 병원균 유전자를 규명하는 성과가 나왔다.
간 오가노이드는 뎅기 바이러스 감염 모델과 항바이러스제 스크리닝에 활용됐으며, 췌장 오가노이드 연구에서는 특정 바이러스가 췌장 조직에 직접 감염돼 손상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감염병이 장기별로 어떻게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는지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추적한 것이다.
연구 범위는 신경계로까지 넓어지고 있다. 대뇌 및 전뇌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연구에서는 SARS-CoV-2와 지카 바이러스, 엔테로바이러스, 엠폭스 바이러스 감염 시 발생하는 신경 손상과 유전자 발현 변화를 분석했다.
특히 뇌 발달 단계나 선천 면역 활성 수준에 따라 바이러스의 신경 친화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감염 이후 나타나는 신경계 합병증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가노이드 연구 방향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단일 조직을 넘어 면역 요소를 통합한 모델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대식세포나 면역세포를 함께 배양한 오가노이드를 통해 감염에 따른 염증 반응과 면역 매개 조직 손상을 재현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모델은 개인별 백신 반응 차이를 분석하거나 결핵과 같은 만성 감염 질환의 초기 병태를 구현하는 데 활용되고 있으며, 박쥐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인수공통감염병 연구로까지 적용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